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위기에 경제 적신호…“반도체 없인 수출회복 없다”
K-반도체 위기에 경제 적신호…“반도체 없인 수출회복 없다”
▲ 미국이 반도체법의 주요내용에서 중국 봉쇄 목적뿐만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국내 반도체 기업의 대위기가 예상된다. [사진=뉴시스]

 

미국의 반도체법이 구체화되면서 미중 갈등에 따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법의 주요내용에서 중국 봉쇄 목적뿐만 아니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까지 드러내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국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반도체 기업의 위기가 한국 경제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세계적으로 역대 최악의 수준이라 불리는 반도체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업계들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 2월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000만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42.5% 급감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째 계속 되고 있어 재고율은 1997년 IMF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31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58%, 69% 감소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 손실은 1조7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를 낸 것은 2012년 3분기 이후 10년만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조66억원으로 전년대비 43.5% 감소했고, 순이익은 2조4389억원으로 74.6% 줄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수출과 무역수지를 보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 모두 여전히 어려운 모습이다”며 “반도체 경기 반등 없이 당분간 수출 회복에 제약이 불가피한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고 밝혔다. 

 

까다롭고 엄격한 반도체법…‘삼성전자‧SK하이닉스 숨통 조인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반도체법을 공표했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목표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반도체법을 공표했다. 미국은 높은 연구개발 비용 재투자를 통해 타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 분업화 전략에 따라 반도체 생산은 동아시아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 도입은 중국의 반도체 성장 저지, 타국 대비 기술 격차 유지, 반도체 수급의 해외 의존도 완화 등을 위한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역량 강화 정책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법의 세부 지원 사항은 ▲제조 390억달러(51조2070억원) ▲R&D 110억달러(14조3132억) ▲안보 20억달러(2조6024억) ▲보안‧통신 5억달러(6506억원) ▲직업훈련 2억달러(2602억원) ▲공급 무선 공급망 15억달러(1조9518억원) ▲세액공제 240억달러(31조2288억원)로 총 782억달러(101조)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초과이익 공유‧기술 유출‧중국시장 포기’…‘독소조항 가득한 반도체법’

  

한국 기업이 이와 같은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의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먼저 지원금 1억50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이상 수령 기업은 현금 흐름과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하면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에 환수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초과 수익은 보조금의 최대 75%까지 회수 가능하고 이는 보조금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상담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보조금을 통한 투자가 성공하더라도 초과 수익의 대부분을 다시 환급해야 하기 때문에 큰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이어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보조금 사용은 할 수 없으며 현금흐름 등의 재무계획서 제출과 첨단 공정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한다. 특히 미국은 재무계획서에 주요 반도체 생산 제품, 생산량, 생산장비, 원료명, 주요 고객을 필수적으로 기입할 것을 요구했다. 기술이 곧 생명인 반도체 산업에서 위와 같은 정보 요구는 암묵적으로 핵심기술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한국 기업이 보조금 지급을 받기위해선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이에 더해 미국은 중국 등 우려 국가에 반도체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추가했다.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 등 안보 우려국과의 공동연구 및 기술 라이선스가 금지되며 10년간 중국 등 안보 우려국에 반도체 투자를 할 수 없다. 특히 중국 투자 금지의 경우 사실상 중국 시장을 포기하란 의도가 담겨 있어 국내 기업의 확장을 막는다.


중국은 국내 기업들의 최대 반도체 수출 시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반도체 출하량의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중이며, SK하이닉스는 D램의 50% 정도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든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중국 매출 비중은 삼성전자가 9.6%, SK하이닉스는 25%에 달한다. 중국 시장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막대한 손실이다. 


박영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도 국내에 투자하는 기업에 조건을 거는 경우가 있지만, 미국 반도체 법처럼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국내 기업에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생산·연구 설비나 투자계획 등을 공개하는 법안은 상호 호혜적인 입장에서 볼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내기업 울며 겨자먹기’…4월 한미 정상회담 중요성 대두


▲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4월 26일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물론 보조금 지급에 따른 수혜 역시 존재한다. 미국 반도체법안에는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글로벌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이 담겨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투자 프로젝트의 5%에서 15%까지 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2조1500억원)을 투자해 공장 건설 중에 있어 보조금으로 1조1075억원에서 3조3225억원 가량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대 3조원 정도의 지원을 받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회사 규모와 독소조항으로 인한 손실을 고려할 때 그다지 큰 이익은 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에는 국내기업이 보조금 수령을 포기할 수도 있으나 이는 오히려 미국에게 밉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반도체 시장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정책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거절하면, 세금이나 인·허가 문제로 트집을 잡힐 우려가 있어 선택권이 없는 국내 기업에게 이는 강압적인 불리한 독소조항이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것이다. 

 

정부 역시 미국의 반도체법에 대한 조건이 과하다는 입장이다. 아직 세부적인 조건이 나오지 않은 만큼 미국의 지나친 자국 우선주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자원부 장관은 반도체지원법 가이드라인에 대해 “통상 외국인 투자에 지급하는 보조금과 다르게 일반적이지 않은 조건이 많아 기업들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며 “특히, 핵심 공급자 정보 제출, 기업 경영 상황 정보 제출 등 경영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제출 의무와 기술에 대한 정보가 상당 부분 노출될 수 있는 조항들이 여럿 있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4월 26일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2011년 이후 12년 만으로, 윤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미국을 방문하는 국빈이다.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십 업종인 반도체의 위기를 막기 위한 윤 대통령의 정치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론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므로 동맹국 지위를 잘 활용해야 한다”며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선 것에 우리 정부가 협조하고 있는 만큼 제재보다는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