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2대 총선에서 또 다시 175석(비례정당 의석수 포함)에 달하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1주택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 수요의 주택에까지 세금을 매기는 것은 국민 부담만 키우는 과도한 처사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앞서 종부세 특별공제를 두고 ‘부자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한 것과는 정반대 행보다.
집값 폭등으로 이미 대다수 국민이 종부세 납부 대상자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부동산 민심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다가올 지방선거, 나아가 대선까지 염두한 정치적 행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종부세 폐지 관련 발언과 함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언급했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싣는 대목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의도와 달리 여론 안팎에선 종부세 폐지론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집값은 물론 사회 양극화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부세 면제의 조건이 1주택이라는 점에서 똘똘한 한 채 선호, 빌라·다가구 기피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종국엔 소수의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수의 전·월세 수요자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주택 종부세 혜택은 또 다른 다주택자 규제, 집값 이어 사회 양극화 심화될 것”
지난 8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1주택 종부세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그동안 민주당이 십수년 이상 ‘주택 보유세 강화’라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해당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박 원내대표의 개인 발언”이라며 선을 긋는 등 노골적인 반대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 원내대표의 이번 발언을 다가 올 지방선거와 대선을 염두한 정치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이재명 당대표의 의중이 깊이 반영됐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에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나는 다르다’는 것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반응은 박 원내대표, 나아가 이 대표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1주택 종부세 폐지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이 일고 있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1주택 종부세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세금 면제 기준이 주택 가액이 아닌 보유 주택 수이다 보니 제대로 된 한 채를 사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5억짜리 2채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가 부과되는 반면 20억짜리 한 1채를 가진 사람은 종부세가 면제되는 상황이다 보니 자연스레 비싼 집 한 채를 가지려는 수요가 몰리게 된다. 특히 이럴 경우 빌라·다가구 등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주택의 소외 현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세재 혜택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실수요자들이 상급지에 있는 아파트로 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집값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미 비슷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시행된 다주택자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뚜렷한 상황이다. KB부동산 월간주택가격동향 시계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상위 20%(5분위) 평균 매매 가격은 12억1751만원, 하위 20%(1분위)는 1억1744만원 등이었다. 상위 20%의 가격을 하위 20% 가격으로 나눈 값인 5분위 배율은 10.4로 전달(10.3) 대비 상승 전환했다. 2023년 1월(10.4) 이후 최고 수준으로 5분위 배율이 높다는 의미는 상위 가격과 하위 가격의 격차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1주택 종부세가 폐지될 경우 주택구매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한 무주택자들의 답변 또한 양극화 심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직장인 황충곤 씨(34·남)는 “1주택 종부세가 폐지되면 집을 늦게 사더라도 다가구·빌라 같은 집에서 전·월세로 살다가 최대한 좋은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를 살 것 같다”며 “딱 1주택만 면제 혜택을 받는 데 기왕이면 좋은 집을 사야 유리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주택 가액이 아닌 주택 수로 세금 혜택을 부여할 경우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결국 사회 양극화로 이어져 집 가진 사람과 집을 가지지 못 한 사람으로 나뉠 것이라고 예견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이미 부동산 시장은 정책들의 영향으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서울 내 지역 간 양극화, 아파트와 비아파트 양극화 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다주택자에게 불리한 1주택 혜택을 부여할 경우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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