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편해요”…역대급 임금격차에도 비정규직 급증
“포기하면 편해요”…역대급 임금격차에도 비정규직 급증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의 비정규직 선호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에도 악영향을 초래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6~8월 비정규직 근로자가 벌어들인 월평균 임금은 195만7000원으로 정규직 근로자 임금 362만3000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격차는 166만6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2020년 152만3000원, 2021년 156만7000원, 지난해 159만9000원으로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역대급 임금격차와 더불어 청년층 비정규직 증가도 두드러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20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1년 전보다 9000명 늘어난 14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30대 비정규직 근로자 수도 지난해 98만9000명에서 6000명 늘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해 비정규직 증가에서 특이한 점은 큰 임금 격차에도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청년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올해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한 근로자는 59.8%로 지난해 대비 4.2%나 폭증했다. 비정규직을 선호한 이유로 ‘근로조건에 만족한다’는 답변이 62.4%로 가장 많았다.


과거에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가기 위한 사다리 역할이나 혹은 임시 생계 수단이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이유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그래픽=김문우] ⓒ르데스크

 

20대 청년들은 만족할 만한 조건의 정규직이 아닐 바에는 비정규직이 좋다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으로 1년 일하고 두 달 전 퇴사한 김한희(27·여) 씨는 “정규직도 좋지만 비정규직보다 못한 자리도 많다”며 “비정규직이면 일에 대한 책임감 비교적 적어 편한 것도 있고 계약이 끝나면 실업급여라는 이점도 있기에 삶의 질만 놓고 본다면 비정규직도 나쁘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원하지 않는 정규직에 묶여 정작 기회가 왔을 때 날리기보다는 비정규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자격증을 따거나 취업준비를 하는 편이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0대 청년들의 비정규직 이유는 20대와는 다르다. 30대의 경우 연애, 결혼, 집, 출산 등을 포기하며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혼자 산다고 가정하에 비정규직 임금만으로 충분히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에서 2년간 근무하고 비정규직으로 돌아간 이병철(33·가명) 씨는 “엄청난 업무와 상사 스트레스로 대기업임에도 정말 지옥같았다”며 “그리고 대기업서 아무리 일해도 투자 대박이 아니면 집 한 채도 못 사는 현실에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퇴사했다”고 밝혔다.


또 “비록 비정규직이지만 지금이 정신적 행복이 더 큰 것 같고 먹고사는 것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비정규직 증가는 이전보다 더 위험한 징후라고 경고한다. 단순히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해결은 양질의 일자리라는 명확한 해결법이 존재하지만 자발적이란 것은 여러 사회적 문제가 복합적으로 섞인 만큼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 미래발전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 입을 모은다.

  

정현숙 방송통신대 교수는 “가장 도전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며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청년 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꿈을 펼치지 못하는 국가는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없다”며 “청년 세대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가족을 형성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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