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버티는 ‘알박기’ 사장들…국민 혼란·피해 책임은 누가
1년째 버티는 ‘알박기’ 사장들…국민 혼란·피해 책임은 누가

[지금 대한민국<204>]-文정부 기관장 ‘알박기’ 논란 1년째 버티는 ‘알박기’ 사장들…국민 혼란·피해 책임은 누가

尹 취임 1년째 버티는 文정부 인사들, 임기 앞세워 월급 따박따박

르데스크 | 입력 2023.03.21 15:20


▲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 걸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진. 후임 정부 출범 시 국정운영 협조 차원에서 전임 정부 공공기관장 등이 일괄사퇴했던 관례가 문재인정부에서는 지켜지지 않아 논란이 빚어진다. [사진=공동취재]

 

윤석열정부 출범을 앞두고 단행된 문재인정부의 주요 기관장 ‘알박기’ 논란 여진이 약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순조로운 국정운영을 위해 해임 등의 극약처방을 실시 중이지만 아직 적잖은 인사들이 버티고 있다. 심지어 후임 기관장 인선이 사실상 끝났음에도 사퇴를 거부하는 인사도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기관장 사퇴는 후임 정부의 원활한 가동을 위해 역대 정부에서 관례처럼 이어졌다는 점에서 문재인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들의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전문가‧시민들도 “민생 대신 권력을 우선시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라며 입 모아 ‘알박기’ 근절을 촉구했다.

 

3080명 중 2655명이 文정부 ‘알박기’ 논란 인사들

 

윤석열정부 출범 8개월째였던 올해 1월. 여전히 상당수 공공기관장이 문재인정부 때의 인사로 채워져 윤석열정부 인선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많은 국민을 경악케 했다.

 

당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의하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장 11명 중 81.8%(9명)가 문재인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이었다. 현 정부 출범 뒤 임명된 기관장은 2명(18.2%)에 불과했다.

 

9명 중 5명은 문재인정부의 청와대가 낙점해 ‘낙하산’ 논란이 따라붙은 인사들이었다. 임기 등의 사유로 인해 올해 안에 새 기관장을 세울 수 있는 곳도 4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상반기 중에 임기가 끝나는 탓에 공모, 대통령실 검증절차 등을 감안하면 올해 하반기에야 교체가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됐다. 임기가 가장 많이 남은 곳은 중소‧벤처 및 소상공인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핵심기관인 기술보증기금으로 내년(2025년) 초에나 기관장 교체가 가능하다.

 

기관장뿐만 아니라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전체 임원을 볼 때도 절반가량이 문재인정부 인사였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전체 임원 121명 중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는 48.7%(59명)에 육박했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인원은 51.3%(62명)에 그쳤다.

 

문재인‧윤석열정부 국정기조가 상이하게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정부 정책이 일선 기관에 원활히 적용될 수 없고, 따라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되는 셈이다. 문재인정부가 공공일자리를 주로 늘렸던 것과 반대로 윤석열정부는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 확보, 방만경영 해소를 중점에 두고 있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기관장들은 안 나가면 그만이기에 윤석열정부 공공기관 개혁 추진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알박기’는 비단 중기부만의 일은 아니다. 알리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측에 의하면 문재인정부 임기 말에 임명된 공공기관 350곳의 임원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체 3080명 중 2655명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기관장 298명, 상임 이사‧감사 411명, 비상임 이사‧감사 1946명이었다. 윤석열정부 임명자는 313명, 공석은 112명이었다.

 

이들 중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진 출신, 친야(親野) 성향 시민단체 출신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실례로 2015~2017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던 박모 변호사는 지난해 3월 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이사가 됐다.


▲ 서울 서초구의 국립외교원 청사. 홍현익 원장은 윤석열정부 대북기조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는 등 현 정부와 엇박자를 냈다. [사진=뉴시스]

 

文정책 고수하는 인사들 ‘강제퇴거’ 나선 尹정부

 

문재인정부 ‘알박기’ 논란의 기관장들 중 일부는 여론 눈총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했지만 아직 많은 수가 사무실을 비워주길 거부하며 버티고 있다. 이에 출범 1년째가 되도록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윤석열정부는 급기야 해임 등의 극약처방을 통해 메스를 대고 있다.

 

지난 4일 국토교통부는 나희승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해임을 최종 확정하고 전날(3일) 코레일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공공기관 사장으로서는 첫 해임 사례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오봉역 사망사고, 영등포역 열차 궤도이탈 사고 등 코레일 관리 철도에서 급격히 증가한 사고와 관련해 철도 안전 이행실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2021년 48건이었던 철도 안전사고는 지난해 66건으로 불어났다.

