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놀이, 끝은 폐인…개인·사회 망치는 역대급 악질범죄
시작은 놀이, 끝은 폐인…개인·사회 망치는 역대급 악질범죄
▲ 불법 도박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부작용의 수위도 더욱 높아졌다. 온라인의 장점을 그대로 흡수한 불법 도박장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고 연령의 제한조차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사진은 경찰에 검거된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사회를 병들게 하는 최악의 범죄로 불리는 불법 도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불법 도박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불법 도박의 진입 장벽은 낮아진 반면 단속은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온라인의 장점을 그대로 흡수한 불법 도박장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받지 않고 연령의 제한조차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소위 말하는 ‘꾼’들만 이용 가능했던 불법 도박장을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환경이 만들어지다 보니 도박 중독자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30세대 도박 중독자의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심지어 10대 도박 중독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 불법 도박을 뿌리 뽑지 않는 한 국가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온라인 등장 후 더 대담해지고 더 치밀해진 불법 도박…기업형 불법 도박장까지 등장

 

형법 246조에 따르면 도박죄는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한 승자에게 더 많은 재물을 교부하는 행위를 행한 범죄를 말한다. 도박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 개인이 늘어나면 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단, 같은 도박이라 해도 중독성이 배제된 일시 오락 정도에 그칠 경우엔 처벌하지 않는다.

 

도박이 개인을 시작으로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한다는 점에서 처벌 기준도 엄격한 편이다.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는 도박장을 개장한 경우 형법 247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도박장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익은 모두 추징, 몰수되는 것이 원칙이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도박을 한 사람도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사회가 척결해야 할 악질범죄로 치부돼 온 불법도박은 과거 음지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게 고작이었지만 최근 들어 국민 일상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음침하고 흉악한 분위기를 내뿜던 도박장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이젠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집 소파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누워서 도박을 할 수 있게 됐다.

 

 

▲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도박중독 환자는 1333명이다. 이 중 30대 505명(37.9%), 20대 497명(37.1%) 등으로 2030세대의 비중이 전체의 75%에 달했다. 사진은 SNS 등에 올라온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 홍보 게시물들. [사진=인스타그램 캡쳐]

 

도박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도박에 빠지는 사람이 급증했고 자연스럽게 관련 범죄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도박범죄 검거 건수는 2018년 924건, 2019년 1440건, 2020년 1585건, 2021년 1433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기준 불법 도박 규모는 82조원에 달했다. 음지에서 암암리에 행해지는 규모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불법 도박 자체가 경찰의 단속을 피해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실제 불법 도박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욱 클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경찰에 적발된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의 수익 규모만 보더라도 일반 중견기업 수준에 버금갈 정도로 상당한 편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얼마 전 해외에 거점을 두고, 8년 동안 1조원대 규모의 조직적인 불법 도박 사이트 8개를 운영한 일당 30명이 검거됐다. 이들 일당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익은 최소 56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에 본사를 두고 직원 190여명을 고용해 5조7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조직은 2014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도박사이트 16개를 운영했다. 중국 본사에서 직접 도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버를 관리·운영했고 그 아래에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국내 본사와 회원을 모집하는 총판, 도박게임을 제공하는 불법성인 PC방 등을 두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범죄 수익금은 무려 65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놀이처럼 즐기다 자신도 모르게 중독되는 도박…“앞길 창창한 청년·청소년 미래 어쩌나”

 

문제는 불법 도박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후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한 2030세대의 도박 중독이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불법도박 사이트 접속 자체는 연령제한 기능이 없다 보니 청소년들도 아무런 제재 없이 불법 도박을 손 대고 있다. 도박 자체가 한 번 중독되면 끊기 어렵다는 점에서 나라의 미래를 뒤흔들만한 심각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도박중독 환자는 1333명이다. 이 중 30대 505명(37.9%), 20대 497명(37.1%) 등으로 2030세대의 비중이 전체의 75%에 달했다. 2030세대 도박중독 환자는 2017년 776명에서 2021년 1517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 ⓒ르데스크 [그래픽=석혜진]

 

도박에 빠진 청소년도 빠르게 늘고 있다. 도박과 관련된 진료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 2017년 837건 △2018년 1032건 △2019년 1328건 △2020년 1597건 △2021년 2269건 등으로 5년간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청소년의 경우 부모에 적발된 경우에 한 해서만 진료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도박중독 건수는 더욱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학 청소년 중 도박문제 위험집단은 4.8%에 달했다. 100명 중 5명에 육박하는 청소년이 도박을 접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처음 도박을 경험한 평균 연령은 11.3세에 불과했다. 처음 도박을 시작한 이유로는 ‘단순 재미’나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도박이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로 청소년들 일상에 깊숙이 침투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30대 이하의 도박 중독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는 접근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도박 사이트 자체를 완전히 뿌리 뽑기가 어렵다는 점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온라인 도박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추적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이트 접근을 막는다 해도 금방 다른 사이트를 개설하기 때문에 단속 자체가 무의미하다. 사이트 홍보도 해외 SNS 플랫폼 등을 이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도박 사이트 접근이 가능하다.

 

실제로 30대 이하 이용자가 전체의 70%가 넘는 인스타그램에 바카라, 홀덤, 카지노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게시물이 우후죽순 등장한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불법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구글에 사다리, 바카라, 홀덤 등의 검색어를 입력한 후 몇 번의 클릭만 하면 곧장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도박 사이트로 접속된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도박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던 도박의 장벽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식으로 장벽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는 “도박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도박에 대한 경각심이 완전히 허물어졌다”며 “온라인 도박은 중동성이 강하고 심지어 접근성까지 높기 때문에 기존 보다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학교와 학부모, 정부가 모두 나서서 도박 문제 해결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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