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그림·공장 삭막함 섞인 문래동, 레트로와 세련된 감각의 공존
최근 문래동을 방문하면 예전부터 있었던 공업단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과거에는 소규모 철강공장이 모여 있어 삭막한 느낌을 줬다면 최근에는 공장 문에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어 화려하다는 인상을 갖게 된다.
공장 문이 열려 있는 낮 시간에는 문에 그려진 그림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저녁에 방문했을 때에는 공장 문에 그려진 다양한 그림을 볼 수 있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색의 페인트를 활용해 그려진 그림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구경 온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김우신 씨(60·남)는 “처음에 내 가게 대문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을 때 별 볼일 없는 공장 문에 뭔 그림을 그리는가 싶었다”며 “완성되고 나니 문을 닫고 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근처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식당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가끔 주말에 오면 젊은 사람들이 데이트하고 놀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낮에 방문했을 때는 닫아놓았던 가게들도 저녁이 되니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특히 와인, 하이볼 등 최근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는 술을 판매하고 있는 곳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배문기 씨(35·남)도 “이곳에서 일한지 7년 조금 넘어 간다”며 “예전에는 공장들이 많다보니까 삭막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그림이 그려진 이후에는 다른 공장들과 다른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배 씨는 “예전에 아내와 함께 와본 적이 있는데 이색적인 볼거리에 아내가 꽤나 즐거워했다”며 “주변에는 맛있는 식당들도 많으니까 한번쯤은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 방문을 추천했다.
트렌디한 맛집·카페 가득한 문래동…골목 곳곳 그라피티·벽화 이색 분위기
문래동 골목 곳곳엔 벽화와 그림이 골고루 퍼져있어 마치 거리의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피자집 주변엔 사람의 상반신을 그려놓은 그림(A)을 볼 수 있다. 오래돼 색이 바랬지만 오히려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해린 씨(23·여)는 “색이 많이 바래 그래피티 특유의 화려한 느낌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오히려 힙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식당 외벽엔 과거 출시됐던 사이다와 쌕쌕 등 음료의 광고 포스터(B)도 그려져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모두에게 공감을 사기에 충분해 보였다. 공인중개사 옆 외벽엔 바닷가에 방문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실감나는 거북이 그림(C)이 그려져 있다.
벽화 중 유일하게 노래 가사와 함께 그려져 있던 그림(D)은 ‘낡은 기계소리도 멜로디가 되어 차가운 철꽃도 따듯한 향기를 내고 이 밤 그대와 함께 발걸음을 맞춰 노래해~’라는 가사와 함께 어울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림이 그려진 외벽이 용접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 외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E)의 경우 가게의 특성에 맞는 그림이 그려진 모습이었다. 용접을 할 때 사용하는 보호구를 착용한 펠리컨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끌었고, 그림 밑에는 작가의 서명도 함께 그려져 있어 여전히 많은 젊은 작가들이 문래동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한 색감으로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F)은 가게 문까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가게가 닫았을 시간에는 가게가 열려 있을 때보다 더 화려한 그림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그림이 그려진 가게 옆에는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맥주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당 가게에 방문한 구동진 씨(32·남)는 “선반 가게에 화려한 그림이 있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며 “요즘에 생긴 가게도 아닌데 저런 화려한 패턴이 그려진 모습은 특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얀색, 분홍색, 하늘색 등을 활용해 사람의 상반신 모습과 달을 함께 그려둔 그림(H)와 빨간 외벽에 문래동 특성에 맞게 공구를 노른자로 표현한 계란후라이가 가득한 그림(G)는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한 골목 내에서 서로 다른 색감을 활용했다는 점이 이색적인 풍경으로 보였다.
문래동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카페 근처에 있던 그림(I)은 원숭이, 사람, 버섯, 나무 등 여러 그림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된 모습이었다. 비록 앞서 본 다른 그림들에 비해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여러 그림들이 모여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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