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혐오’ 술은 ‘관대’…똑같은 1급 발암물질, 인식은 정반대
담배는 ‘혐오’ 술은 ‘관대’…똑같은 1급 발암물질, 인식은 정반대

[지금 대한민국<392>]-술 권하는 사회(上-술·담배 사회적 인식) 담배는 ‘혐오’ 술은 ‘관대’…똑같은 1급 발암물질, 인식은 정반대

‘술은 되고, 담배는 안되고’…국내주류, 인기 연예인 사진·광고 즐비

르데스크 | 입력 2023.11.20 16:10
▲ 술·담배 모두 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지만 우리 사회는 술에 다소 너그러운 분위기다. 사진은 대학생 술자리 전경.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사회생활하려면 담배는 안 펴도 술 한 잔은 해야지. 모양 빠지게 회식 때 혼자 음료수가 뭐야.” 


음주운전으로 인한 억울한 사망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담배에 비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술과 담배는 모두 1급 발암물질로 인체에 유해한데, 간접흡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높아진 반면 음주 규제는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는 타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만큼 권주 사회를 벗어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13만283건으로 이중 사고 발생 건수가 1만5059건이다. 최근 지역별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전년 대비 14%에서 최대 43%까지 증가했다. 윤창호법이 무색할 정도다. 


경찰청이 지난 4월 스쿨존 음주운전 어린이 사망사고를 계기로 전국 단위 음주운전 단속을 벌인 결과, ‘낮술 운전’ 적발 건수‘는 지난해보다 31.1%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쿨존에서 적발된 음주 운전자는 445명으로, 이중 절반 정도(42.9%)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음주운전은 ‘살인미수’에 해당될 정도로 타인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술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너무나 가까운 존재다. 명절에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담배를 권하는 경우는 없지만 술을 권하는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담뱃갑에는 혐오사진, 술병에는 귀여운 캐릭터’…같은 1급 발암물질 취급은 ‘천차만별’


▲ 담배와 술에 대한 제재는 광고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담뱃갑에 부착된 사진(왼쪽)과 소주 광고. [사진=보건복지부·화이트진로]

 

술과 담배는 모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그러나 사회적 인식은 담배에 훨씬 엄격하다. 담뱃값에는 흡연으로 인해 인간의 형체가 문드러져가는 혐오사진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다소 자극적인 사진으로 금연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정부 방침의 일환이다. 


경고 효과는 확실했다. 지난해 발표한 보건복지부의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0년 19세 이상 남성 흡연율은 34%로 2010년 48.3%에서 꾸준히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흡연율 역시 증감을 반복하다 2018년 7.5%에서 6.6%로 소폭 감소했다.


금연 정책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소주병엔 그 어떠한 사진도 부착되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소주병엔 한동안 인기 여성 연예인의 이미지가 붙어 있었다. 최근에는 ‘진로 두꺼비’ 등 동물을 소재로 한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순하게 달콤하게’, ‘온다.온다.느낌이 온다! 초깔끔한 맛’ 등의 광고 문구로 음주를 부추겼다. 충청권 주류기업 맥키스 컴퍼니는 소주 ‘선양’의 모델로 걸그룹 미연을 발탁하기도 했다.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화이트진로의 ‘켈리’ 광고에서는 인기 연예인 손석구가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며 음주를 권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더해 오비맥주의 ‘한맥’ 광고 모델은 배우 수지, 롯데 맥주 모델에는 인기 걸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선정됐다. 장소 역시 술에게 관대했다. 술집은 아파트·학교·학원가 등 어느 곳에서나 널리 퍼져있는 반면, 흡연구역은 점점 그 범위가 줄어들어 흡연자들을 도로로 내몰았지만 음주를 제한하는 곳은 드문 상황이다.


타인에게 끼치는 피해 ‘술이 더 심각’…음주 광고·방송 ‘청소년 음주사고 주요 요인’


▲ 음주광고와 방송은 성인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 사진은 배우 수지의 오비맥주 한맥 광고장면(위)과 배우 손석구의 화이트진로 광고장면. [사진=화이트진로·오비맥주]

 

간접흡연의 유해성에 대해선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흡연권보다 비흡연자의 건강을 우선시하는 정부의 금연 정책은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술은 그 위험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받는 제재의 수위가 미비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정도만 따지면 담배보다 술이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음주는 자신의 몸을 해치는 것은 물론 주변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며 심지어 음주운전·취중폭행 등 타인으로 하여금 억울한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다. 만취 상태로 싸움을 벌이고 이로 인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또한, 범죄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음주 사실이 드러나면 정상 참작 되기도 하는 황당한 일들이 그동안 적지 않게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너그러운 음주 규제와 이에 따른 분위기가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음주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 교수는 “음주는 분명히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인데 사회적으로 너무 기호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유명 연예인을 통한 음주 광고와 방송이 인기를 끌면 아직 판단의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음주가 당연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지 교수는 “최근에 일어난 음주사고들을 보면 가해자가 어린 20대 청년들이 많듯이 소년들이 TV, 유튜브, OTT를 통해 술 문화를 가볍게 접하게 되면 후에 관련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며 “술을 권장하고 일반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어른들부터 바꿔 나가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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