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사는 인생인데 누구나 드림카를 한 번쯤 몰아보고 싶은 꿈은 있잖아요.”
고금리·고물가 시대에도 고가의 슈퍼카 렌트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빚을 내서 원하는 차를 사는 이른바 카푸어는 줄어든 반면 고가의 슈퍼카를 단기렌터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쏠린다. 슈퍼카 렌트 금액은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을 호가한다.
하루 100만원 슈퍼카를 빌리는 청년들
직장인 이승균(31·가명)씨는 매달 마지막 주말 슈퍼카를 렌트한다. 하루 렌트비로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쓴다. 가장 선호하는 모델은 포르쉐 카이엔이다. 렌트한 슈퍼카를 몰고 압구정이나 강남역 등 청년들이 다수 모이는 핫플레이스로 향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드라이브 하는 게 이 씨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설명이다.
이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루 동안 슈퍼카를 렌트하고 드라이브를 하면 기분이 정말 좋다”며 “내가 원하는 드림카를 미리 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또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언젠가 꼭 구매하겠다는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사회초년생인 이 씨에게 슈퍼카 하루 렌트비는 적지 않은 부담이지만 오히려 합리적인 소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씨의 월급은 300만원대 초반으로 다른 사회초년생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급 외제차를 무리해서 구매하는 거보단 슈퍼카를 단기렌트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오히려 부담이 덜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무리하게 자동차를 구매하는 이른바 ‘카푸어’의 경우 고금리 시대에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매우 힘들고, 차량 유지비에 대부분 큰돈을 쓸 수밖에 없다. 만약 사고라도 나게 된다면 그야말로 패가망신할 가능성도 높다. 빚을 내서 산다 한들 슈퍼카가 아닌 독일 3사(벤츠, 아우디, BMW)가 사실상 한계라는 설명이다.
반면 슈퍼카 렌트의 경우는 금리나 별도의 유지 비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대다수 사람들이 구매하기 힘든 슈퍼카를 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씨는 슈퍼카 렌트를 일종의 여행이라 생각하며 사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루 최소 40만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달에 딱 한 번 나를 위해서 쓰는 돈이라 아깝지 않다”며 “남들이 여행이나 게임에 돈을 쓰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때 나는 호텔이나 게임 아이템 대신 차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슈퍼카 렌트 비용 25만~600만원 천차만별…“스포츠카보단 고가 SUV 선호”
고가의 수입 외제차를 직접 구매하는 거보단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이 씨의 설명과 달리 슈퍼카 렌트 비용은 결코 적지 않다. 슈퍼카 렌트업체를 조사해 본 결과, 하루(24시간) 기준 슈퍼카를 렌트하는데 필요하는 돈은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600만원까지 다양했다.
슈퍼카 렌트 업체에서 취급하는 저렴한 모델들은 ▲BMW 430i 25만원 ▲포르쉐 카이엔 60만원 ▲포르쉐 718 박스터 45만원 ▲벤츠 지바겐 90만원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50만원 ▲포르쉐 911 80만원 ▲아우디 R8 70만원 ▲ 페라리 458 120만원 등이다. 슈퍼카 렌트업계에서는 쉽게 빌릴 수 있는 엔트리급 차량들이다.
고가의 차량들은 ▲람보르기니 우라칸 200만원 ▲람보르기니 아벤타도FM SVJ 쿠페 460만원 ▲람보르기니 EVO 스파이더 오픈카 320만원 ▲페라리 SF90 스파이더 스트라탈레 스포츠 오픈카 600만원 ▲롤스로이스 350만원 등이다.
슈퍼카 렌트업계 관계자는 “요즘 고금리에 경기가 좋지 않아 작년보단 슈퍼카를 렌트하려는 수요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이용하는 젊은 고객들이 많다”며 “주로 이용하는 고객층은 방송국과 법인 등이지만 20~30대 젊은층 비중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누가 봐도 슈퍼카란 느낌이 드는 차량의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엔 지바겐이나 카이엔 등과 같은 고가의 SUV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슈퍼카를 렌트할 때 보험은 렌터카 업체의 일반면책 보험이 적용된다. 차량도 직접 방문 수령과 배달 수령 중 선택할 수 있다. 방문 수령 시에는 추가요금이 발생한다. 다만 모든 슈퍼카를 렌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일일 대여 비용이 300만원 이상을 넘어가면 개인 렌트는 담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롤스로이스의 경우에는 직접 운전이 어렵고 전문 운전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는 식이다.
커지는 슈퍼카 시장…“미래의 집보단 오늘의 슈퍼카” 과시소비 우려
국내 슈퍼카 시장은 매년 급증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독일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올해 1분기 국내 시장에서 총 2966대가 팔렸다. 2014년 포르쉐코리아 법인 설립 이후 1분기 기준 최다 판매 기록이다.
포르쉐는 자동차 비수기로 여겨지는 지난 2월 월간 최다인 1123대를 판매하며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톱5'에 오르기도 했다. 평균 판매 가격이 1대당 1억5000만원에 달하는 포르쉐는 한국 법인 설립 때만 해도 분기당 평균 700대가량이 팔렸지만 9년 새 판매량이 4배 넘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을 국내 슈퍼카 인기 배경엔 과시적 소비심리가 자리잡고 있는 만큼 당장의 만족을 위해 슈퍼카를 렌트하는 건 경제적으로 후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인 명의를 사용하는 고급 수입차에 대한 문턱이 낮고, 개인 리스제도 잘 돼 있다"며 "자동차를 실용적이기보다 과시적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고급 수입차 인기에 한몫했다"고 말했다.
명품이나 슈퍼카 등 고가의 물품의 자신의 정체성을 투영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무엇을 소비했느냐에 따라서 자기 정체성을 부여한다. 정체성이나 삶의 의미, 행복감, 만족감을 직업이나 타인과의 관계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특정 물건을 구매할 때 얻는 것이다”며 “특히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럭셔리 상품 중 가장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에 올라오는 외제차, 호화 리조트, 고급 레스토랑 사진을 보며 사치한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부러움, 시기, 질투를 느끼며 같은 소비행태를 따라간다”며 “진짜로 특정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물건을 사용함으로써 상류 집단에 들어가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심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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