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세습 완전 근절” 선언한 尹대통령…양대노총 대규모 시위
“고용세습 완전 근절” 선언한 尹대통령…양대노총 대규모 시위


▲ 5박7일간의 국빈 방미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사실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을 겨냥해 ‘고용세습’ 근절을 선언했다. 민노총 등 양대 노총은 이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시위를 열고 ‘윤석열 OUT(아웃)’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1일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 존엄성을 인정하고 모든 국민에게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소수만이 기득권을 누린다면 그건 자유가 아닌 특권”이라며 “진정한 노동약자 보호를 위해 노사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우리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기득권 고용세습은 확실히 뿌리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모든 근로자가 자유롭게 일하고 공정하게 보상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노동가치가 진정으로 존중받는 선진형 노사관계로 가기 위해 노동약자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 정부뿐 아니라 근로자‧사용자‧사업주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노동을 유연화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타파할 것”이라며 “우리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동현장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 2018년 11월 하태경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S사 노조의 요구로 노조 조합원의 자녀‧친인척 등 40여명이 2011년부터 2013년과 2018년 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민노총 고용세습 화이트리스트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치권에 의하면 민노총 등에서는 고용세습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민노총 금속노조 울산지부 소속 S사 노조 요구로 2011~2013년과 올해(2018년) 노조원 자녀‧친인척 등 40명이 채용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하 의원이 공개한 2018년 6월5일자 S사 회사소식지에는 당시 노조 집행부가 2018년 2월 생산계약직 신규채용 과정에서 조합원 자녀를 우선 채용하며 채용인원 12명 중 10명을 자녀로 할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퇴직했거나 퇴직 예정인 조합원과 모두 채용된 조합원 자녀 10명 명단도 실렸다. 앞선 2011~2013년 고용세습된 조합원 자녀‧조카사위‧조카‧지인 등 30명 명단도 문건에 포함됐다.

 

소식지에는 노조집행부가 제시한 고용세습 우선순위도 있었다. 퇴직을 3년 앞둔 조합원 자녀가 1순위였고 퇴직을 4년 앞둔 조합원 자녀, 조합원 친인척과 지인, 대한민국 청년 순이었다. 노조는 수개월 뒤 우선 채용해야 할 후보군 20명 명단을 적은 ‘화이트리스트’도 추가 작성해 사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S사는 2017년 기준으로 연매출 2조원대 규모의 현대자동차 1순위 협력사로 생산직 연봉은 4000만~6000만원이었다.

 

하 의원은 “이번 공개는 민노총 전체 고용세습 중 빙산의 일각”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민노총 산하 전 사업장에 대해 고용세습 관련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노총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문재인정부도 별 움직임은 없었지만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고용세습 조사가 시작됐다.


▲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입구에서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회계 자료 미제출 노조 현장조사를 위해 민노총 관계자들에게 출입을 요청하고 있다. 민노총은 자료 비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자료 제출 또한 노조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행했다며 고용부의 현장조사를 거부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16일 중부지방고용노동부 안양지청은 기아자동차와 기아차 대표이사, 민노총 금속노조와 금속노조 위원장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기아차 사측과 금속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사내 비정규직,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노조)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고용부는 작년 해당 조항을 삭제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금속노조 등은 따르지 않았다.

 

고용부는 작년 100인 이상 사업장 1057곳의 단체협약을 전수조사한 결과 63곳이 고용세습 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63곳 중 최소 25곳은 민노총 산하 노조와 사측이 체결한 것이었다. 고용부는 이러한 조항이 모든 구직자, 다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 보고 고용정책기본법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고용세습 조항은 공정 채용경쟁을 저해해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런 조항들은 이미 사문화됐고 이 조항으로 채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사문화 된 조항이 맞다면 왜 조항을 없애라는 명령에 불복하는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고용세습을 두고 “우리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부당한 기득권 세습” “미래세대 기회 박탈”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현대판 음서제”라고 강력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고용부 시정명령 거부 처벌수위는 미미해 고용세습 철폐를 위해선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속노조 등이 재판을 통해 유죄가 인정된다 해도 현행법상 처벌은 500만원 이하 벌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용부는 올해 국회에 제출할 공정채용법(채용절차법 개정안) 등에 고용세습 직접 처벌 등 내용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근로자의 날인 1일 오전 제주시청 정문 앞 도로에서 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이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어 윤석열정부 노동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시위를 열고 윤석열정부를 규탄했다.

 

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12시15분부터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건설노동자 전국 동시다발 결의대회’ 사전집회를 열었다. ‘단결투쟁’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한 이들은 ‘윤석열 OUT’ ‘가자 총파업’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노조탄압 자행하는 윤석열정권 심판하자”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건설노조 집회 진행자는 무대 단상에 올라 “(정부는) 노조가 ‘건폭(건설폭력단)’이라느니 노조활동 때문에 분양가가 상승한다느니, 초등학교 개교가 건설노조 때문에 지연됐다는 말을 한다”며 “경찰은 200일 가깝게 1000명이 넘은 건설노조 인원들을 조사하고 있다. 이러한 정권탄압 속에 우리는 더 활개를 칠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1만5000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1일 오후 2시부터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단상에 오른 한 한국노총 간부는 “윤 정부는 친정부‧친자본 학자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로 노동시간 임금개편 등 노동개악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은 ‘멈춰라 노동개악’ 등 손팻말을 들고서 “노동개악 저지하고 노동탄압 분쇄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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