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16% 이사회 독식구조, 경영진 견제·감시 유명무실
중견기업 16% 이사회 독식구조, 경영진 견제·감시 유명무실
▲ 국내 상장 중견기업 이사회 15.8%가 가족중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기업 소유권과 경영권을 모두 오너일가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시체계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도심 전경. [사진=뉴시스]

 

국내 상장 중견기업에서 가족중심 오너 일가의 경영 독식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의 가족중심 경영에 대한 감시체계가 부족하단 지적이 나온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상장 중견기업 722개사의 5월 기준 이사회 구성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오너 일가가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기업이 114개사로 전체의 15.8%에 달했다. 지난해 말 대비 112개사(15.5%)에서 두 곳 늘어났다.


상장 중견기업 중 오너 일가 비율이 50%를 넘고, 인원이 3명 이상인 기업은 총 30곳이었다.


화천기공의 경우 전체 이사회 구성원 8명 중 무려 5명(62.5%)이 오너일가로 조사됐다. 화천기공의 이사회에는 권영열 회장과 그의 동생 권영두 부회장, 아들 권형석 사장, 조카인 권형도·권형록 이사 등으로 구성됐다.


신대양제지 역시 이사회 9명 중 5명(55.6%)이 오너 일가로 밝혀졌다. 권혁홍 회장과 배우자 이경자 이사와 권지혜, 권택환 권우정 등 3 자녀가 이사회에 등록됐다. 한국주철관공업, 금화피에스시, 휴스틸, 유성티엔에스, DSR제강의 이사회에서도 오너 일가가 각 4명씩 포함돼 있다. 국내 상장 중견기업 이사회에 오너 일가 3명을 선임한 기업은 23개 사, 2명을 선임한 기업은 84개다.


조사한 722개사 이사회의 전체 이사 수는 총 3752명이며, 이중 오너 일가는 872명으로 23.2%에 달했다. 500대 기업의 오너일가 비율 9.7%(177명)보다 13.5%p나 높았다. 또한 상장 중견기업 이사회의 평균 오너 일가 수는 1.2명으로 대기업(0.7명)보다 많았다.


오너 일가를 1명 이상 선임한 중견기업은 총 579개사(80.2%)로, 오너 일가를 1명 이상 선임한 500대 기업 134개사(50%)보다 30.2%p 높았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국내 중견기업 지배구조를 두고 견제장치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영권과 소유권을 동시에 가족에게 승계하게되면 경영을 감시하고 평가하는 이사회의 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해외 기업들의 경우 가족에게 기업승계를 많이 했지만 3세대, 4세대가 지나면서 많이 희석된 상태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에도 자녀와 후손들에게 회사의 지분과 소유권을 주는 경우는 아직도 많지만 경영권을 주는 경우는 매우 적다. 해외의 기업들은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권을 주고 회사 지분을 후손에게 승계하는 것이 국내 기업들 보다 많은편이다.


회사 지분 소유와 경영권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미국에서는 CEO 또한 직원에 불과하다. 주주와 이사회들이 CEO를 해고하는 것은 그리 새로운 장면이 아니다. 이사회에서 경영자 성과와 능력에대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사회까지 가족경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경영자를 감시할 장치가 전무해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문경영과 가족경영 중 무엇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대체로 오랜 역사를 지닌 수공업이나 변동성이 적은 산업의 경우에는 가족경영이, IT와 같이 혁신과 변화가 필요한 산업에는 전문 경영이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기업의 장기적 계획을 봤을 때는 가족경영이 더 유리한 반면, 전문경영인은 단기적 성과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오랜 역사를 지닌 해외 기업들 중에서도 가족경영을 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경영독식이 됐을 시 이를 감시하는 장치가 없다면 문제가 발생해도 소유권과 경영권을 동시에 지닌 오너일가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규모 기업집단의 오너 중심 경영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끈 주역이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며 “하지만 그룹 경영이 오너 3세나 4세로 이어지면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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