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업계가 청년의 자산형성을 돕는 특화상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정부가 출시한 청년도약계좌 등 청년통장이 부담스런 납입 금액과 만기, 까다로운 조건 등으로 청년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시중은행에서 출시한 금융상품의 경우 납입기간이 짧고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어 청년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주식과 비트코인 등 무분별한 투자로 손실을 본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고금리 적금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인 이동주(26·남)씨는 “올해 드디어 취업에 성공해 사회초년생이 되었고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져 6월에 청년도약계좌를 신청했지만 한 달 납입 후에 바로 중도 해지했다”며 “현재 한달 월급 실수령액이 200만원 초반대인데 여기서 70만원을 적금으로 넣는 것이 너무 부담되고 가입기간도 5년으로 너무 길어 실효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 연이은 청년 적금상품 출시…‘고금리 적금에 통신 제휴상품까지’
청년도약계좌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청년들의 관심은 시중은행 고금리 적금상품에 쏠리고 있다. 최근 출시된 시중은행 적금상품은 가입기간이 짧고 금리를 제공하는 양상을 보인다.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월 납입한도가 적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사회초년생 등 청년층에선 소액으로 안정적인 목돈을 만들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신한은행의 ‘신한 청년저축왕 적금’이 인기다. 청년 포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출시됐다. 만 18세 이상 만 39세 이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월 30만원까지 입금 가능한 상품으로 12개월 기준 최고 연 5.65%의 금리를 제공한다.
특히 적금 가입고객이 청년세대인 점을 고려해 고객 본인의 결혼 및 주택마련을 위해 중도 해지를 신청하면 중도해지금리가 아닌 기본금리(4.35%)가 적용된다.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따르면 해당 상품은 자유적립식 적금 중 가장 높은 이자율을 기록했다. 본 상품은 올해까지만 가입이 가능하고 20만좌 제한이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 청년저축왕 적금은 출시 한달여 만인 4월에 벌써 10만좌를 돌파했고 현재 판매 중이긴 하나 가입 구좌수가 20만좌 제한에 거의 육박했다”며 “업계에서도 정부의 청년 정책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잠재적 미래 주요 고객들의 신뢰를 확보한 성공적인 적금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20대를 위한 고금리 적금 상품인 ‘스무살 우리 적금’을 운영 중이다. 20대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최고 연 4.1% 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생활패턴에 따라 매월 꾸준히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정기적금(도전형)과 자투리 돈을 모으고 비상시 중도인출도 가능한 자유적금(절약형) 두 가지 형태로 판매된다.
카카오뱅크의 ‘26주적금’은 26주 동안 매주 가입금액만큼 저축금액을 늘려가며 누구나 쉽게 저축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상품으로 1000원·2000원·3000원·5000원·1만원 중에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자동으로 저축된다. 기본금리는 3.5%로 7주 연속 성공시 우대금리 1%, 26주 연속 납입에 성공할 경우 2.5%가 제공돼 최대 7.0%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더해 청년 전용 상품의 경우 고금리의 적금 상품과 더불어 통신 제휴상품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을 활용해 청년 전용상품인 ‘KB청년도약 LTE요금제’를 최근 출시했다. 가입대상은 만 19세 이상 36세 이하 청년으로 데이터·음성·문자서비스가 무제한 제공되는 조건에서 KB국민은행 계좌만 갖고 있다면 LG유플러스망을 월 2만7500원에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동일 조건에서 일반 LTE 무제한 요금제(월 3만300원)보다 월 2800원이 저렴하다.
직장인 이현주(30·여)씨는 “저는 현재 직장인 5년차인데 그동안 적금으로만 2억원 정도를 모았고 지금 목돈을 가진 채 퇴근 후 부동산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며 “월 납입금액이 적지만 높은 이자율을 가지고 있는 적금들을 여러 개 찾아 돈을 쪼개서 일일이 납입한 뒤 만기가 되면 월 납입금액이 큰 새로운 적금에 엎는 식으로 돈을 운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 직장동료나 친구들을 보면 5000만원도 채 되지 않은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물론 각자의 재테크 방식이 있지만 손실을 보고 팔거나 주식에 돈이 물려있어 뺄 수 없는 경우가 정말 많았고, 목돈을 모으지 못한 채 계속해서 돈이 쪼개지는 것을 옆에서 수도 없이 봐서 손실위험이 없지만 일정 수익을 제공하는 적금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고금리 적금, MZ ‘빚투’ 예방에 안성맞춤…청년세대 안정적 자산 증식 중요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한 은행업계의 적금 상품 출시에 대해 전문가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주식과 비트코인 등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청년층의 금전적 피해가 컸던 만큼 고금리 적금을 통해 안정적인 자산 증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병구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의 급등으로 청년들 사이에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빚투’가 급증하며 청년 금융이 굉장히 불안정해졌다”며 “청년 빈곤은 저출산을 야기하고 이는 곧 사회 붕괴를 일으키기 때문에 청년들이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현재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일이다”고 밝혔다.
이어 민 교수는 “이러한 상황 속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고금리 적금 상품을 내놓아 청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자연스럽게 빚투를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아주 좋은 현상이다”며 “목돈을 가지게 되면 투자에 있어 신중함도 커지게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은행 상품 출시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들 사이에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와 최근 엔저에 따른 엔테크가 성행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청년들은 자금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있어 한방을 노리는 경향이 많고, 환율 차익을 얻기 위한 엔화 투자 역시 위험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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