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근마켓이 대기업에서도 보기 힘든 역대급 조건을 내걸며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고용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급성장했지만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해 적자에 시달리는 등 재무악화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31일 IT업계 등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약 60여 개의 직군에서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개발자 채용공고는 초봉 6500만원에 무제한 자율휴가라는 엄청난 조건을 내걸었다. 그 밖에 식사부터 교육, 교통 등 기본적인 복지 모두 국내 기업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해당 채용공고는 구인구직 플랫폼 채용 지원율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당근마켓은 플랫폼 사이즈에 비해 비즈니스 모델(BM)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네 중고거래를 꽉 잡고 있지만 이를 수익화하지는 못했다. 당근마켓은 광고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만한 수입원이 없는 상황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비지니스를 다각화하면서 새로운 인력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지난해 기준 매출 499억원에 영업손실 556억원인 적자 기업이다. 적자의 주요 원인은 인건비로 직원 급여 지출금액만 324억원, 복리후생비도 50억원이다. 인건비로 인한 적자 상황에도 인력을 더 보충하는 당근마켓의 행보는 업계에서도 의아하단 반응이 나온다.
카카오·베스파 전철 밟나…고용안전성 우려 확산
청년들이 당근마켓에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고용안정성이다. 파격적인 채용 조건이라도 단기간에 끝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개발자’ 직군이 근속연수가 짧기로 유명하다.
대구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이기환(28) 씨는 “개발자는 프로젝트가 시작할 때는 많이 필요하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많이 필요 없어 이직이 굉장히 잦은 직군이다”며 “이전부터 개발자 선배들이 개발자는 회사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며 충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근마켓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당장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느라 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추후에는 일부 능력 있는 개발자를 제외하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초기 성장단계에서 개발 인력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업계 최고 복지를 약속한 기업들 중 경영 악화로 고용안정성을 책임지지 못한 전례가 있다. 업계 최고 대우로 유명했던 카카오의 경우 최근 구조조정에 들어가 노조와 대립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 직원들은 고용불안을 느끼며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킹스 레이드’로 유명한 베스파도 비슷한 케이스다. 중소기업임에도 게임업계 최고 수준 연봉과 복지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결국 지난해 전직원을 권고사직시키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당근마켓 채용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조건인데 조만간 회사가 당근에 올라올 것 같다”,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복지 늘리다 골로간 회사들로부터 배운 게 없냐” 등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취준생 절반 이상 “연봉보다는 고용 안정성 원해”
코로나19 이후 연봉이나 복지보다 고용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노동의 미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직장 선택에 있어 고용안정성(54.3%)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뒤를 이어 연봉·복지(14.4%), 근무환경(13.9%) 순으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절정인 2021년 순위는 연봉(38.1%), 근무환경(23.4%), 고용안정성(18.7%) 순으로 매우 상반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금리와 경기 침체 영향으로 연봉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희망하는 취준생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코로나 이전 저금리 시절에는 투자와 각종 지원금으로 직장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일자리가 없는 순간 위험한 경제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준생들은 당근마켓의 고용안정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당근마켓 채용에 지원한 개발자 김우석(30) 씨는 “당근마켓 채용이 구미가 당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발자 단톡방에서는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까란 말도 나오고 있다”며 “원래 개발자들이 옮겨 다니는 직군이지만 지금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최대한 몸을 사리고 안정적인 직장에 있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억대 연봉을 자랑했던 개발자들의 대우도 이전과 같지 않다. 경기 침체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 등 주요 IT 기업들이 개발자 채용을 대폭 줄이는 추세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 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T 기업 신규 공고수는 3만여 건으로 전년 동기 4만5000건 대비 1만5000여건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로컬 비즈니스에 집중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성장 로드맵에 따라 현재 이용자가 지역에서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다"며 "국내 하이퍼로컬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이어나가며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고 밝히며 파격적인 채용 행보를 고수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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