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희생양’ 두산의 반전…400조 시장 로비 · 투자 ‘투 트랙 베팅’ 결실
‘탈원전 희생양’ 두산의 반전…400조 시장 로비 · 투자 ‘투 트랙 베팅’ 결실
[사진=뉴스케일파워]

오랜 기간 경영악화로 고통 받았던 두산그룹이 소형모듈원전(이하 SMR·Small Modular Reactor) 사업으로 재도약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한 때 두산그룹은 원자력 발전 제작의 강자였지만 문재인정부 탈원전 정책의 직격타를 맞아 그룹 전체가 휘청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론 적으론 오히려 악재가 반전의 계기가 됐다. SMR로 사업 방향을 바꾸고 국내를 떠나 미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마침내 결실을 맺고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탈원전 직격탄 맞은 ‘원전강자’ 두산그룹, SMR 베팅 결실

 

SMR은 에너지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고 건설비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다 보니 발전소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제약도 적은 편이다. 전력 소모가 많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SMR 역시 미래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두산그룹은 대형 원자로를 34기나 제작한 ‘원전강자’였지만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기존 원전 사업이 전부 백지화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100%였던 공장 가동률은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 두산그룹은 미래 먹거리로 SMR을 선정하고 경쟁력을 키워나가기 시작했고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정·관계 로비 활동까지 나서며 미국 시장에 공을 늘였다.

 

미국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미국 정계를 대상으로 한 두산그룹의 대관 업무는 2019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 탈원전 정책의 시행 시기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당시 두산그룹은 1만달러(한화 약 1380만원)를 대관업무에 투입했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당시 원전 수주 백지화로 심각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금액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이후 로비 규모를 서서히 늘려 나갔다. 2020년과 2021년에는 분기당 1만달러, 총 4만달러(한화 약 5500만원)를 로비 활동에 투자했다. 채권단 관리를 졸업한 2022년부터 15만달러(한화 약 2억원)를 투입하며 대미 로비 활동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쥐었다. 이 시기 로비 업체도 ‘아널드 앤드 포터(Arnold &Porter)’로 바꾸었다. 해당 로펌은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대미 로비에 탁월한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지난해에도 총 20만달러(한화 약 2억7000만원)를 사용하며 로비 규모를 더욱 늘렸다. 올해 1분기 기준 두산그룹이 지출한 로비 활동비는 5만달러로 분기별 같은 예산을 편성하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경우 총 로비 규모는 2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관련업계 안팎에선 미국 대선을 앞두고 로비 규모를 더욱 늘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두산그룹은 단순히 로비 규모를 늘리는 것 외에 로비스트 선정에도 전력투구하고 있다. 경영악화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시기에도 반드시 회전문(Revolving) 로비스트와의 계약을 고수했다. 회전문 로비스트는 과거 미국 정계나 일했던 인재들로 일반 로비스트보다 인맥 네트워크가 강해 계약 비용이 비싼 편이다.

 

두산그룹이 계약한 회전문 로비스트 수는 △2019년 2명 △2020년 2명 △2021년 2명 △2022년 6명 △2023년 6명 △2024년 5명 등이었다. 현재 두산그룹과 계약한 대표적인 로비스트로는 △존 바라소 와이오밍 상원의원을 비롯한 여러 정치인 보좌관 경력을 지닌 마른 마로타(Marne Marotta) △ 미국 상무부와 무역 대표부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니콜 비브스 콜린스(Nicole Bivens Collinson) 등이다.

 

막 올린 400조 SMR 르네상스…美 강소기업과 ‘특별한 파트너십’ 맺은 두산의 선구안 

 

▲ SMR 시장 성장과 함께 두산에너지빌리티에 대한 기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SMR 제작 착수를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왼쪽)과 존 홉킨스 뉴스케일파워 사장. [사진=두산그룹]

 

두산그룹의 SMR 경쟁력 강화 노력은 최근 들어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 두산그룹 자회사인 두산에너지빌리티는 3월 미국 협력사인 뉴스케일파워와 SMR 소재 제작 계약을 따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한 소재는 뉴스케일파워가 미국의 첫 SMR 프로젝트로 추진 중인 UAMPS(미국 유타 주의 발전 사업자)의 CFPP(무탄소 발전 프로젝트) 발전소에 사용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와 특별한 파트너십도 맺고 있다. 뉴스케일파워가 스타트업 규모였던 2019년 총 1억400만달러를 투자하면서 이 회사가 수주하는 프로젝트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기로 합의했다. 뉴스케일파워가 SMR 프로젝트 수주를 성사할 때마다 두산에너지빌리티도 자연스럽게 수혜를 보는 구조다. 뉴스케일파워는 SMR 중 최초로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의 표준 설계 인증을 받은 기업이다.

 

최근에는 정보기술(IT) 인프라 기업 스탠더드파워가 추진하는 최대 370억 달러(한화 약 50조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유스케일파워가 수주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언급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가 해당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하면 두산그룹은 원자로, 증기발생기튜브 등 주요 부품을 납품하게 된다. 부품 공급 규모는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업계 안팎에선 두산그룹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SMR 사업 분야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파트너인 뉴스케이프가 미국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정부로부터 SMR 표준 설계 인증을 받은 것들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산업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지닌 만큼 앞으로 성장세를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도 두산그룹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2025년부터 SMR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두산그룹의 실적도 우상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디테크엑스는 SMR 시장이 2033년 724억달러(약 98조원)로 성장한 뒤 2043년에는 2950억달러(약 40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의 SMR 관련 소재 및 주기기 수주 규모는 올해 4000억원, 2026년 7000억원, 2027년엔 1조원 등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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