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부터 의대를 준비하는 이른바 ‘의대준비반’ 학원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대치동과 목동의 유명학원은 고난이도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입학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서브학원까지 생겨날 정도다. 입학 경쟁부터 치열하다보니 학부모들 사이에선 학원 입학이 고시나 다름없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르데스크 취재에 따르면 대치동에 소재한 A학원 초등 의대준비반에 들어가기 위해선 학원의 입학 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야 한다. A학원 교재에서 나온 문제가 재출제되는 경우가 많아 A학원의 교재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소위 ‘서브학원’이라 불리는 곳에서 진행된다.
학원을 가기위해 또 다른 학원을 다니며 준비하는 것이다. 서브학원에는 초등 1~2학년 학생은 물론 아직 유치원생인 7살도 있다. 이들은 A학원 등원을 위해 유치원 때부터 중·고등 수학 일부를 공부한다. 이후 서브학원에서 내실을 다지고 A학원 입학 테스트에 도전하는 식이다.
또한 서브학원에서는 실제 A학원 재학생도 많이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서브학원을 다시 다니는 이유는 레벨업이나 학원 전체 시험을 앞두고 숙제 등의 모르는 부분을 다시 한 번 정리하기 위함이다. 학원에서 치러지는 시험이 학교 중간·기말고사보다 치열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A학원이 디딤돌 응용과 최상위 수학을 세트로 초등 교과 심화수업을 진행해 초등 저학년부터 고등수학의 밑바탕을 만들어주는 학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학원의 학원비는 초등 1~3학년 기준 주1회 교과수업의 경우 15만~18만원이고, 심화과정이 추가되면 30만~40만원으로 집계됐다. 물론, 소수정예다.
A학원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는 학부모 김수정(35·여·가명)씨는 “이 학원은 심화문제를 익숙하게 하는 것에 능하다고 소문이 났다”며 “또한 높은 수준의 학원을 다니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 프라이드로 작용해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아이도 서브학원을 통해 힘겹게 들어갔다”고 말했다.
목동 ‘세분화된 S·K·Y 초등의대반’…“유치원생부터 중·고등 수학 공부”
대치동뿐만 아니라 목동에서도 의대 준비 초등반이 즐비했다. 서울 목동에 있는 한 수학학원은 현재 초등 의대반 3반을 개설 후 운영 중이다. 모집학년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으로 입학테스트 후 선발된다. 정원은 한 반에 6명에서 8명 소수정예로 이뤄진다. 수강료는 30만~40만원 사이다.
해당 학원은 의대를 세분화해 의대S반·의대K반·의대Y반으로 나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시간은 하루 3시간으로 일주일에 3회 수업이 진행된다. 커리큘럼의 경우 고등수학 상·하, 수1·2, 미적분 진도까지 모두 다 끝낸다. 또한 고등과정 진행 시 두 달에 한번 씩 고등 사설 모의고사를 응시하고 성균관대학교 경시대회 준비도 이뤄진다.
수업 진행은 매 수업시간 테스트가 이뤄지고 매일 시험결과 및 학습내용이 학부모에게 전화 또는 문자로 전달된다. 숙제 미이행시 당일 남아서 끝내야만 귀가할 수 있다. 교재는 ▲일품 ▲최상위 수학 ▲블랙라벨 ▲최고득점수학 등을 사용했다.
목동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정규민(32·남·가명)씨는 “최근 의대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늘면서 입시에서 가장 큰 벽인 심화수학에 대한 부모님들의 요구가 폭발적이다”며 “의대를 가기 위해서 유치원 때부터 중학수학 이상을 공부하는 것은 남보다 앞서가기 위해 필연적인 것이다”고 강조했다.
초등 의대 열풍 전국 확산…“지방의대 입학 위해 이사 고민”
초등 의대 열풍은 단지 서울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경기·인천을 포함해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경남권역을 보면 부산대, 울산대 등 6개의 의대가 있어 부산 지역 초등 의대반 열풍이 뜨겁다. 서울 유명 학원들의 지점 역시 해운대와 사직동으로 많이 내려온 상태다.
지방의 경우 지방대육성법 시행령에 따라 올해부터 지방의대 정원 40% 이상이 지역인재로 의무 선발된다. 현재 전국 의대 정원 3058명 중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023명으로 비수도권 의대 신입생 비율이 전체의 66%를 넘는다.
선발 비중이 높다보니 자연스레 지방 학부모들의 관심도 역시 커지고 있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낮은 경쟁률로 의대 입시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및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치동에서 만난 최진은(31·여)씨는 “애기 아빠가 의사라 우리 애도 꼭 의대를 보내고 싶은데 지역인재 전형 때문에 의대 입시에 있어 불리함을 많이 느낀다”며 “요즘은 지방 의대도 서울대 위에 있기 때문에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를 데리고 부산이나 대구로 내려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용근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는 “학원에서 수학 선행학습을 과도하게 시켜 충분한 이해 없이 문제 푸는 스킬만 주입받게 되면 문제 해결 능력에 차질이 생긴다”며 “수학 문제를 푸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두고 자기 리듬에 맞게 스스로 문제 푸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오 교수는 “최근 수포자라 불리는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과거에 비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부모의 조바심과 남보다 잘 해야 한다는 과도한 경쟁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좌절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이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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