 

국토부는 감사 결과 나 사장이 공공기관운영법‧철도안전법‧이해충돌방지법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 사안에 대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나 사장 해임건의를 지난달 27일 의결했고 이달 3일 나 사장 해임이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10일 외교부는 출입기자단 공지에서 “9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면직을 제청했고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늘 면직처분이 결정됐다”고 발표했다. 또 “금번 면직제청 및 처분 결정은 지난해 12월 국립외교원 감사 결과, 지난달 22일 청문 결과를 종합 검토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홍 원장은 문재인정부 말인 2021년 8월 임용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국립외교원 감사에 착수한 결과 홍 원장 등 소속 교수들의 청탁금지법 위반, 외부활동 신고 누락 등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원장은 지난해 추계 공관장 대상 교육에서는 문재인정부 시절의 종전선언 추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 노력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도 내놨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북한 무인기의 서울 영공 무단침범 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종전선언 등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선의를 바라야만 하는) 그런 평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며 “그런 지속가능하지 않은 일시적 ‘가짜평화’에 기댄 나라들은 역사적으로 다 사라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기관들도 물갈이가 한창이다. 올해 1월5일 행정안전부는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을 취임 1년4개월만에 직위해제했다. 2021년 9월 취임한 심 관장은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대외협력담당관 출신이다. 보장된 임기는 5년이었다.

 

행안부는 지난해 10월 심 관장 관련 비위 의혹을 제보받아 감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 부당한 업무지시 등 갑질 의혹이 일정 부분 사실로 확인된다고 판단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청했다.


▲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외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함께 특히 ‘알박기’ 논란 중심에 서 있다. [사진=뉴시스]

 

위원장 사퇴 거부에 중점업무 ‘올스톱’ 된 방통위

 

해임 등이 이뤄졌거나 추진되고 있는 기관장들 상당수는 자신을 둘러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일부는 사실상의 후임 인선이 이뤄졌음에도 명패를 사수 중이다.

 

정치권에 의하면 오는 7월31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는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가 유력시되고 있다.

 

2019년 8월 임명된 한 위원장은 2000년대 초 MBC 자문을 맡으면서 언론과 인연을 맺었다. MBC가 보도한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에서는 MBC 측 변호를 맡기도 했다. MBC는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대화가 담겼다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내부문건을 보도한 바 있다.

 

방통위는 심사위원 일부가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특정항목 점수를 낮게 줬다는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지난달 16일 검찰은 한 위원장이 심사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그의 사무실‧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김 변호사는 검사 시절이던 2008년 방통위 파견근무에 나서면서 언론과 연을 가졌다. 2019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징계를 청구하자 장관 비판 성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사법연수원 25기인 김 변호사는 후배(27기)인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이 검찰총장이 되자 검찰에 사의를 표명했다.

 

김 변호사 외에 이명박정부에서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별보좌관,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후임 위원장 인선, 검찰수사 등으로 방통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지만 한 위원장은 거취표명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 위원장이 근래 위원회 회의 등 통상업무 외에는 별다른 일정을 소화하지 않음에 따라 올해 방통위 중점과제인 미디어통합법 제정, 미디어 혁신을 위한 법제도 정비 등 업무는 ‘올스톱’ 된 상황이다.

 

야당은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대신 ‘검찰공화국’ 등의 구호를 앞세워 윤석열정부를 압박 중이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산하기관 주요 요직을 검사들로 채운 것도 부족해 이제는 독립성을 요하는 방통위까지 검찰 출신으로 임명하겠다니 기가 막힌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 야당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사무실을 장악한 현직 위원장, 사무실 진입을 앞둔 내정자 등 ‘한 지붕 두 위원장’이 방통위에서 동거하는 기막힌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 에너지정책을 예로 들며 “탈(脫)원전을 위해 양심을 저버렸던 자들이 새 정부 에너지계획을 세운다는 건 ‘에너지 국정농단’”이라며 “탈원전 부역자들이 활개 치는 한 한국 전력산업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서초구의 자영업자 유영식(41‧남)씨는 “현 정부 인사도 우려스러운 면이 없잖아 있지만 민생을 볼모 삼아 제 식구 알박기로 후임 정부 업무를 마비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연아(26‧여)씨는 “협치는 커녕 내전에 준하는 정파대립에 많은 주변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은 민생 대신 권력을 우선시하는 주객전도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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