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의 날’ 목소리 낸 여야…“문재인 조화는 어디에”
‘서해 수호의 날’ 목소리 낸 여야…“문재인 조화는 어디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을 마친 뒤 기념식장에 전시된 3‧26기관총을 살펴보고 있다. 2010년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정부에 기탁한 1억원 등으로 구입된 K-6 기관총 18정은 천안함 피격일을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3‧26기관총으로 명명됐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8회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여야가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도발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반대로 ‘북한 도발’ 표현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문재인 전 대통령 조화는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4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매월 3월 네 번째 금요일인 서해 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천안함피격‧연평도포격전에서 전사한 국군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6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기념식에는 전사자인 고(故) 조천형 상사(제2연평해전) 모친 임헌순 씨, 고 서정우 하사(연평도 포격) 모친 김오복 씨, 고 민평기 상사(천안함 피격) 모친 윤청자 씨, 고 정종률 상사(천안함 피격) 아들 정주한 씨 등이 참석했다. 고 한주호 준위 배우자 김말순 씨,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등도 동참했다.

 

윤 대통령은 이들과 함께 제2연평해전‧연평도포격전 등 묘역, 천안함 피격 실종자 탐색구조 도중 순직한 한 준위 묘소를 참배하고 유족에게 위로를 전했다. 기념식 무대 오른쪽에는 윤청자 씨가 기증한 ‘3‧26 기관총’, 참수리 357호정과 천안함에 게양됐던 항해기‧부대기 및 함정 명패,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 방사포탄 파편을 맞은 중화기 중대 명판, 모형함정 등이 전시됐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서해 수호 용사 55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롤콜(Roll Call) 방식의 추모로 현직 대통령이 55명 용사 이름을 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호명 직전 26초 동안 울먹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족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맞서 서해를 수호한 용사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함께 하고 있다.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서해 수호 용사들께 경의를 표하며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고 운을 뗐다.

 

또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기억하고 예우하지 않는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 국가의 미래도 없다”며 “우리 국민과 함께 국민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기념사에서 ‘북한 도발’이라는 표현은 총 여섯 차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해군‧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대청해전‧연평도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 무력도발로부터 북방한계선(NLL)과 우리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며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20년 3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하는 가운데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념식에 참석한 국민의힘 지도부도 굳건한 안보를 다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던 문재인정권의 ‘가짜 평화’와 달리 윤석열정부‧국민의힘은 굳건한 한미동맹과 국제적 유대관계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고 진정한 진짜 평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최고위원은 “목숨 바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영웅들의 헌신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날이 돼야 할 것”이라며 “북한 도발 양상과 한반도 정세를 분석해 다시는 북한 대남도발로 더 이상 희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날 울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이 기념식에 참석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연루 의혹을 부인 중인 이 대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넘어서서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만드는 게 진정한 전략”이라며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호국영령들 희생에 보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 조화는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천안함 46인 묘역에 들렀다. 윤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는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조화가 눈에 띄는데 문 전 대통령은 없다”며 “무관심의 반증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0년‧2021년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북한 도발’을 명시적으로 쓰지 않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는 2021년 기념사에서는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국민 여러분 우려가 크신 것을 잘 안다”며 “지금은 남북미 모두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했다.

 

고 민평기 상사 모친 윤청자 씨가 2020년 제5회 서해 수호의 날에서 문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이게(천안함 피격) 북한 소행인지, 누구 소행인지 말씀 좀 해 달라”고 개인적으로 묻자 문 전 대통령은 비로소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공식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문 전 대통령을 두고 비윤(비 윤석열)계인 유승민 전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유 전 의원은 24일 SNS에서 “윤석열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에서 일등 보훈국가가 돼야 한다”며 “천안함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말조차 똑바로 못 했던 문재인정부 과오를 청산하고, 당당한 보훈 기틀을 바로 세우고, 역대 정부가 제대로 못 했던 보훈의 부족함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오른쪽)이 24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유족 이래진 씨의 항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문재인정부에서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서훈 전 실장 측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지귀연‧박정길)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은폐 혐의를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됐을 때 은폐를 위한 보안유지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구속기소됐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공판에서 “이미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안보실 수백 명이 아는 사실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도 했는데 은폐하려는 마음을 먹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서욱 전 국방부장관, 박지원 전 국정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도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 고인의 형인 이래진 씨는 재판에 앞서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생을 월북자로 낙인찍어 무엇을 얻으려 했는지 명확히 알아야 하고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씨는 민주당 측 일부 인사가 ‘월북을 인정하면 보상해주겠다’ ‘같은 호남 아니냐’며 자신을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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