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금융사고, 내부통제 도마…증권사 CEO 연임 ‘안갯속’
연이은 금융사고, 내부통제 도마…증권사 CEO 연임 ‘안갯속’
▲ 올해 말과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가의 세대교체의 바람이 유독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야경. ⓒ르데스크

 

증권가가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이어 부동산 PF 손실, 주가조작 사건 등에 시달리면서 임기 만료를 앞둔 CEO들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기간 중 임기가 만료되는 증권사 CEO는 총 16명이다. 이 중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 최희문 메리츠증권 사장,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미 교체가 확정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창립 멤버이자 7년간 증권 부문 CEO를 맡았던 최현만 회장이 용퇴해 2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선택해 분위기 쇄신에 나선 바 있다. CEO 한자리는 25년째 미래에셋그룹에서만 근무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부회장이 선임됐다. 남은 한 자리는 다음달 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허선호 부회장과 전경남 사장 중 1명이 추가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5년 만에 수장이 교체됐다. 23일 발표한 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그룹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최고경영진 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 지난 5년 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끈 정일문 사장이 증권 부회장으로, 김성환 부사장이 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남은 최희문 부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놨다. 그 자리에는 장원재 S&T 부문장이 선임됐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거래정지 직전 주식을 대거 매도하면서 내부정보를 활용해 손실을 피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투자업계는 증권사 교체 바람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 한해 불건전영업행위와 주자조작 연루 등 리스크 관리 실패 정황이 들어나 각 사별 조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바뀐 3명의 CEO 이외에도 올해 말에서 내년 3월 사이 주요 증권사 CEO 13명의 임기가 끝난다. 

 

▲ 사진은 임기 만료 임박 각 증권사 대표 정보 자료.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KB증권 박정림 ‘직무정지’ 사전통보…삼성증권·교보증권 연임가능성 多


박정림 KB증권 사장의 자리가 가장 위태롭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24일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23일 안건 소위원회를 열어 옵티머스·라임 펀드 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의혹을 받는 증권사 CEO들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했다.

 

제재안 확정에 앞서 금융위는 박 사장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사전 통보했다. 앞서 금감원은 박사장에게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는데 이때 보다 한 단계 높은 조치다.

 

KB증권은 지난 2020년 11월 금감원 검사에서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된 바 있다. 프라임브로커(PBS)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부인 명의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뒷돈을 챙겼다는 의혹이다.

 

만약, 문책 경고 이상 제재가 확정되면 최소 3년 이상 금융회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위는 빠르면 다가오는 29일 정례회의에서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증권사 CEO들에 대한 제재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KB증권에 이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역시 옵티머스·라임 펀드 판매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의혹이 여전하다. 다만, 박 사장보다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낮은 문책 경고로 일단 유지된 상태다.

 

물론, 증권가 전체에 강하게 부는 세대교체 바람에도 불구하고 연임 가능성이 높은 CEO들도 존재한다. 투자업계는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와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는 비교적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여의도 증권가에 부는 인사 교체 바람에 각 증권사 CEO들의 연임이 미궁 속에 빠졌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정림 KB증권 사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박종권 교보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사진=각 증권사 홈페이지]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지만, 올해 삼성증권이 전년비 호실적을 기록하고 부동산 PF 등 리스크 관리에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지난 18일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삼성증권으로, 전년 대비 56.2% 증가한 9029억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한 박봉권 사장이 이끄는 교보증권은 악화된 시장 환경에도 3분기 실적 선방하며 종합금융투자사업사(종투사) 진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기매매와 장내외파생상품업 등 운영에서 성과를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제 올해 3분기 누적 자기매매와 장내외파생상품업의 영업이익은 779억원으로 전년 동기(35억원)대비 20배 넘게 급증했다.


증권사내 분위기 ‘라인타기’ 심화…차기 사장직 핵심 역량 ‘리스크 관리’


최고경영자 인사 시즌을 앞두고 회사 내의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증권사 직원 박정석(30·남·가명)씨는 “최근 회사 내에 사장직과 관련한 교체 바람이 불어와 선배들 사이 ‘라인 타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실적 압박은 항상 있어왔지만 최근에 그 무게감이 조금 더 실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 업무 강도보다는 사업체 미팅과 같은 음주영업에 대한 요구가 많아졌다”며 “증권사 특성상 안 그래도 없는 개인시간을 더 많이 뺐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 대표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지다”며 “올해 유난히 금융사고 많았던 업계 전체 분위기로 볼 때 각 증권사의 수장 교체는 필연적이다”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또한 대형 증권사에 비해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비롯한 현안이 많아 CEO 연임 확률이 대형사에 비해 높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위험을 추구했던 비즈니스 모델을 축소하고 리스크 관리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 나아갈 가능서이 높기 때문에 위험 관리 역량이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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