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핵불닭볶음면이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를 받았다. 제품에 함유된 캡사이신 수치가 너무 높아 급성 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의학 전문가들 역시 지나치게 매운 음식이 건강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핵불닭볶음면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은 삼양식품 '불닭' 시리즈 제품 중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맛’ ‘핵불닭볶음면 2배 매운맛’ ‘불닭볶음탕면’ 등에 대한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또 소비자들에게도 해당 제품을 폐기할 것을 권고했다. 어떤 성분 때문에 현지 당국의 조치가 이뤄진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덴마크 관계 당국은 리콜 조치에 대해 “단일 봉지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의 함량이 너무 높아 소비자가 급성 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며 “제품을 갖고 있다면 폐기하거나 구매한 매장에 반품해달라,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어린이에게 해롭다”고 밝혔다.
불닭볶음면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다. 이런 인기 덕분에 삼양식품의 올해 1분기 해외 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83% 증가한 2889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북미 법인 매출은 5650만달러(악 771억원)로 전년 대비 209.8% 증가했고, 중국 법인은 5억위안(약 94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94% 늘었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16일 주가는 75.55%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높아질수록 건강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는 분위기다. 영어권 최대 커뮤니티인 레딧 등 SNS에서도 불닭볶음면이 건강에 해로워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해외 누리꾼은 “(불닭볶음면) 너무 매워서 1주일 동안이나 탈이 났었다”며 “가끔은 괜찮겠지만 자주 먹으면 건강에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덴마크에서 건강상 이유로 리콜한 제품 중 일부는 국내에서는 문제없이 판매 중이란 점이다. ‘불닭볶음탕면’의 경우 국내에서 시중에 판매 중이다.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맛’ ‘핵불닭볶음면 2배 매운맛’ 제품의 경우에도 온라인을 통해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해당 제품들의 스코빌(매운맛 측정 단위) 지수는 각각 △불닭볶음탕면 4404SHU △핵불닭볶음면 2배 8706SHU △핵불닭볶음면 3배 1만3000SHU 등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청소년들의 과도한 매운 음식 섭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매운 음식이 유행한 뒤로 청소년들 건강이 저하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조사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중·고등학생 비만 유병률이 13.5%로 집계됐다. 10년 전(5.6%) 대비 무려 2.4배 늘어난 수치다. 청소년 비만의 주된 원인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 맵고 짠 음식이나 고열량 음식 섭취량 증가 등이 꼽혔다.
매운맛에 중독된 아이들을 우려하는 학부모들도 증가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아이를 키우는 김선아(43) 씨는 “최근 아이가 매운맛에 중독돼 간식으로 꼭 매운 떡볶이나 불닭볶음면을 찾는다”며 “먹고 나서 늘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찾는 것을 보면 매운 것도 담배나 술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리콜 조치까지 될 정도로 매운 음식이 국내에선 버젓이 팔리고 있다는 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자극적인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건강에 악영향이 초래될 수 밖에 없는데, 불닭볶음면의 경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국민 건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영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자극적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위염이나 위, 십이지장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염분은 암 위험 인자이므로 위암 위험도 높인다”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 국가에서 리콜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될 요소가 있을 가능성이 높아 국내 소비자들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국내 소비자들이 너무 매운맛에 중독돼 있고 업체들도 너도나도 맵고 자극적인 것들로 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삼양식품은 제품 자체 문제는 없다며 선을 그으며 리콜조치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삼양식품은 “제품 품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무 매워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 덴마크 식약처에서 자체적으로 리콜 조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해당 제품들은 전 세계에 수출 중이지만 이 같은 이유로 리콜 조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현지 관련 규정 등을 면밀히 파악해 이번 리콜 조치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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