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 수준 청년취업난, 대수술·극약처방 병행 외엔 답없다”
“불치 수준 청년취업난, 대수술·극약처방 병행 외엔 답없다”

 

▲ 청년취업난의 원인으로 기업과 청년 구직자의 서로 다른 눈높이,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가 지목됐다. 사진은 채용 게시판을 보고 있는 한 청년 구직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갈수록 심화되는 청년취업난 해결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론 대수술 수준의 노동시장 개혁을, 장기적으론 극약처방에 가까운 노동시장 재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년취업난의 결정적 원인으로 기업과 청년의 눈높이 차이로 발생한 노동시장의 균열이 지목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에겐 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자율성 보장을, 청년에겐 취업이 경제적 자유로 연결되는 환경을 각각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좁혀지지 않는 기업·청년세대 간 눈높이, 결국 채용축소·취업외면 현상으로 이어져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올해 신입 취업을 준비하는 4년제 대졸 구직자 664명을 대상으로 ‘취업 목표 기업과 희망연봉 수준’에 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신입 대졸 구직자들의 희망연봉은 평균 3540만원이었다. 기업별로는 △대기업 4040만원 △외국계 기업 3870만원 △공기업·공공기관 3210 △중견·중소기업 3000만원 등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이 책정한 4년제 대졸 초봉은 희망연봉과 차이를 보였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2022년 신입사원 연봉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신입사원 초봉 평균은 2968만원에 불과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 3422만원, 중소기업 2893만원 등이었다. 규모에 상관없이 기업의 연봉 수준이 청년 구직자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지 셈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 청년 구직자들은 기업 규모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 같았으면 대다수가 대기업 입사만을 희망했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대기업을 목표로 삼는 구직자는 33.6%에 불과했다. 이어 중견기업 24.2%, 공기업·공공기관 22.7%, 중소기업 12.5% 등의 순이었다.

 

집값·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필수 지출은 늘어난 데 반해 연봉은 기대에 못 미치다 보니 청년들이 취업 대신 재테크나 고수익 아르바이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반대로 기업들은 연봉 상향은 고사하고 채용 자체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다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기업들은 그 이유로 △국내·외 경기 불황 △사내 구조조정·긴축 경영 △내부 인력 수요 없음(19.4%) △탄력적인 인력 구조조정 어려움 △필요한 인재 확보 어려움 등을 꼽았다.

 

결국 청년취업난의 근본적 원인은 규모를 불문한 기업과 청년의 눈높이 차이, 이른바 ‘일자리 미스매치’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업은 불확실성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한 번 사람을 뽑으면 되돌릴 수 없으니 최대한 채용에 신중하게 되고 청년 구직자들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기 위해 어렵게 취업하는 것 보다 다른 방법을 택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 ⓒ르데스크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가 만난 취준생 황현우 씨(35·남)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황 씨는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기업의 네임벨류도 물론 중요하지만 핵심은 돈이다”며 “예전처럼 취업만 하면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하면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니 취업 대신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도 원하는 인재를 못 구하니 채용을 포기하고 채용규모를 줄인다고 본다”며 “이러한 미스매치 때문에 청년취업난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청년취업난 근본 원인은 일자리 미스매치, 노동유연성·지방일자리 확대로 해결 가능”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년취업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노동시장 경직에서 비롯된 기업의 소극적인 채용 행보, 집값·물가 상승으로 인한 개개인의 지출확대 등이다. 결국 두 가지 문제 해결이 관건인데 대책으론 임금, 근로시간, 계약해지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 확대와 상대적으로 집값·물가가 싼 지방으로의 일자리 분산 시도 등이 있다. 아울러 청년의 근로 의욕을 꺾는 현금지원 정책의 폐지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해 초 ‘노동유연성’을 주제로 진행한 경제토론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는 안정적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를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경제포럼(WEF)의 노동시장 유연성 평가 부문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5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노동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한 경제학자 중 68%는 유연성 확대가 가장 시급한 분야로 ‘기존 근로자의 이직, 해고의 용이’를 꼽았다.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변화하는 고용환경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직무 조정의 용이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맥락에서 청년층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지목됐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유연성 제고는) 일자리 창출(실업자 고용)과 일자리 소멸(근로자 해고)을 모두 초래한다”며 ”해고된 장년층을 청년층이 대신하는 대체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나 물가가 저렴한 지방 일자리 확대가 청년취업난의 해결책으로 지목됐다. 지출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연봉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국토교통부-대구광역시 국가산단 및 균형발전 현안 회의’ 현장. [사진=뉴시스]  

 

서울·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나 물가가 저렴한 지방 일자리 확대도 청년취업난의 해법으로 꼽혔다. 개개인의 희망연봉 자체가 현재의 지출 수준과 인생설계를 위한 필요자금 등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만큼 두 가지 항목이 낮아지면 ‘일자리 미스매치’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이 지난해 초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5대 광역시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각각 12억4978만원, 3억9701만원으로 가격 차이는 8억5277만원이었다. 동일한 연봉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에 거주할 경우 내 집 마련 기간이 지방에 비해 3배 가량 긴 셈이다.

 

물가도 지방이 서울·수도권에 비해 훨씬 저렴한 편이다. 당장 외식물가만 보더라도 서울의 삼겹살 외식비는 평균 1만9000원이었으나 충북은 1만4000원에 불과했다. 돈까스 가격도 서울이 지방보다 약 300원 정도 비싸다. 상대적으로 서울이 임대료가 높고 수요가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격이 높게 형성된 것이다.

 

집값과 물가가 모두 비싼데도 청년세대는 서울·수도권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약 728만여개다. 이 중 155만여개가 서울에, 221만여개가 인천·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전체 중소기업 중 절반 정도가 수도권에 위치한 셈이다. 또 정책 수혜를 입는 기업 중 70% 이상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르데스크와의 통화에서 “청년취업난의 근본 원인인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려면 결국엔 기업이 처우를 높이거나 청년세대의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 지방에 일자리를 늘리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다”며 “동일한 소득이라면 지방에 거주하는 게 더욱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의 눈높이도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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