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된 바디프로필 열풍…“촬영날짜 정하고 운동 시작”
주객전도된 바디프로필 열풍…“촬영날짜 정하고 운동 시작”
▲ 바디프로필의 목적은 자신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의 기록이다. 하지만 SNS상의 인정 욕구와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바디프로필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다. ⓒ르데스크


최근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피지컬:100’을 비롯한 운동 관련 유튜브 채널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MZ세대 사이에서 바디프로필이 유행하고 있다. 바디프로필은 운동을 통해 만든 자신의 몸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다.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바디프로필을 검색하면 많은 게시물들이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바디프로필을 해시태그해 업로드한 게시물은 442만개가 넘는다.

 

그러나 건강과 몸매 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기 보단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단기간 무리하게 운동하는 이들이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일상을 포기하고 운동에만 매진할 경우 건강을 지키긴 커녕 몸과 정신을 헤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디프로필은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모델 또는 운동선수 등의 유명인들이 주로 찍는 사진이었지만 그 범위가 확장돼 운동을 즐겨하고 취미로 가지고 있는 청년들이 바디프로필을 찍고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심지어 바디프로필을 찍기 위해 몸을 만드는 청년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신촌에서 만난 이연빈(여‧28)씨는 “예전에는 남자들이 그냥 단순히 마른 여자들을 좋아하는 경향이 많았었는데 요즘은 건강미가 넘치는 여자들을 많이 선호하는 것 같다”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몸매가 좋은 사람들이 많이 출연해 일반인에 대한 기준치 역시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바디프로필을 찍은 박현우(남‧24)씨는 “근육질의 몸을 가져보는 것은 모든 남자들이 한번 쯤 꿈꿨던 버킷리스트일 것 이다”며 “타인에게 자신의 노력하는 모습과 의지력을 보여주고 자기만족을 위해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디프로필을 위해 식단과 운동을 굉장히 엄격하게 했는데 외관상으로 보기에는 제법 훌륭한 몸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사실 건강이 많이 안좋아졌다”며 “무리한 식단과 각종 보충제 섭취 이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쉽게 피로해지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고 덧붙였다.

 

‘운동이 아니라 사진이 먼저예요’…주객전도된 바디프로필 열풍

 

▲ 인스타그램에서 바디프로필을 해시태그해 업로드한 게시물은 442만개이상이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왜 인생을 사진 한 장에 걸려고 하는가. 인생은 끊기지 않는 동영상이기 때문에 인생을 사진 한 장에 걸면 안 된다. 

 

지난해 8월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보여주는 가수 김종국이 구독자 수 284만명의 유튜브 채널 ‘짐종국’에서 바디프로필 촬영 유행에 대해 했던 발언이다. 


바디프로필의 목적은 자신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의 기록이다. 하지만 SNS상의 인정 욕구와 자기 과시의 수단으로 바디프로필의 본질이 퇴색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무리하여 몸매를 만드는 사람들이 증가함에 따라 각종 건강 문제가 대두되고 심지어 본인의 일을 그만두고 몸을 가꾸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헬스장에서 만난 김대건(남‧32)씨는 “저는 10년동안 운동을 꾸준히 했었고, 지금도 정말 운동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요즘 운동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위를 보면 운동을 하고 몸을 만든 다음에 바디 프로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바디프로필을 미리 예약하고 남은 기간에 맞춰 운동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고 말했다.  


바디프로필은 일반 사진 촬영보다 가격이 몇 배로 더 비싸다. 강남역 인근의 바디프로필 스튜디오 가격을 조사해본 결과 컨셉의 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일반적으로 2가지의 컨셉으로 촬영을 진행할 시 40만원에서 50만원 사이의 가격이 형성됐고, 컨셉 하나당 10만원에서 15만원 사이의 추가 비용이 붙었다.


이에 더해 10~15만원 상당의 메이크업 비용까지 지불하게 되면 사진 촬영에 최소 50만원 이상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또, 사진 촬영을 위한 헬스장 등록비, PT, 식단 등의 비용을 모두 고려하면 사진 한 장에 100만원이상의 금액이 필요한 것이다. 


신사동에서 바디프로필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우정(남‧33)씨는 “최근 1년 사이에 바디프로필 수요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며 “매체에 근육질의 사람들이 흔하게 등장하는 것이 수요 증가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제가 바디프로필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래도 예약이 항상 꽉 차있기 때문에 미리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주셔야지 촬영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망가지는데 한달 회복하는데 1년’…오히려 건강 해치는 운동


▲ 의학 전문가들은 전문 운동 선수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식습관에 엄격한 기준이 지속되면 식사행위 자체에 불안을 느끼고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보상심리로 인한 폭식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르데스크

 

바디프로필 촬영을 위해선 보통 2~3개월 동안 체지방률 최소화, 근육량 최대화를 목표로 나트륨, 지방, 탄수화물의 섭취를 엄격히 제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쌀밥을 포기하고, 닭가슴살, 고구마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전문 운동 선수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식습관에 엄격한 기준이 지속되면 식사행위 자체에 불안을 느끼고 음식을 거부하는 거식증, 보상심리로 인한 폭식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심한 경우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섭식장애는 정신적 문제로 음식 섭취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에는 먹는 것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과 섭취 음식물 제거 행동을 반복하는 신경성 폭식증, 조절 불가한 폭식 후 죄책감에 빠지는 폭식장애 등이 있다. 


안지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체중감량은 건강에 많은 문제를 유발한다”며 “특히 섭식장애 증상을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으면 반드시 전문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희진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줄이면 뇌로 가는 포도당이 줄어 집중력 감소, 두통, 무기력증, 피로 등의 증상이 발현된다”며 “나트륨부족상태에서 운동할 경우 저나트륨혈증으로 무기력, 근육수축, 발작이 나타나게 되어 심하면 사망으로까지 이어진다”고 밝혔다. 


일반인들에게 운동은 일상생활에 활력을 얻기 위한 좋은 취미이다. 하지만 오히려 타인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집착해 일상을 포기하고 과도하게 운동에만 매진하는 세태는 옳지 않다. 


유영선 대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은 “타인에게 보이는 겉모습만이 나의 모든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름다운 몸은 본인의 나이와 신장에 맞게 충분한 영양섭취와 건강한 식생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만약 섭식장애 등이 의심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다각적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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