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가 ‘조합원 자녀 우선채용 조항’을 고집하며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의 고용세습 요구에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11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결국 노조는 오는 12일부터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파업은 9일까지 주야간 각 4시간씩, 하루 총 8시간으로 진행된다. 20일에는 오전 6시간, 오후 6시간 등 총 12시간 파업한다.
가장 큰 쟁점은 고용세습 여부다. 회사 측은 ▲연내 300명 신규 채용 ▲호봉 급제 개선을 통한 기본 급제 도입 등 노조 요구를 수용했지만, 먼저 노조가 고용세습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고용세습 조항은 기아 노사 단체협약 제26조 1항으로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이나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내용이다.
기아 노조의 고용세습 고집에 청년층은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특히 취준생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경기 침체로 인해 모든 청년들이 취업난이라는 힘든 시간을 보내왔는데 단순히 부모가 노조라는 이유로 대기업에 취업한다는 것은 공평하지 않단 것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구직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강재현(28) 씨는 “요즘 세상에 세습이 어디 있냐 노조의 자녀가 스펙이란 것이 말도 안 된다"며 “그러면 우리 아버지는 은행에서 감사패까지 받으며 정년퇴직하셨으니 나도 은행원으로 바로 취업시켜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비판했다.
취준생 뿐만 아니라 이미 취업에 성공한 직장인들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석사과정까지 끝내고 취업에 성공한 김미나(30·여) 씨는 “누구는 취업난에 죽어라 고생해서 석사까지 끝내도 취업이 될까 말까 인 상황인데 고용세습은 역차별이라 생각한다”며 “아버지가 노조란 이유로 취업되는 것만큼 불공평한 게 어디있냐”고 말했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이 조항이 균등한 취업 기회를 보장한 헌법과 고용정책기본법을 위반한다고 판단해 해당 조항을 폐지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기아 노조는 내부 절차 등을 이유로 아직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앞서 기아는 노조에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인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400%+1050만원+상품권 25만원 성과금 등을 제시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10일 진행된 제14차 임단협 본교섭에서 사측의 불성실함과 만행에 더는 인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측은 노조 요구안을 무시한 채 현대차와 똑같은 제시안을 고집해 그룹 사내 서열화를 고착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조항의 '우선채용' 개정 요구에 앞서 정주영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지는 불법 경영 세습부터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여론은 노조의 고집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얼마나 좋은 직장이면 자식에게도 물려주려고 할까”라며 “일 더 잘할 수 있는 인재들이 줄 서있는 만큼 그냥 다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또한 고용세습 조항 자체가 현행법 위반인 만큼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노조 입장에서는 사문화된 조항이라도 본인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공정한 채용이 시대정신이 된 상황에서 논란을 키우기보다 노사 간 공정 가치를 우선에 두고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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