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를 받고 진행한 광고·홍보를 마치 제품 소개나 후기인 양 소개하는 바이럴 마케팅업체의 ‘뒷광고’가 커뮤니티와 댓글을 중심으로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와 블로그의 경우 한 차례 뒷광고 논란으로 비판을 받은 이후 개선되고 있지만 익명의 여러 사용자가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여전히 광고심의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처럼 전이, 감염되는 마케팅 기법을 말한다. 소비자들이 모르는 곳에서 여론이나 홍보를 주도하는 하는 기법이다. 바이럴 마케팅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소비자가 바이럴 마케팅을 광고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보니 언제나 소비자들이 모르는 곳에서 은밀하게 제품을 홍보하거나 여론을 선동해왔다.
바이럴 마케팅에 점령당한 커뮤니티, 사용자·유저인 척 ‘소비자 기만’
“이거 홍보 아닌가요 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냥 취미로 하는 겁니다.”
르데스크가 입수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의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업체가 커뮤니티 게시글에 실제 썼던 문구다. ‘월드 오브 탱크’라는 게임 홍보 목적으로 제작됐고, 게임사로부터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작성했지만 홍보 문구를 전혀 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케팅 업체에선 취미로 썼다고 표시했다.
또 다른 바이럴 업체의 글에서는 본인을 오타쿠로 소개하며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가 새겨진 카드를 발급받기 위한 일지를 작성했다. 누리꾼들은 동질감을 가지고 “고생했다”, “와 나도 발급받고 싶다”란 반응을 보였다. 일부 바이럴 작성 글에는 직원을 의심하며 “혹시 돈 받고 작성하신 건가요”라던가 “직원인가”라는 댓들이 달리기도 했지만, 작성자인 마케팅 업체가 부인하는 대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해당 게시글 역시 돈을 받고 작성됐다. 바이럴 업체 측 자료에는 실 방문·사용 후기를 통해 카드 발급을 유도한다고 쓰여있다. 물론 해당 커뮤니티 글에서도 돈을 받았다거나 광고라는 표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소비자는 바이럴 마케팅업체가 쓴 글들이 광고라는 걸 눈치채기 힘들다. 오히려 광고가 아닌 단순한 ‘취미’라고 못 박아 두면서 광고라는 의심을 사전에 차단하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다분하다. 네이버 카페부터 웃긴대학, 디시인사이드, 루리웹 등 국내 주요 커뮤니티는 이미 전문적인 바이럴 업체들의 홍보 플랫폼으로 변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시글 외에도 팬 메이드 아트와 영상, 굿즈 제작 일지, 코스튬 플레이, 공략, 이모티콘, 유머, 방문 리뷰 등 바이럴 마케팅이 손을 뻗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과거 블로그나 유튜브 ‘내돈내산’과 같은 뒷광고가 규제에 가로막히자 커뮤니티로 장소를 옮긴 셈이다.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하는 김유나(29·여) 씨는 “커뮤니티에 일반 유저들이 했다고 생각하기 힘든 글들이 자주 올라오는데 그때마다 농담으로 직원이지란 댓글을 달았다”며 “근데 그중 몇 개는 진실인 것에 어이가 없어서 이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바이럴 기법…소비자 오인·혼동·기만 무방비 노출
커뮤니티와 댓글이 뒷광고 사각지대로 변모한 이유는 크게 ‘불특정 다수’와 ‘인력 부족’, 그리고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 뒷광고 논란으로 바이럴 마케팅이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뒤 관련 규정들이 나오고 있지만 바이럴 전문 업체들은 더 빠르고 교묘하게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
2015년부터 바이럴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김규성(38·가명) 씨는 “유튜브 뒷광고 이후로 정부 모니터링과 규제도 강해졌고, 플랫폼 기업들도 알고리즘을 수시로 바꾸는 등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며 “다만 정부와 기업이 변화보다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의 적응이 아직은 더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바이럴 마케팅 회사들은 모든 분야를 다했지만 지금은 전문화로 바뀌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뒷광고 위반 의심 게시물은 2만1037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4017건이나 증가한 수치다. 뒷광고 의심 게시물은 인스타그램이 9510건, 네이버 블로그 9445건, 유튜브 쇼츠가 633건 순이다.
공정위 통계에는 커뮤니티와 댓글은 포함돼지도 않았다. 만약 바이럴 모니터링에 커뮤니티와 댓글이 포함됐다면 뒷광고 수치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역시 소비자 기만 소지가 다분한 커뮤니티 내 뒷광고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제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고 하루 수천수만 건의 글이 올라오는 커뮤니티 특성상 모든 글들을 모니터링하기도 힘들고 특히 표현의 자유가 있기에 리뷰 자체를 막을 권한은 없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병행해 교육·홍보를 실시하고 악의적 사례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함으로써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나아가 소비자가 다양한 양질의 상품 정보를 통해 합리적인 구매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보호원 역시 답은 비슷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뒷광고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작성 글들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뒷광고를 가려내는 명확한 규정이 있는 만큼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고, 또 모든 사항을 확인할 만큼의 인력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즉 공인이나 인플루언서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주체로 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그 수가 너무 많아 모니터링 인력이 부족하고, 관련 규제를 만들자니 헌법상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 그 또한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명확하지 않은 바이럴 마케팅 규제, 미국·일본선 범죄 취급…한국은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의 바이럴 마케팅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 직접 작성하는 바이럴 마케팅은 그 형식조차 구분이 불명확한 상태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로 리뷰나 커뮤니티 글은 뒷광고라 할지라도 보호돼야 할 게시물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손봉현 한국인터넷광고재단 정책팀장은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구분이 불명확할 수 있다”며 “바이럴 마케팅의 가장 큰 문제는 광고를 제3자의 의견으로 인식시켜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기만적 광고행위란 점에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이미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규제가 잡혀있는 상태다. 미국의 경우 바이럴 마케팅은 일반 광고와 동일시 취급하며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ion Act) 제5조를 통해 규제하고 있다. 관련 법에 따르면, 기만적이거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명확히 금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거나 소비자 행동이나 결정에 광고임을 알리지 않고 영향을 끼치는 모든 바이럴 광고를 기만행위로 해석한다. 그래서 미국은 파워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대가성 리뷰나 커뮤니티 글에도 최소 'paid'나 'ad'와같은 광고표시를 해야한다.
일본은 바이럴 마케팅을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범죄로 취급해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 2012년부터 일본은 사업자가 소비자를 유인하는 수단으로 스스로 또는 제3자에게 의뢰해 광고 사이트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에 부당표시를 적시하도록 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바이럴 마케팅에 대한 더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특히 유튜브 뒷광고 논란 이후 소비자를 가장한 제3자 바이럴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커뮤니티나 댓글 관련된 규제도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손 정책팀장은 “제도 개선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그래야 바이럴 마케팅에서도 양질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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