영끌족 몰린 신도시에선…“자영업 공동묘지 따로 없네요”
영끌족 몰린 신도시에선…“자영업 공동묘지 따로 없네요”

0%대를 기록하던 금리가 껑충 뛰면서 부채가 있는 30·40대가 소비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은 일정한 데 반해 은행 이자 부담은 오르다 보니 지출을 줄이게 된 것이다. 특히 한도까지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마련한 이른바 ‘영끌족’이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리 폭탄 고스란히 맞은 신도시 거주 영끌족…“돈 벌어서 이자 내기 바빠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기간 간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간 간 대체’는 금리 상승기에 가계가 현재 소비를 줄이고 대신 저축을 더 많이 해서 미래 소비를 늘리는 현상이다. 금리상승에 따른 재무적 영향에 따라 △금리 익스포저가 낮은 1∼3분위는 ‘금리상승 손해층’ △5분위는 ‘금리상승 취약층’ △9∼10분위를 ‘금리상승 이득층’ 등으로 각각 분류된다.

 

쉽게 말해 기존 대출액이 적고 현금 자산이 많은 사람은 금리가 오르면 이득을 보고 반대일 경우 손해를 본다는 의미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당연한 논리지만 이론으로 접하는 것과 현실로 겪는 것은 말 그대로 천지차이다. 과거 0%대 금리를 기록하던 시절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30·40세대 사이에선 고금리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늘어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위해 소비를 줄여 버티고 있다.

 

저금리와 부동산 상승 시점이 겹쳤을 때 30·40세대가 대거 몰렸던 화성, 양주, 검단 등 신도시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김현수 씨는 2021년 은행에서 5억2000만원을 대출받아 동탄 호수공원 인근 아파트를 샀다. 매입 자금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4억7000만원, 신용대출 5000만원, 그리고 부모님의 도움 등을 통해 마련했다. 매입가는 9억4000만원이었다. 

 

▲ 저녁 시간임에도 텅 비어있는 동탄 번화가의 한 호프집. ⓒ르데스크

 

대출시행 초기 200만원대였던 원리금은 지난해 300만원대로 불어났다. 3%대에 불과했던 주담대 이자가 2배가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2021년 0.5% 수준이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3.5%까지 상승한 상태다. 김 씨는 “애초에 금리가 더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한 게 잘못이다”며 “이렇게까지 많이 오를 줄은 몰랐는데 혼합형 금리를 선택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자와 공과금, 필수 생활비를 빼면 정말 남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고금리 여파가 지역 경제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부쩍 늘어난 이자 부담에 소비를 줄이자 신도시 상권이 직격타를 맞았다. 2019년부터 동탄신도시에서 호프집과 카페를 운영해 왔다는 이진호 씨(55·남·가명)는 “여러 지역에서 장사를 해봤지만 신도시가 경기에 가장 예민한 한 것 같다”며 “예전 금리가 낮았을 때와 비교해 보면 연매출이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약 20% 가량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이 씨 외에도 수많은 신도시 자영업자들 역시 “신도시 소비력에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 한 회원은 “무리하게 대출받아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금리가 오르면 돈을 잘 안 쓰는 것 같다”며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신도시가 왜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다”고 적었다. 또 다른 회원은 “신도시는 잘 될 때와 힘들 때의 차이가 마치 롤러코스터 같다”고 비유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니 소비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구매한 젊은층의 소비력 감소는 그들이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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