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남녀 갈라치기’ 갈등…설거지론 이어 ‘마통론’까지
범람하는 ‘남녀 갈라치기’ 갈등…설거지론 이어 ‘마통론’까지
▲ 최근 마이너스 통장으로 혼수를 준비해 결혼 후 배우자 돈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갚는다는 '마통론'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사진은 결혼식에서 축가를 듣고 있는 신랑·신부. ⓒ르데스크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궜던 ‘설거지론’에 이어 최근 ‘마통론’이 등장하면서 젠더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마통론은 ‘마이너스 통장론’의 줄임말로 여성 혹은 남성이 결혼 전 마이너스 통장으로 혼수를 준비한 뒤 결혼 후 배우자로부터 경제권을 가져와 마이너스 통장을 메꾼다는 이론이다. 20대 시절 돈을 모으지 않고 여행, 명품 등 자유롭게 소비하다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알뜰한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해 결혼에 성공한다는 설명이다. 


이전부터 배우자에게 숨겨진 마이너스 통장이 있었단 하소연 글은 커뮤니티를 통해 꾸준히 올라왔다. 2019년에는 한 커뮤니티에는 결혼 5년차인 한 누리꾼이 아내에게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하소연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마통론이 등장한 후 누리꾼들은 과거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언급하며 이제야 상황이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주변을 보면 요즘 혼수 비용이 5000만원으로 올랐다”며 “그 이유는 대부업체 한도가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고 마통론을 옹호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동안 나보다 수입이 적은 또래 친구들이 매주 오마카세를 먹으며 여행을 다녔던 것이 이제 조금 이해가 간다”며 “마이너스 통장으로 본인의 경제력을 속이고 결혼해 배우자 돈으로 빚을 갚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 결혼정보회사 듀오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결혼비용 부담금은 1억3127만원으로 마통론보다 1억원 이상  높았다. [자료=듀오] 


반면 마통론의 일반화는 옳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근거 없이 온라인에 떠도는 이론은 전문성과 신뢰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김민하(33·여) 씨는 “마통론을 들어보니 굉장히 위험한 발상인 거 같다”며 “물론 몇몇 생각 없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겠지만 저걸로 특정 성별을 일반화 시키는 것이 더 무지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마통은 당연히 없고 모든 결혼·신혼 비용을 정확히 반반씩 부담했다. 최근 남녀갈등이 심해지고 있어 근거 없는 낭설들이 떠돌고 있는데 이를 일반화 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고 반발했다.


듀오에서 조사한 결과 지난해 남녀 결혼 비용 부담률은 남성이 60% 여성이 40%로 금액 환산 시 남성이 1억9923만원 여성이 1억3127만원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결혼식 부담금이 높긴하지만 여성의 비용도 마통론보다 무려 1억원 가량 높았다.


전문가들은 설거지론에 이어 마통론 또한 젠더갈등이 만들어낸 결과이자 싸움을 더 부추기는 요소로 주의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하재근 문학평론가는 “커뮤니티나 유튜버 등 젠더갈등을 부각시켜 조회수를 올리려는 콘텐츠를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실제로 설거지론과 마통론뿐만 아니라 도축론, 타이타닉론, 하녀론, 이누야스론 등 젠더갈등을 유발하는 이론들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범람하고 있는 젠더갈등 이론의 뿌리는 남녀문제를 넘어 시대적 불만의 표출이라고 분석한다.


최상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는 이미 많은 젠더 갈등 논란으로 서로를 공격해 왔다”며 “미래가 불안하고 노력에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과 혐오가 다른 성 집단에 투영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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