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고생하고 참으며 노력한 청년은 소외 받는 ‘비정상 대책’
땀 흘려 고생하고 참으며 노력한 청년은 소외 받는 ‘비정상 대책’

[Le view<382>]-청년 희망 꺾는 역차별 포퓰리즘(上-소득요건) 땀 흘려 고생하고 참으며 노력한 청년은 소외 받는 ‘비정상 대책’

단순 복지 수준 한참 뛰어넘은 청년 관련 지원금·정책지원 혜택

르데스크 | 입력 2024.01.19 13:45
▲ 현재 시행 중인 청년층 대상 주거 지원 혜택 중 상당수는 소득기준이 설정돼 있다. 사진은 자립준비청년 매입입대 입주자 모집 접수창구. [사진=뉴시스]

 

한 때 수많은 청년들의 공감을 샀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언제부턴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아프면 병원가라” “아프면 나만 손해” 등 문장이 가진 의미 자체를 풍자하는 말들도 여럿 등장했다. 인생의 첫 발을 막 내딛기 시작한 청년에게 있어 역경과 고난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과정이라는 의미 자체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청년들은 젊은 시절의 노력이 의미가 없어진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역차별이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으로 탄생한 청년 복지 정책의 경우 혜택 수준이 파격에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소득요건 등으로 한정돼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학창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가 노력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반응이다.

 

“살인적 집값에 나라 망할 판” 우려 속에 등장한 청년 주거 정책, 대부분 소득 커트라인

 

현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 대부분 청년세대 주거 문제 해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청년세대의 주거문제는 단순히 주거 하나에 그치지 않고 인구문제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우면 결혼을 포기하게 되고 자연스레 출산율도 하락해 종국엔 인구감소라는 심각한 사태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현재 시행 중인 청년층 대상 주거 지원 혜택은 다양하다. △경쟁률이 높은 아파트 청약과정에서 청년세대 물량을 따로 배정해 당첨률을 높여주는 혜택 △청년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임대해주는 혜택 △자금조달이 용이하도록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혜택 △주택 관련 비용을 절감해주는 혜택 등이다.

 

주목되는 점은 모두 일정한 소득요건을 충족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청년층을 위한 대표적인 주거 정책으로 꼽히는 신혼부부 특공의 경우 맞벌이 기준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160% 이하여야 한다. 지난해 기준 2인 가구의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160% 구간에 해당하는 금액은 800만8600원이다. 지난해 기준 30대 초반의 대기업 평균 연봉은 476만원인 점을 감안했을 때, 부부 모두 대기업 다니면 신혼부부 특공 신청이 불가능한 셈이다.

 

청년 또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저렴한 금리로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청년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의 경우도 연 소득이 5000만원을 넘으면 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 네이버 등 소위 말하는 인기 직장의 경우 대졸 초봉 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대기업에 다니는 청년은 아예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중소기업청년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정책 상품도 존재한다. 이 상품은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기시금에서 취급한다.

 

▲ 선망의 직장으로 불리는 삼성전자, 네이버 등에 입사한 청년 중 상당수는 정부의 주거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사진은 삼성전자 본사 입구. [사진=뉴시스]

 

다음달 출시 예정인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도 개설하려면 소득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연 소득이 5000만원이다.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으로 청약 당첨 시 분양가 80%까지 최대 40년, 최저 2.2%의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청년 주택드림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청약 통장 자체도 최대 4.5%라는 파격적인 금리가 제공된다. 사실상 가입만 해도 돈이 되는 것임에도 삼성전자, 네이버 등에 입사한 청년은 가입할 수 없다.

 

심지어 출산을 전제로 하는 정책에도 소득요건이 설정돼 있다. 오는 29일부터 출산 가구에 대해 저금리 구입자금 대출을 해주는 ‘신생아 특례 구입·전세자금 대출’이 시행된다.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한 무주택가구가 9억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때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그러나 부부합산 연 소득 1억3000만원이 넘으면 해당 상품 이용이 불가능하다. 비슷한 내용의 신생아 특례 전세자금 대출 역시 동일한 소득기준이 설정돼 있다.

 

“노력해서 좋은 직장 들어갔는데 불이익…시험 등수나 수능 등급, 학점은 왜 만들었나”

 

소득기준에서 벗어나 정부의 주거 대책에서 소외 된 청년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광화문에 본사를 둔 한 대기업에 다니는 김유성 씨(31·남)는 “집안 형편이 재산을 물려주고 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안 놀고 덜 자면서 공부해 나름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며 “남들에 비해 소득이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집을 살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 소득기준에서 벗어나 정부의 주거 대책에서 소외 된 청년들은 대부분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력한 사람만 손해 보는 구조라는 이유에서였다. 사진은 마포구의 한 임대아파트. [사진=뉴시스]

 

이어 “슬슬 결혼할 나이가 되다 보니 전셋집이라도 구해보려고 하고 있는데 저금리 정책 상품은 전부 소득기준 때문에 이용하지 못한다”며 “사실 우리 나이에 연봉이 몇 천 만원 높다고 해서 모아둔 돈이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닌데 지출은 더욱 많이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청년 관련 정책만큼은 소득기준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강서구 마곡에 본사를 둔 한 대기업에 다니는 양지은 씨(33·여)는 “부모님이 엄청 부자가 아닌 이상 연봉이 얼마가 되던 간에 주거 문제에 대한 걱정은 전부 똑같은데 소득요건 때문에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건 부당하다고 본다”며 “이럴 거면 시험 등수나 수능 등급, 학점 등은 뭐 하러 만들어 놨나”라고 성토했다.

 

이어 “연봉이 높은 사람들도 어떻게든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해서 얻은 결실인데 오히려 노력한 사람일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며 “당장 나부터도 4%대 금리로 일반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구했는데 중소기업에 겨우 취직한 친구는 2%대 금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이자부담 없이 살고 있다. 매 달 이자 부담이 2배 이상 차이나는 셈인데 정말 이건 아니라고 본다”고 토로했다.

 

국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청년 관련 대책들은 복지라고 보기 어려움에도 복지처럼 여겨져 일정한 소득요건을 충족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보니 역차별 논란의 발생 여지가 있다”며 “특히 주거와 같이 삶에 꼭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소득요건이 기존의 노력 자체를 퇴색시키거나 삶의 의욕을 꺾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 누구나 노력하면 열심히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위해선 이런 혜택 부분에서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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