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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어두운 자화상, 슈링크플레이션 꼼수 기승
고물가 시대 어두운 자화상, 슈링크플레이션 꼼수 기승

 

▲ 해외를 필두로 국내에서도 양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은 마트 식품 코너 전경. ⓒ르데스크

 

고물가 시대의 여파로 제품 가격 인상뿐 아니라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제품의 양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슈링크(Shirnk·줄어들다)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상승)의 합성어다. 용량을 줄인다 해도 고지할 의무가 없다보니 소비자들이 이를 차리기 쉽지 않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의 인기 과자인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 의혹을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레오 크림이 줄었다는 불만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크림 양이 두 배로 들어갔다는 ‘더블 스터프 오레오’에 일반 버전 크림이 들어갔고 오리지널 버전의 크림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오레오 제조사인 몬델리즈 측은 쿠키와 크림의 비율을 바꾸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더크 반 드 풋 몬델리즈 최고경영자(CEO)는 “제품의 품질을 갖고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면 제 발에 총을 쏘게 되는 격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미국 소비자들은 오레오 쿠키 사진을 비교하며 계속해서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 레딧의 한 유저는 “내가 오레오만 몇 년을 먹었는데 모르겠냐”며 “크림 양이 줄은 것은 확실한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줄였는지 우리는 밝혀야 한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슈링크플레이션이 성행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보호단체 컨슈머 월드에 따르면 스포츠음료 게토레이는 1병 용량을 32온스에서 28온스로 줄였다. 나초 과자 도리토스 한 봉지 용량도 9.75온스에서 9.25로 감소했다. 구미 젤리의 대표명사인 하리보도 올해 7월 일부 제품 중량을 20%나 축소시켰다.

 

국내 기업들도 용량빼기…"가격 인상보다 더 나빠"  

 

▲ 해외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을 방지하려는 법안이 추진 중이다. 국내도 소비자에게 변동사항을 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게토레이 한 병의 용량이 32온스에서 28온스로 줄어든 모습. [사진=마우스프린트 갈무리]

  

국내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이 포착되고 있다. 풀무원 핫도그 ‘탱글뽀득 핫도그’는 제품중량을 500g에서 400g으로 줄였다. CJ제일제당 숯불형 바비큐바도 280g에서 230g까지 가벼워졌다. 그밖에 해태 고양만두, 농심 양파링, 오비맥주 카스 등 제품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을 줄였다. 정부의 물가 인상 제지 압박에 못 이겨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우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유에서 자취하는 이하나(27·여) 씨는 “지갑도 냉장고도 너무 가벼워 졌다”며 “물가가 올라 안 그래도 힘든데 거기에 양까지 줄이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 무조건 싸게 팔라는 건 아닌데 그래도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선에서 가격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 차리기 어렵단 점이다. 수원에 거주하는 김경선(54·여) 씨는 “즐겨먹는 만두 양이 줄어들었단 것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며 “뭔가 양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기분 탓이거니 하고 넘어갔는데 실제로 줄였다니 배신감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용량을 늘릴 때는 선심 쓰는 양 대대적으로 광고하더니 줄이는 것도 알려줘야지 정상 아니냐”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고지를 의무화시키는 추세다. 프랑스는 제품 용량 변화 고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고, 독일 또한 용량을 몰래 줄이는 행위를 ‘소비자 기만’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은 이미 제품 용량이 변하면 이를 6개월간 표시하고 있다.


국내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고지할 의무가 아직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을 알리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용량을 줄이면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며 “소비자가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정부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슈링크플레이션 고지는 소비자보다 기업을 위해서란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 몰래 용량을 줄이는 행위로 단기간 이득을 볼 수는 있지만 언젠가 들킬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라는 더 큰 손해로 이어진다는 계산이다.


이은희 인하대한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고지할 필요가 없어 가격 인상보다 더 편할 수 있어도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라 생각하면 안된다”며 “결국 소비자들은 언젠가 알게 될 것이고 그때 느끼는 배신감은 가격 인상보다 더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요즘 ESG 경영을 강조하는데 소비자에게 솔직해 지는 것이 가장 강력한 ESG 경영이다.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소비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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