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메이플 사태’ 후폭풍, 불통·방만운영에 뿔난 유저들
넥슨 ‘메이플 사태’ 후폭풍, 불통·방만운영에 뿔난 유저들

 

▲ 메이플의 연이은 논란으로 유저들은 넥슨의 방만한 운영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판교 넥슨 본사 건물 전경. ⓒ르데스크

  

넥슨의 간판 온라인게임인 메이플스토리에서 클라이언트 변조 사태를 계기로 넥슨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과 서버차별 등의 논란에 휩싸여 숱한 비판을 받았던 넥슨의 방만·불통운영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발생한 메이플스토리의 클라이언트 변조 사태의 경우 이미 2012년부터 존재해왔고, 지난해 4월 한 유저가 넥슨 운영자에게 신고한 바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사전에 문제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가 1년이 지난 뒤에야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시드’로 시작된 문제, 알고 보니 구멍 숭숭

  

클라이언트 게이트는 지난주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에 올라온 ‘시드’ 랭킹 1위 핵 제보로 공론화됐다. 시드는 50여개 스테이지를 계단식으로 클리어하는 콘텐츠다. 보상으로 시드 포인트와 현금 3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 장비를 지급한다.

 

시드는 난이도가 높아 숙련된 유저 기준으로 40분~50분이나 소요되는 탓에 대부분 유저들에게 외면받았다. 일부 ‘고인물’들 남아 즐기는 콘텐츠로 즐기는 사람만 즐기는 콘텐츠다.

 

시드 랭킹 1위 유저는 어느 날 자리를 뺏겼고 새롭게 등극한 1등 유저를 추적한 결과 비정상적인 클리어 타임을 확인하고 이를 고발했다. 고발당한 유저는 오히려 당당하게 ‘리패커’라는 클라이언트 변조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거기에 방송을 통해 사용방법과 기능을 직접 송출해 유저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 클라이언트 변조는 메이플스토리 콘텐츠 전반에 만연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사태를 운영자측이 11년동안 방치해온 것이다. 사진은 클라이언트 변조 유저가 클라이언트 변조 사용법부터 기능을 직접 유튜브로 방송하는 방송 모습. [사진=유튜브갈무리]

  

리패커 사용 유저는 방송을 통해 “현재 메이플의 문제는 시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메이플의 시스템은 생각 이상으로 허술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저가 사용한 ‘리패커’는 클라이언트 파일을 수정하는 프로그램으로 포털사이트 검색으로도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무려 11년전인 2012년 나온 프로그램으로 프리 메이플스토리에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리페커 클라이언트 변조는 시드 뿐만 아니라 보스, 메크로, 농장, 아바타, 스킨 등 게임 전반에 걸쳐 사용 가능해 유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메이플스토리는 국내 MMORPG 중에서 BM모델이 무겁기로 유명해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Pay2Win’을 이야기할 때 리니지와 함께 빠지지 않는 단골 게임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유저들은 그동안 벌어간 돈에 비해 보안과 운영이 엉망이라 지적한다.

 

해당 사태로 메이플스토리를 접었다는 김유연(28·여) 씨는 “그동안 게임을 했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추억까지 전부 부정당하는 기분이다”며 “나름 국내를 대표하는 MMORPG 게임이고 그동안 가혹한 BM으로 유저들에게 엄청나게 돈을 가져갔음에도 게임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11년 전 나온 프로그램에 게임이 뚫리냐”고 비판했다.

 

사과한다더니 캐쉬템 광고…미흡한 대응에 유저들 분노 가중 

 

▲ 메이플스토리 측은 해당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지만 주제와 상관없는 캐시 아이템을 소개하며 유저들의 공분을 샀다. 사진은 유저들에게 사과하는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왼쪽)와 최원준 라이브본부장. [사진=메이플스토리 유튜브]

 

클라이언트 변조 게이트 대처 또한 미흡해 유저들의 분노를 가중시키고 있다. 17일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문제는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태와 전혀 관계없는 캐시 아이템 소개해 유저들의 공분을 샀다.


결론적으로 40분간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답은 사실상 없었다. 강원기 총괄 디렉터는 방송을 통해 “클라이언트를 다시 만들 수준은 아니다”며 “모든 데이터에 대한 CRC를 체크를 주말까지 도입될 예상한다”고 말했다.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20년 된 장수 게임이다. 게임이 오래된 만큼 클라이언트 자체가 낡아있다. 변조 사태 또한 낡은 클라이언트의 부실함으로 발생한 일임에도 클라이언트 재개발 계획은 없다고 밝힌 것이다.


