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오히려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오히려 저PBR주 주가가 가라앉고 있다. 정부 발표를 계기로 재료 소멸에 따른 실망 매물이 쏟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탓이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기대할 만한 여지는 남았으니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26일 오전 12시30분 기준 손해보험 테마주는 전일 대비 6.00%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가장 크게 떨어진 종목은 흥국화재(-10.53%)로 전 거래일 대비 600원 내린 5100원에 거래됐다. 이어 ▲한화손해보험(-10.45%) ▲현대해상(-7.79%) ▲삼성화재(-4.21%) ▲DB손해보험(-4.09%) 등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은행주와 금융주 등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한화생명(-9.31%) ▲하나금융지주(-6.28%) ▲삼성생명(-6.28%) ▲신한지주(-5.43%) ▲KB금융(-4.41%) ▲제주은행(-3.74%) 등 대부분의 금융주가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들 종목이 동반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따른 재료 소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 조치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인 일본 증시 부양 정책에 비해 아소 아쉬운 수준에 그치다 보니 기대 수요가 순식간에 빠져버린 것이다.
韓 기업 인센티브 통한 자발적 참여 유도…증시퇴출 시사한 日과 대비
26일 오전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연초 금융위가 해당 프로그램 도입 방침을 밝힌 뒤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이 급등하는 등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던 탓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반응도 곧장 나타났다.
이번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핵심 골자는 주주환원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다. 금융당국은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거나 상장폐지 등 페널티를 강화하는 방안이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주주환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우수기업에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 ‘당근책’도 내놨다.
다만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한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증권가 안팎에선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일본과 달리 강제적 조치 없는 자발적 참여만으로 주가 부양 노력을 이끌어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일본은 저PBR 기업에 증시 퇴출이란 강력한 재제를 가하면서 30년간 잠자던 증시를 부활시켰다. 기업들의 노력을 독려하고자 자국 우량 기업을 선별한 프라임 시장 대표 지수 ‘JPX 프라임 150’을 새로 만들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경제 붕괴와 함께 한때 7000선까지 하락했던 일본 니케이지수는 3만9000대를 돌파하며 34년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1년 동안 28%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선 약 두 달 만에 17% 급등했다.
증권가 전문가들 역시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한 시장의 아쉬운 반응을 언급하며 추가 대책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8~29일 은행들의 배당기준일이 예정돼 있어 저PBR 주식들에 대한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등장할 수 있다”며 “4월 총선 전까지 정부의 추가적인 정책 드라이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매수 기조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저PBR주에 대해선 조정 발생시 매수 관점을 지속적으로 견지해야 한다”며 “밸류업 관련주가 없는 투자자라면 이번 조정 구간에서 관련 종목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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