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휩쓴 ‘어른의 플렉스’…“명품 소비 보다 행복”
MZ세대 휩쓴 ‘어른의 플렉스’…“명품 소비 보다 행복”
▲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자 청년층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플렉스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른의 플렉스라고 불리는 새로운 소비 문화는 어렸을적 원했던 물건을 마음것 구매함으로 소비 만족감을 채우는 방식이다. 사진의 어른의 플렉스 시초로 추정되는 제티 20개 글과 엑설런트 플렉스 커뮤니티 글.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고물가·고금리에 치여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진 MZ세대 사이에서 ‘어른의 플렉스’라는 놀이문화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린 시절 마음껏 먹거나 구매할 수 없었던 간식이나 음료, 장난감 등을 산 뒤 이를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 올려 자랑하는 식이다. 값비싼 명품이나 사치품을 구매해 과시하던 모습과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어른의 플렉스’ 제목을 단 게시물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우유 2리터(L)에 제티를 타먹는 모습을 올렸다. 제티는 밍밍한 흰 우유를 맛있는 초코우유로 바꿔주는 제품으로 80·90세대에게 있어 ‘마법의 가루’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작성자는 “결국 저질르고야 말았다”며 제티 20개 플렉스를 인증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작성글에는 “이게 어른이다 너무 멋있다”부터 “너무 무리하신 것 아니냐”, “어쩐지 눈물이 날 거 같다”, “이것이 진정한 플렉스다, 명품보다 좋아 보인다” 등 긍정적인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어른의 플렉스 인기가 확산되자 어른들은 각자 어린 시절 원했던 음식이나 물건을 구매하며 다양한 플렉스 사연이 챌리지마냥 올라오고 있다. 어떤 네티즌은 어렸을 적 고급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불리던 ‘엑설런트’를 냉장고 가득 채우기도 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놀이동산에 팔던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기도 했다. 그 밖에도 ‘짜요짜요’, ‘삼색 아이스크림’, ‘새콤달콤’ 등 다양한 어른의 플렉스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른의 플렉스 소식을 접한 90년대생 박희연(30·여) 씨는 “나도 어렸을 비싸서 마음껏 먹지 못한 셀렉션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너무 먹고 싶다”며 “2개를 먹고 싶었는데 엄마가 1개밖에 주지 않아 매번 아쉬웠는데 이제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단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 오늘 당장 찾아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명품을 사도 그 행복이 오래가지도 않고 사실 행복한지도 모르겠다. 그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원했던 것 아닌가 싶다”며 “어렸을 적 정말 순수한 행복이 그리워지고 저런 것이 진정한 플렉스 같다”고 밝혔다.

 

▲ 어른의 플렉스를 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어떤 네티즌은 어린시절 생각에 눈물이 날것 같다고도 밝혔다. 사진의 어른의 플렉스 댓글 반응. [사진=커뮤니티 갈무리]

 

MZ세대 사이에서 이러한 놀이문화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최근 급격하게 오른 금리와 경기침체 여파가 지목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양적완화 기조가 확산했다. 저금리로 인해 시장에 돈이 넘쳐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재력을 과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플렉스라는 단어도 이 시기에 나왔다. 2020년부터 청년층들 사이에 유행한 문화로 비싼 명품이나 물품을 사고 SNS를 통해 자랑하는 소비 형태를 일컬었다. 미국 힙합씬의 성공한 래퍼들 사이에서 돈이나 재력을 과시하는 문화가 국내까지 퍼져나갔고, 코로나19 팬데믹, 저금리, 가상화폐와 주식 시장의 급상승 등 여러 가지 상황까지 겹쳐 MZ 세대를 대표하는 소비문화로까지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인해 경제여건이 어려워지면서 플렉스 문화는 사라지는 추세다. 오히려 절약과 검소한 소비를 추구하는 ‘짠테크’와 ‘거지방’ 등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플렉스 문화의 본질이 고가의 물품을 사는 게 아니라 본인이 만족하는 소비를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플렉스는 시대에 따라 유행이 달라지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본인의 만족감이라는 분석이다. 박태호 한국마케팅연구원은 “플렉스 소비 트렌드는 단순히 비싼 물품을 과소비하는 트렌드가 아니다”며 “나를 위해, 나마의 만족감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플렉스다”고 설명했다. 또 “소비자들이 언제나 (과소비) 플렉스 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을 파악하는데 민감한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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