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상륙한 英 해병 코만도…‘세계 최강’ 구르카 오나
포항 상륙한 英 해병 코만도…‘세계 최강’ 구르카 오나

[지금 대한민국<207>]-한국‧미국‧영국 합동훈련 포항 상륙한 英 해병 코만도…‘세계 최강’ 구르카 오나

英, 항모 이어 특작부대 파견…‘40대 1 혈투’ 구르카 주목

르데스크 | 입력 2023.03.23 15:32


▲ 2015년 8월 구르카 병사들이 대일전승기념일(VJ day) 70주년 축하를 위해 영국 런던 화이트홀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이날 행사에서는 참전용사 및 그 후손들이 군악대 반주에 맞춰 퍼레이드를 벌였다. 용맹스럽고 충성심이 강해 영국군에 통합된 구르카 용병은 1‧2차 세계대전에서 20만명이 참전해 4만5000여명이 전사했다. [사진=AP/뉴시스]

 

제2차 세계대전 등에서 맹활약한 ‘전세계 특수부대의 원조’ 영국 해병대 코만도가 포항에 상륙했다. 중국‧북한 등을 둘러싸고서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앞에 유럽 각 군이 약 200년만에 아시아를 찾는 가운데 ‘세계 최강 용병’ 구르카도 모습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23일 군에 따르면 한국‧미국‧영국 해병 수색부대는 전날(22일)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훈련장에서 공중‧해상으로 침투해 목표를 정찰하고 화력을 유도해 타격하는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에는 한국 해병사령부 소속 특수수색대 및 1사단 소속 수색대대, 미 해병 수색대대, 영국 해병 코만도 등이 참가했다.

 

훈련에서 우리 해병대는 MUH-1 마린온 헬기, 미 해병대는 CH-53E 대형수송헬기로 공중침투했다. 코만도 부대원들은 한국 해병수색대와 함께 해상으로 침투했다. 잠수한 뒤 가장 먼저 상륙한 한국 해병 수색대원이 아군 고무보트(IBS)에 신호를 보내자 한‧영 해병대원들이 주변을 경계한 뒤 육지로 돌격했다.

 

코만도는 1664년 창설된 유서 깊은 부대로 대영제국 건설 주역인 ‘레드코트’ 주축으로 활동했다. 해병 코만도는 왕립 해병대 소속으로서 특수작전을 주 임무로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에 의해 현대식으로 부활해 상륙작전 시 거점 확보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독일 제3제국 총통이었던 아돌프 히틀러가 국방군 및 슈츠슈타펠(SS‧히틀러 친위대) 등에 “코만도는 포로로 잡더라도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린 건 유명하다.

 

코만도는 이후 6‧25에도 참전해 대한민국을 사수했다. 선공을 가한 아르헨티나가 이길 것이라던 국제사회 예상을 뒤엎고 영국의 승리로 끝난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수색정찰 등에서 맹활약했다.

 

코만도는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 해군 특수부대(SBS) 등 창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다. SAS는 방독면, MP5 기관단총 등으로 상징되는 1980년 님로드 작전(주영 이란대사관 인질사건)에서 테러범들을 사살하고 상당수 인질을 구출해 유명세를 떨쳤다. 해당 작전은 대테러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AS는 다시 미 육군 특작부대(그린베레), 육군 제1특수부대작전분견대(델타포스), 해군 특수전개발단(데브그루) 등의 모태가 됐다.


▲ 한·미·영 수색부대가 연합작전 수행능력 강화를 위해 22~23일 경북 포항시 북구 일대에서 연합수색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장병들이 공중강하를 위한 전술토의 후 결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해병대]

 

단도 쿠크리로 상징되는 구르카는 고산지대에 사는 네팔인들이 주축인 부대다. 외국인이 영국군에 복무하는 형태라서 고용된 용병일 것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엄연한 정규군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급여 등에서 영국군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복무 중이다.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던 영국 동인도회사는 19세기 초 네팔을 공격했다가 현지인들의 용맹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구르카족은 서구인에 비해 체격이 작았지만 고산지대 종족 특유의 폐활량 등을 바탕으로 신출귀몰하는 전투력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구르카족은 대영제국과 고용계약을 맺고 1‧2차 세계대전 등에 참전했다. 6‧25 당시 지평리 전투에서는 구르카 1개 대대가 중공군 1개 사단을 격파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는 구르카가 상륙했다는 소문만으로 아르헨티나 대군이 무기까지 버린 채 달아나게 하는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다.

 

구르카는 21세기에 들어서도 여러 전설을 남겼다. 일설에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한 구르카 병사가 수십 명의 탈레반 공격을 받게 되자 중기관총‧수류탄 등 모든 화기를 총동원해 15분 동안 교전한 끝에 홀로 막아냈다고 한다.

 

같은 해 제대하고서 귀향하던 전직 구르카 병사는 열차를 습격한 40명의 무장강도들이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려 하자 홀로 제압해 화제가 됐다. 그는 좁은 열차에서 일렬로 서서 덤벼드는 강도들에게 쿠크리를 휘둘러 세 명을 사살하고 여덟 명에게 부상을 입혔다고 한다.

 

구르카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경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군 소속 구르카의 용맹이 입증되자 인도군, 싱가포르 경찰 등도 앞 다퉈 구르카족을 채용하고 있다. 구르카족도 높은 급여가 기다리는 이들 국가에서 근무하기를 원해 네팔 현지에는 ‘용병 학원’도 성행하고 있다. 용병 지망생들은 영어‧수학 필기시험 및 강도 높은 체력테스트 등을 거쳐야 하며 경쟁률은 수백 대 일에 달한다.


▲ 한‧영 연합 해상훈련이 실시된 2021년 8월 동해에 체류 중인 영국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함에서 F-35B가 이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구르카가 코만도에 이어 한반도에 상륙한다면 북한‧중국 반발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군사전문지 제인스월드아미스의 찰스 헤이먼 편집장은 “영국 관련 전쟁을 떠올리는 사람은 누구나 구르카가 영군 편에서 싸웠던 점을 떠올릴 것”이라며 “영국과의 싸움에서 적국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구르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 및 한반도 식민화 야욕, 북한의 핵‧미사일 현대화 앞에 유럽 각 군은 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2021년에는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배수량 6만5000t)’가 포항 인근 동해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퀸 엘리자베스는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최대 36대 탑재할 수 있다. 같은 해 일본 사세보항에는 프랑스 훈련함대 ‘잔 다르크’가 기항해 미국‧일본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영국‧프랑스 함대의 아시아 방문은 약 200년 전 열강들이 중국 개항을 목적으로 방문한 이래 처음이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아시아 중시전략인 리밸런스, 인도‧태평양전략 등을 전개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로는 미국‧일본‧호주‧인도의 다자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가 운용되고 있다.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한국의 쿼드 실무그룹 가입에 적극적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국은 사실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은 근래 대남 선제핵공격을 위협하면서 핵탄두 공중폭발 실험에 나섰다.

 

민간 군사연구소인 안보정책네트웍스는 최근 국회사무처에 낸 연구보고서에서 “정부는 한일관계를 한미일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고 쿼드 플러스 알파에 가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군정보사령부 대북분석관 출신인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전투체계 특성상 한미일 군사동맹은 불가피하다”며 “윤석열정부의 통화스와프 제의를 미국이 거부한 것도 윤석열정부가 쿼드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사안보‧경제가 융합된 시대에서 쿼드 가입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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