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K-배터리 기업들의 글로벌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캐즘은 신사업의 수요 정체 현상이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바늘과 실같은 존재로 불황 또한 함께 겪고 있다.
캐즘 장기화 상황 속 배터리 3사(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의 해외 투자 전략은 각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는 기존 예정대로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과 SK온은 설비투자를 연기하는 등 기존 공격적 증설 행보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의 증설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올해 초 협력사 대상 장비 입찰을 시작한 상태다. 내년 1분기 가동 계획이었던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 올해 말로 앞당기고 시생산 및 여분 장비 반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SDI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순차적으로 장비 반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1분기 흑자 기조를 유지한 기업이다. 삼성SDI의 영업이익은 세액공제 467억원을 포함, 2674억원이다.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해도 220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 유지에 성공한 것이다. 회사의 1분기 설비 투자 규모는 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034억원) 대비 약 1조원 증가했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헝가리와 말레이 공장 증설, 미국의 합작법인(JV) 신규 공장 건설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고 투자 확대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반면 LG엔솔과 SK온은 글로벌 설비 투자에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LG엔솔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 미시간주 단독 공장과 얼티엄셀즈 제1·2 공장을 가동 중이다. 여기에 애리조나주 단독공장과 얼티엄셀즈 3공장, 현대차그룹, 혼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가동 예정이지만 캐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LG엔솔은 올해 1분기에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9.9%, 75.2% 감소했다. 1분기 AMPC 수령 규모는 1889억원으로, 직전 분기(2501억원) 대비 612억원 줄었다. AMPC를 제외하면 3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공장 가동률도 감소했다. LG엔솔이 밝힌 1분기 국내외 사업장의 평균 가동률은 57.4%로, 지난해 동기(77.7%)보다 20%P 넘게 줄었다. LG엔솔의 지난해 전체 가동률은 69.3%로, 작년 하반기부터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다.
LG엔솔은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수요 대응이나 북미 지역의 필수적인 신·증설 투자엔 선택과 집중을 하되, 투자의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 설비투자 집행 규모를 다소 낮추고자 한다”며 투자 속도 조절 계획을 밝혔다.
SK온 또한 9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증설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SK온의 1분기 매출이 1조683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395억원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3315억원으로 전분기(195억원) 대비됐다. 평균 공장 가동률 또한 26.6%p 하락한 69.5%로 집계됐다. SK온은 그룹 내 사업을 점검 및 최적화하는 ‘리밸런싱’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에스케이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 결과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SK온의 설비투자 계획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로 전략 차이를 꼽는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공격적인 증설 확대 단행해 왔다. 삼성SDI의 경우 양사보다는 느리지만 보수적인 설비투자 전략을 펼쳐왔다.
거기에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품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된 반면 LG엔솔과 SK온은 전기차에만 쏠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 판매 비중은 전기차용 배터리 71%, ESS 11%, 전동공구 18%로 이뤄져 있다. SK온은 전기차용 배터리만 판매하고 있다. LG엔솔의 경우 전기차 비중이 89%로 쏠려있다.
전문가들은 캐즘으로 인한 배터리 업계 불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함과 동시에 아직 성장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업체들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돼 앞으로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할 것이다”며 ”배터리 산업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로 다시 한번 전환할 가능성이 남아 있고 결국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기술력으로 앞서가는 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캐즘) 어려움이 3~4년은 지속될 수 있고 전기차와 배터리는 실과 바늘 관계여서 성장도 함계 쇠퇴한다”며 “현재 캐즘은 숨 고르기 기간이라고 볼 수 있고 3~4년 정도 뒤에나 전기차 가성비가 본격적으로 올라설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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