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 몰라도 인서울 가요”…해외거주자 ‘재외국민 전형’
“미적분 몰라도 인서울 가요”…해외거주자 ‘재외국민 전형’
▲ 국내의 과도한 입시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고자 부자 엄마들이 자녀를 해외로 보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BSJ 국제학교 전경. [사진=BSJ]

 

“재외국민 12년 전형으로 미적분 공부 없이 중앙대 합격했어요. 이 실력으로 국내에 계속 있었다면 인서울 대학은 불가능하죠.”

 

주입식 교육을 피하고자 아이를 해외로 보내 재외국민 전형을 노리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국내 수험생들과 경쟁하는 일반 입시전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서울권 대학에 입학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외 거주 기간에 따라 재외국민 전형 내에서도 경쟁률이 달라지는 만큼 사전에 꼼꼼한 준비는 필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2학년도 12년 특례 지원자 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신입학 기준 서울 주요 상위대학(서·연·고·서·성·한·중·경·외·이) 12년 특례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총 629명 늘었다.

 

특히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52% 대폭 증가했다. 이어 ▲연세대(+26.3%)▲서강대(+21.0%) ▲한양대(+17.0%) ▲고려대(+7.6%) ▲중앙대(+6.3%) ▲경희대(+4.8%) ▲이화여대(4.7%) ▲성균관대(-0.6%) 순이다. 서울대는 지원자 수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12년 특례 입학 지원자 수 대비 합격률은 평균 17.8%다. ▲경희대(25.7%) ▲한양대(25.1%) ▲이화여대(24.7%) ▲성균관대(23.3%)의 합격률은 모두 20%를 상회했다. 합격률이 가장 낮은 대학은 고려대학교(7.1%)로 10%가 채 되지 않았다.

 

3년·12년 재외국민 전형, 대입 조건 천차만별…‘12특 대학 입학 100% 서류전형’


▲ 사진은 3년·12년 재외국민 특별전형 기준.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교포, 상사 주재원, 자영업 등의 사유로 해외에 진학한 학생들 중 일정 거주 기간을 갖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입시전형이다. 본 전형은 거주기간에 따라 3년 특례와 12년 특례로 나뉜다.

 

3년 특례전형 지원 조건은 중고교 과정 해외 이수자로, 부모 중 1인 이상이 국외 근무자로 재직·사업·영업 등의 행위를 통산 3년 이상 유지해야한다. 또한, 국외 근무자의 근무지 국가 소재 학교에서 고교과정 1개 학년 이상을 포함해 중·고교과정을 3개 학년 이상 수료해야 한다. 3년 특례는 해당 대학 입학정원의 2% 이내만 선정할 수 있다.

 

12년 특례전형 지원 조건은 초중고 전 교육과정 해외 이수자로, 부모의 해외 거주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12년 특례는 정원 외 입학 전형으로, 각 대학이 입학정원의 제한 없이 모집할 수 있고, 12년 특례 지원자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입학 경쟁률이 낮고 3년 특례에 비해 합격 가능성이 높다.

 

두 전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학별 지원 요구조건이다. 3년 특례는 ▲서류전형 ▲서류+면접 ▲지필전형 ▲면접전형 대학으로 나뉜다. 반면, 12년 특례는 서울대와 의·약대를 제외하고는 서류전형만으로도 입학이 가능하다.

 

12특 자소서만으로 ‘중앙대 합격’…SK·삼성도 강조한 ‘해외 거주 기간’


대치동 A학원에서 실제 12년 특례 합격자 스펙을 살펴본 결과 해당 출신 고등학교 인지도와 교내활동의 다양성이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했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한 B학생의 경우 토플 성적이 100점이 채 되지 않았고, SAT와 AP시험을 응시하지 않았다.


SAT는 대부분의 해외 대학 지원에 필요한 시험이다. AP는 대학 입학을 위해 고등학교부터 미리 대학 1학년 수준의 과정을 공부하고 이에 대한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총 38개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고, 국내 대학 입학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수학·역사·경제 등의 과목을 선택한다.  


▲ 사진은 실제 재외국민 12년 특례 입학 합격자 스펙 사례.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대치동 대학컨설턴트 정현중(35·남)씨는 “B학생은 고려대라는 학교 이름에 비해 성적이 비교적 높지 않았지만, MUN CLUB이라 불리는 UN 동아리에 참여했고, 봉사활동 이력이 많았다”며 “또한 HSK 6급 취득을 통해 중어중문학과 지원 자소서를 꾸리기에 적합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대 영어영문학과에 합격한 학생은 인도네시아 살라띠가시에 있는 MCS출신인데, 공인 시험 성적이 전혀 없었고, 동아리 활동도 학생회 활동을 제외하고는 뚜렷할만한 내용이 없었다”며 “당시 자소서에 해외 거주 기간을 강조해 영어 능력을 보여줬고, 중앙대에 입학한 선배가 많은 것을 파악해 전략적으로 중앙대 영어영문학과 지원했는데, 노림수가 잘 맞아 들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2년 특례 전형이 타 전형에 비해 대학에 수월하게 간다는 말은 일부분 동의하지만, 부모님들의 빠른 판단에 의한 결과물이다”며 “요즘, 삼성·SK와 같은 대기업 입사 자소서를 보면 해외 거주 기간을 기입해야 하는데 이러한 부분에서도 재외국민 출신들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어 소위 말하는 돈 좀 있는 학부모들은 유치원 때부터 해외 학교를 물색한다”고 덧붙였다.


해외국제학교, 1학기 학비 ‘국내대학 등록금 수준’…“학비만 1년에 1억 하는 곳도 있어”


▲ 해외국제학교의 학기별 등록금은 국내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사진은 Jakarta International School 도서관 전경. [사진=Jakarta International School]

 

재외국민 특례 입학 제도는 국내 수험생들에 비해 더 수월하게 입학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 다만, 청소년기 전체를 해외에 거주해야한다는 속박감에 더해 비싼 학비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적인 해외 국제학교의 경우 한학기 학비가 국내 대학등록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인 이정은(20·여)씨는 “저는 부모님이 글로벌 기업에 재직하셔서 6살 때 인도네시아로 넘어갔고, 12년 재외국민 전형으로 올해 본교에 입학했다”며 “제가 다니던 학교는 한 학기에 5000만원 정도의 학비를 내야했는데, 90% 가까이 부모님 회사에서 지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 친구들의 부모님 직업을 보면 대부분 국제기업을 다니시거나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외교관도 종종 있었다”며 “학교 내에 대학 입학관련 프로그램이 다 있어 학원은 굳이 다니지 않았고, 저학년부터 해당 학교를 계속 다니면 고학년 때 50% 가량의 학비 혜택이 주어졌었다”고 덧붙였다.


구자억 서경대 교육학 교수는 “재외국민 전형은 해외에서 오랜 기간 체류한 글로벌 인재들을 국내로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제도다”며 “다만 해당 전형을 악용한 편법이 많이 동원되고 있고, 정원 외 모집을 통해 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은 조속히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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