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 저성장 시대 저축銀 현실은 “폭탄 안고 보릿고개 넘기”
고금리 · 저성장 시대 저축銀 현실은 “폭탄 안고 보릿고개 넘기”

저축은행 업계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시중 저축은행 상당수가 ‘초유의 위기’라 부를만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궁극적인 원인으론 고금리·저성장이 지목된다. 고금리 여파로 조달 금리가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급감했고 경기불황 여파로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자금 회수에 애를 먹고 있다. 앞으로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 안팎에선 지금의 현실을 ‘등에 폭탄을 지고 보릿고개를 넘는 상황’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많다.

 

저축은행 매출액 상위 10곳 모두 실적 내리막…“역대급 보릿고개”

 

저축은행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해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이른바 ‘10대 저축은행’이라 불리는 매출액 상위 10곳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SBI저축은행 1조3360억원, 623억원 △OK저축은행 1조2454억원, 704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5264억원, 114억원 △웰컴저축은행 5122억원, 243억원 △페퍼저축은행 4073억원, -677억원 △애큐온저축은행 3529억원, -375억원 △다올저축은행 3022억원, -111억원 △상상인저축은행 2667억원, -480억원 △신한저축은행 2095억원, 133억원 △모아저축은행 1929억원, 68억원 등이었다.

 

이들 저축은행 모두 올 3분기 기준 단 한 곳도 빠지지 않고 전년 동기에 비해 누적 당기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순이익 감소 규모는 △SBI저축은행 1950억원 △OK저축은행 460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493억원 △웰컴저축은행 398억원 △페퍼저축은행 1127억원 △애큐온저축은행 853억원 △다올저축은행 655억원 △상상인저축은행 1053억원 △신한저축은행 286억원 △모아저축은행 228억원 등이었다. 신한과 모아, 웰컴 등만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될 뿐 나머지 저축은행의 실적은 암울 그 자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저축은행의 순이익 감소는 무리한 자금 조달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를 따라 잡기 위해 고금리 예금 상품을 대거 팔았는데 이것이 화근이 됐다. 대출 이자를 무한정 높일 수 없는 상황에서 예금 이자만 올린 탓에 이자비용이 늘었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저축은행들이 올 3분기까지 지출한 이자비용은 4조48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674억원)의 2.1배에 달했다. 결국 예대마진도 크게 줄었다. 저축은행 업계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하반기 6%에서 올 3분기 4.9%로 하락했다.

 

여기에 불황까지 겹치면서 대출 수요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일정 수준 이상 매출액을 늘리지 못한 곳들은 결국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거나 찔끔 늘었지만 나가는 돈은 왕창 늘어난 탓이다. 일례로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950억원이나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이 1263억원 늘어난 덕에 간신히 적자는 면할 수 있었다. 반면 올 3분기 677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한 페퍼저축은행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3억원 줄었다.

 

빌려주고 못 받는 돈 갈수록 증가, 금융취약계층 위주 소액신용대출 연체율도 경고등

 

앞으로가 더 문제다. 향후 실적은 물론 존폐 위기까지 불러올 만한 ‘매머드급’ 악재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 추이가 심상치 않다. 우선 전체 대출 중 원금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올해 들어 부쩍 늘었다. 10대 저축은행 중 유일하게 OK저축은행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줄었을 뿐 나머지 9곳은 전부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심지어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기도 했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올 3분기 저축은행 10곳의 고정이하여신비율(%) 및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p)은 △SBI저축은행 5.86, 3.54 △OK저축은행 7.11, -0.87 △한국투자저축은행 4.97, 2.59 △웰컴저축은행 7.54, 2.44 △페퍼저축은행 10.13, 6.83 △애큐온저축은행 6.02, 2.82 △다올저축은행 4.94, 2.8 △상상인저축은행 13.29, 10.01 △신한저축은행 3.88, 2.17 △모아저축은행 8.37, 4.88 등이었다.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차주들의 연체 비율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돈을 빌려주고도 못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서민들이 많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만한 사안이다. 통상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상품은 1금융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거나 적은 청년·고령층·무직자 등이 주 고객이다.

 

올 3분기 소액신용대출 10억원 미만인 상상인저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저축은행 9곳의 소액신용대출 연체비율(%) 및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p)은 △SBI저축은행 4.11, 1.91 △OK저축은행 3.96, -2.30 △한국투자저축은행 13.47, 2.54 △웰컴저축은행 7.57, -0.59 △페퍼저축은행 5.99, 3.63 △애큐온저축은행 12.61, 0.12 △다올저축은행 6.11, 1.72 △신한저축은행 4.88, 0.91 △모아저축은행 7.64, -1.36 등을 각각 나타냈다.

 

실적 악화, 건전성 평가 지표 추락의 동시 발생 현상에 대해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은 이미 수치상으로 드러난 바와 같이 내·외부 악재가 동시에 겹친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도 그렇지만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만한 요인까지 겹쳐 있어 단순히 버티기 전략만으론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축은행은 금융취약계층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위기를 타계할 만한 금융당국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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