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발 금융위기에 불안감 확산…“급한불 껐지만 우려 여전”
SVB발 금융위기에 불안감 확산…“급한불 껐지만 우려 여전”


▲ 지난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급작스러운 파산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금융 공포와 불신이 퍼지기 시작했다. 사진은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SVB 은행에 들어가는 예금주. [사진=AP/뉴시스]

 

실리콘밸리 은행(SVB · Silicon Valley Bank) 파산으로 충격에 휩싸였던 미국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공포와 불신 글로벌 금융권을 강타하고 있다.

 

SVB는 IT와 스타트업의 성지인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큰 산업은행으로 주로 벤처 사업가와 스타트업 회사들을 상대했던 은행이다. 스타트업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로 우버나 에어비엔비 등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도 SVB를 통해 사업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캐나다, 영국, 덴마크, 독일 등 세계 각지에도 진출한 글로벌 은행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한 SVB는 10일 갑자기 파산했다. 총자산 2090억달러(한화 약 272조원)으로 미국 내 16위 규모 은행의 파산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일으켰다. 2008년 금유위기 당시 파산신청을 한 워싱턴뮤추얼 이후 최대 규모다. SVB 뱅크런 소식을 접한 미국 현지는 충격에 휩싸였다. SVB 예금주들과 스타트업 CEO들은 돈을 찾기 위해 소식을 접하자마자 SVB 지점을 점령했다.


다행히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예금을 보험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하면서 사태가 안정되기 시작했다. 또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기관 자금도 대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연설에서 “미국인과 미국 기업은 필요할 때 예금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신뢰를 가질 수 있다”며 “우리가 이런 상황에 다시 놓이지 않기 위해 이번 혼란에 책임 있는 사람들에게 완전한 책임을 묻고 규모가 더 큰 은행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을 확고히 약속한다”고 말했다.

 

선제조취로 안정화 단계아직은 안심하지 못해


▲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보험과 관계없이 예금을 보증하면서 어느정도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 금융권과 은행에 대한 불안감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SVB에서 돈을 찾기 위해 대기하는 예금주들. [사진=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로 SVB 파산 사태는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분위기지만, 현지에서는 아직 완전히 믿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 애리조나 케이브크릭에 거주하는 캔디 찬드(Candy Chad·39) 씨는 SVB 뱅크런 소식을 듣고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떠올랐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캔디 씨는 “은행 앱들에서 경고 표시가 떴다. 불안감에 나도 내 Wells Fargo 계정에 들어가 예금을 확인했다”며 “나는 SVB 고객은 아니지만 과거 리만 사태 당시 도미노를 기억하고 있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내 친구들 중에서는 실제로 SVB 파산 날 급여를 받지 못한 친구도 있었다”고 밝혔다.

 

▲ 캔디씨가 SVB 파산 날 받은 은행 메시지. [사진=독자제공]

바이든 정부의 조치로 모두가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특히 세계가 주목한 월요일에는 대출을 제외하고 현금 인출과 온라인 거래 등 대부분 서비스가 정상 작동 중이다. 급작스럽게 파산이 진행된 만큼 대처와 회복도 빨랐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가 상황이 커지기 전에 빨리 대처했다”며 “은행이란 건 신용이다. 미국 정부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조치를 취했고, 그 결과, 미국 선물 시장에서는 주가 지수가 오히려 올랐다”고 평가했다.


 

우려보다 피해가 적었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를 입은 일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기업과 벤처 케피탈들은 SVB와 소송전에 돌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은행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했다.


SVB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은행들은 유동성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예금자들 역시 예금 안정성에 대해 꾸준히 의심하는 중이다.


캔디 씨는 “미국 대부분 은행은 사기꾼 들이다”며 “은행은 문자 그대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들의 돈은 금고가 아닌 컴퓨터 화면 속 숫자로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예금보다 적은 약간의 돈만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돈을 인출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현금을 내어줄 수 없을 것이다”며 “그들은 우리의 돈으로 투자를 하고 있고, 투자가 망하면 고객들도 망하는 구조다”고 지적했다.


예금주들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Fed는 “수조 달러의 잠재적 수요를 감당할 만큼 충분히 큰 자금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 CS, 리만이 아닌 대공황일 수도…확산하는 공포

 

▲ SVB 파산 후 유럽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주가가 급락했다. SVB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금융권 공포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영국 런던의 크레디트스위스 사옥 전경. [사진=Credit Suisse]

 

다만 미국 SVB 파산이 일어나고 불과 1주일도 안 돼서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가 전날 대비 30% 이상 폭락하면서 은행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재점화 되고 있다.


미국 SVB와 스위스 CS 두 은행 간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다만 SVB 파산 이후 커져버린 불신과 공포가 CS로 옮겨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CNN은 “SVB와 크레디트스위스는 ‘공포’라는 군중심리를 매개로 연결됐다”며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붕괴 충격으로 크레디트스위스의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면서 주식 투매가 가속화됐다”고 보도했다.


CS 폭락에 스위스 국립은행과 금융감독청은 “크레디트스위스에 필요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다”며 “미국 특정 은행 문제가 스위스 금융시장에 직접적 확산 위험을 초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고 입장을 밝혔다.


CNN도 “CS와 SVB는 엄밀히 말하면 별개의 사건이다”며 “다만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에서 군중심리는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유럽 정부와 언론사들이 시민들의 공포를 달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보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이미 SVB, CS라는 거대한 은행들의 불안정성을 경험한 시민들의 불신은 계속 커져가고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레베카(Rebecca Misenhlter·32) 씨는 “안전띠를 꽉 매야 할 거다. 은행들이 무너지고 있고 이는 2008년보다 심할 수 있다”며 “어쩌면 우리가 역사책으로만 들었던 1929년 미국의 대공황을 전 세계가 마주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S는 SVB와 규모부터 차이가 크다. SVB 총자산 2090억달러(한화 약 272조원)에 비해 CS는 5700억달러(한화 약 750조원) 규모의 초대형 금융사라 해당 파장이 금융권에 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CS가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프랑을 차입할 것을 밝히며 사태를 축소시켰다”며 “당장 급한 불은 약화 시켰지만 아직 사태가 종결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대책 마련 필요

 

▲ 최근 글로벌로 퍼져가는 금융권 공포와 불확실성을 막기위해 금융위와 금감원 등 금융 당국이 은행에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최근 전 세계로 확산하는 금융권 공포와 시스템 붕괴 우려에 국내 은행권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실무작업반’ 회의 결과를 발표에서 은행권이 향후 불확실성에 대비해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위한 건전성 제도 정비를 주문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SVB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 우려가 커진 만큼 금융권 건전성 제고가 중요한 시점이다”며 “은행권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건전성 확충과 대손충당금 적립 관련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17일 국내 은행 임직원 및 은행연합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2023년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SVB와 CS 사태를 언급하며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국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김영주 금감원 은행부문 부원장보는 “최근 미국 SVB 파산 사례와 같이 해외로부터 발생한 불안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잠재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며 “경제상황 악화 시에도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기준 개선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부가 선제적 조치에 나섰지만 연이어 터지는 금융권 사태에 국내에서도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구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이재호(27·가명) 씨는 “고금리로 주식도 코인도 안 하고 적금만 들고 있고 있는 상황인데 금융권에서 연달아 이런 일들이 터지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 은행들이 유동성이 부족한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렇게 공포와 불안감이 커지면 결국 늦게 빼는 사람이 죽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 위기는 점염되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도 그동안 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기에 부채 위기의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책 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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