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파탄 · 건강악화, 고통 극심”…아도페이 사태 피해자의 절규
“가정파탄 · 건강악화, 고통 극심”…아도페이 사태 피해자의 절규


▲ 아도페이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제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문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또 피해자들이 대부분 고령자라서 소송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단 것도 피해를 가중화 시키고 있다. 사진은 아도페이 피해자본부에 모인 피해 내역과 위임장. ⓒ르데스크

  

“월 이자만 360만원, 몸무게는 6kg이나 빠졌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사형선고를 받았음에도 가족에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피해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하는 아도페이 사태가 발생한 이후 피해자들의 고통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노령층이다보니 경제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도페이는 주식회사 아도에서 운영하는 각종 플랫폼에서 이용되는 가상화폐다. 투자자를 유치할 당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며 투자를 부추겼지만 수익은커녕 원금 인출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용산 대통령실, 법무부, 검찰청 등에서 시위를 벌이고 소송전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아도페이 대표인 이 모 씨를 구속한 뒤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석에 가족들 볼 면목이 없어요"…아도페이 사태, 가정파탄 호소

 

▲ 아도피해자 대다수가 가족에게 현 상황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피해 사시을 가족이 알게될 시 가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사진은 아도페이 투자내역을 보고 한숨을 쉬고 있는 피해자. ⓒ르데스크

   

시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현자(62·가명) 씨는 아도페이 투자로 딸의 결혼생활이 파탄날 위기에 처했다. 최 씨가 아도페이에 투자한 금액은 1억5000만원으로 그중 5000만원은 딸에게 빌린 돈이다. 나머지는 최 씨가 몇 년간 모은 4000만원과 대출받은 6000만원이다.

 

최 씨가 딸에게까지 돈을 빌려 아도페이에 투자한 이유는 딸이 결혼할 때 집 한 채 못해준 게 한으로 남아서다. 딸의 신혼집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아도페이 사태라는 비극이 돼 돌아왔다. 최 씨가 가장 우려하는 건 혹시나 이 사실이 사위에게 알려져 딸의 결혼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다.

 

최 씨는 “나 홀몸이었다면 그냥 전부 다 포기하면 그만이겠지만 딸의 돈까지 들어가 있는 만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그저 손자들이 생기기 전에 딸에게 집 한 채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에 투자한 것뿐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이어 “지금 가장 두려운 것은 다가오는 추석이다”며 “내가 무슨 면목으로 딸과 사위를 볼 수가 있겠나, 내 돈 찾는 것은 욕심 없다 적어도 딸의 돈만이라도 찾고 싶다”고 밝혔다.

 

▲ 피해자 대다수는 본인보다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용산 대통령실 앞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는 아도페이 피해자 모임. ⓒ르데스크

  

아도페이 사태로 가정파탄 위기를 겪고 있는 건 최 씨에 그치지 않았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슬하(51·가명) 씨는 자녀들 학자금까지 투자했다가 대학생인 두 아들이 모두 휴학하게 됐다. 자녀에게 더 좋은 환경을 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투자했지만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하면서 아들의 장래를 막았단 생각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씨는 다시 아들 2명을 학교로 보내기 위해 최근 아르바이트를 2개나 늘렸다. 이 씨가 감당하는 이자만 월 350만원이다. 밤낮없이 일하며 피해 복구에 모든 것을 쏟고 있지만 고금리의 이자 상환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다.

 

이 씨는 “해준 것도 없는데 서울권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자랑스러워 자취방 보증금이라도 지원해 주고 싶은 마음에 아도페이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학자금이 없어 학교를 포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며 “부모로서 자식 지원은 못해줄망정 오히려 앞길을 막았단 생각에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다”고 토로했다.

 

“스트레스로 건강마저 악화”…고령 피해자 경제·신체적 고통 극심

 

▲ 일부 피해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신체적으로도 고통을 받고 있다. 상황이 장기화 된다면 지병을 가지고 있는 고령층들의 건강 또한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1인 시위를 진행하는 고령의 피해자. ⓒ르데스크

  

피해자들의 고통의 단순 경제적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자인 만큼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궤양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는 신혜연(60·가명) 씨는 최근 국립암센터에 방문해 대장암 검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암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아도페이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몸무게가 6kg이나 빠지고 지속적이 하혈을 하는 등 체력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신 씨는 오래전부터 궤양에 시달리면서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남편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아도페이를 시작했다. 신 씨의 경우 아도페이의 피해를 복구해 준다는 상급자의 말을 믿고 2차 투자까지 진행해 피해가 더 커진 상황이다. 신 씨가 밝힌 피해 금액은 1억7000만원이다.

 

신 씨는 “최근 하혈에 몸무게까지 줄어 걱정스러운 마음에 암 검사까지 받았다”며 “다행히 암은 아니지만 지병이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는 것을 몸으로 느껴질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 가면 정말 돈보다도 건강을 잃어서 죽을지 모른단 생각이 든다. 아도페이 관계자들은 살인자와 다름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 피해자들 대다수가 피해를 복구하기위해 아르바이트나 공사장 등을 다니며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고령의 나이로 일하다 중상을 입어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했다. 사진은 용산 대통령실 앞 아도페이 피해자 시위. ⓒ르데스크

  

퇴직 나이임에도 중노동을 하던 김경수(67·가명) 씨도 아도페이 피해를 메우기 위해 중노동을 강행하다 척주 협착증으로 걷지도 앉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병원에서는 수술이 시급하다고 말했지만 아도페이에 모든 돈이 묶여있어 수술할 돈이 없다. 최근에는 허리에 있던 통증이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등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 씨가 투자한 금액은 7000만원으로 그동안 모은 노후자금을 모두 투자했다.

 

김 씨는 “당장 쓸 돈이 없으니 먹고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부상까지 당하니 이제 진짜 모든 것을 놓고 싶은 심정이다”며 “내 돈을 내가 다시 빼겠다는데 뭐 이리 힘든 건지 아직도 잘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또 “이제 돈도 없고 몸도 마음도 다 망가져 추석에 가족을 볼 자신도 없다. 아도페이 관계자들이 죗값을 치르며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기를 기도한다”며 분개했다.

 

전문가들은 아도와 같은 폰지사기가 의심되는 사건은 최대한 빨리 수사해야 피해자들의 금액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금 세탁이 끝난 후에는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또 다른 장기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관계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빠른 소송과 구속수사를 통해 작금을 세탁하기 전 자금을 파악해야 피해자들의 원금을 지키기 수월한데 최근 소송을 방해하거나 혼선을 주며 방해하려는 일들이 포착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아도피해자본부 관계자는 “경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버티기 힘들다는 피해자들의 호소가 급증하고 있다”며 “피해자만 3만5000명이 넘는 사건으로 피해자들은 가정이 파탄나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에 걸리기 일보 직전인 만큼 사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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