대신 데이터 패킹 암호와 알고리즘을 상반기에 도입을 약속했다. 다만 데이터 패킹 알고리즘의 경우 금방 뚫리지 않냐는 우려 섞인 질문에는 단순히 ‘안뚫릴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 라이브 방송에서 해결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유저들의 질문을 무시하는 태도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사진은 캐시아이템 언급 후 라이브 채팅창 반응. [사진=메이플스토리 유튜브]

 

라이브방송에서 가장 공분을 샀던 것은 ’금손은손‘이라는 캐시 아이템 재출시 언급이었다. 게임의 운명이 걸린 수습 방송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 관계없는 캐시 아이템을 소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많은 유저들이 질문한 핵 문제 해결, BM 구조개선, 시드 개선, 서버 간 차별 해소 등의 질문은 전부 무시하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캐시 관련 질문에만 답했다는 것 또한 비판받고 있다. 한 유저가 채팅창을 분석한 결과 ’금손은손‘ 재출시를 질문한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해당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김 씨는 “방송에서 금손은손을 말하는 것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지금 메이플 문제들을 보면 40분도 굉장히 짧은 시간인데, 그 짧은 시간에도 캐시 아이템을 소개하는 것을 보고 넥슨이 우리를 어떤 식으로 보고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서도 메이플의 대처법은 유저들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행위로 밖에 안보인다는 입장이다. 판교의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메이플의 라이브 방송은 여태 봤던 해명, 수습 방송 중 최악에 가까웠다”며 “문제해결 방안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고, 중요한 자리에서 상관없는 캐쉬아이템을 말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유저들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불통·방만 도배된 넥슨식 운영 문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 넥슨은 메이플스토리뿐만 아니라 여러 게임에서 끊이지 않고 운영자질 논란이 있었다. 사진은 2021년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논란 당시 시위를 위해 유저가 가져온 트럭. [사진=커뮤니티갈무리]

 

라이브방송뿐만 아니라 메이플이 최근 진행한 패치 또한 논란이다. 메이플스토리의 정기 업데이트는 매주 목요일이다. 그런데 해당 사건이 터진 주에는 수요일에 패치를 진행했다. 유저들 사이에서는 해당 논란의 이목을 돌리기 위해 하루빨리 업데이트를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넥슨 운영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꾸준히 제기되 왔던 문제다. 또한 메이플스토리뿐만 아니라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카트라이더 등 다른 게임에서도 유저를 기만·무시하는 운영으로 잊을만하면 도마 위에 올라왔다

 

마비노기의 경우 지난해 ’이중가챠‘로 곤욕을 치렀고, 던전앤파이터는 게임계에 한 획을 그‘키리의 약속과 믿음’부터 2020년 ‘직원 권한 남용’까지 미숙한 운영들이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려는 노력보다 여론의 포화를 분산시키거나 밀어내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일명 ‘사료’라 불리는 엄청난 보상으로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은 회피한 체 여론 잠재우기에만 급급해왔다.

 

이번 클라이언트 변조 게이트는 그동안 유저들이 넥슨 운영에 쌓여온 분노가 가중되어 쉽게 사그러 들고 있지 않다.

 

10년 넘게 메이플을 즐겼다는 이환희(30) 씨는 “그동안 넥슨에 썼던 시간과 돈이 아깝다”며 “한번 속는 셈 치자고 생각하며 운영자들을 믿고 게임 플레이를 해왔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니 이제 어떤 기대도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이플 커뮤니티의 한 유저도 “한두 번 속으면 그건 사기꾼 잘못이지만, 세 번 속으면 이제 속은 사람이 바보다”며 “이미 정상적인 유저들은 아마 다 접었을 것이고, 이 정도로 처참한 운영에도 계속 남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넥슨이 어떤 짓을 해도 옹호할 사람들이기에 넥슨 게임의 미래가 어둡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또한 넥슨의 안일한 운영정책을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협회 학회장은 “사료라고도 불리는 보상은 중국과 한국에서 밖에 볼 수 없는 다소 특이한 해결 방법인데, 국내 게임사들은 문제가 터지면 사료를 사용해 너무나 쉽게 여론을 잠재운다”며 “유저들에게 사과의 의미로 보상을 하는 행위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니다. 게임사들은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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