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천억·한국 2억원’…아이스크림 담합 솜방망이 처벌 논란
‘미국 수천억·한국 2억원’…아이스크림 담합 솜방망이 처벌 논란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빙과업계 ‘빅4(빙그레, 해태, 롯데제과, 롯데푸드)’와 임원들이 1심에서 유죄 선고받았다. 다만 처벌 수위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만 행위임을 감안하면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이준구 판사)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빙그레 법인에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또 롯데제과·해태제과 임원 A씨와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롯데푸드 임원 C씨와 빙그레 임원 D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내 4대 아이스크림 제조사가 가격 인상, 상대방 거래처 영업금지, 마진율 인하, 판촉행사 제한 등을 합의해 실행함으로써 영업 전반에 걸쳐 반복적 담합행위를 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3년이 넘는 장기간 담합으로 입찰 공정성을 해하고 이들이 제조하는 모든 아이스크림에 영향을 미친 점을 보면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설명했다.

 

특히 빙그레에 대해서는 "이미 2007년 담합으로 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는데도 재차 범죄를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빙과업계 빅4 업체들은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경쟁사의 영업권을 인정해 시장을 나눠 먹는 '소매점 침탈 금지'와 아이스크림 할인 지원율을 제한해 납품가 하락을 막는 '소매점 대상 지원율'을 합의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편의점을 대상으로 하는 '2+1 행사' 등의 품목을 제한하고, 행사 마진율도 합의했다. 제품 유형별 판매 가격을 인상하거나 정찰제를 실시하는 일명 ‘짬짜미’ 행위도 포착됐다.

 

제조사 간 담합으로 구구콘과 월드콘, 부라보콘 가격은 1300원에서 1500원으로 일제히 15% 올랐다. 또 마트에서 파는 모든 아이스크림 판매 가격을 한 번에 최대 20%씩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에는 소비자 불신을 없앤다며 도입한 아이스크림 정찰제 역시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밝혀졌다. 앞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빙과업계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 135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 소비자들은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반응이다. 또 실질적 피해를 본 소비자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담합 과징금 한도를 관련 매출의 20%로 제한하고 있다. 본래 10% 정도였는데 2020년에 수정됐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5~7%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수정 이전에는 2~5% 수준에 불과했다.

 

한 누리꾼은 “2007년에 빙그레 과징금이 7억원이었는데 이번에도 2억원정도의 푼돈을 선고받았으니 또 반복할 것이 뻔하다”며 “관계자 징역도 너무 짧아 처벌 수위를 높이지 않는 한 가격 담합은 다시 이뤄질 것이다”고 분노했다.

 

미국의 경우 부당수익의 2배 또는 소비자 피해액의 2배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또 담합 관계자들에 대한 처벌도 최대 10년 징역으로 수위가 높다. 미국은 1890년 셔먼법 제정을 시작으로 독과점과 가격 담합에 대한 감시와 제재 수위를 높여가는 추세다. 실제로 2012년 일본 자동차 부품 업체 ‘야자키는 담합 혐의로 벌금 4억7000만달러(한화 약 6269억원)를 부과받은 바 있다.

 

미국과 국내의 가장 큰 차이는 소비자 단체소송이다. 미국의 경우 가격 담합이 밝혀지면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승소 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돼 업체는 피해 금액에 몇 배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국내는 소비자 집단소송이 불가해 개별 민사소송에 의존 해야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이 고소를 진행하게 된다면 소요되는 기간도 길고 변호사 비용 또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또 그렇게 긴 시간을 소모했어도 피해금액 산정이 어려워 기대만큼 보상 받기 쉽지 않은 실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실질적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에 대한 대책이 너무 부족하다"며 "단체소송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권리를 찾기 힘든 환경인만큼 소비자 권리 보호를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