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애 어떻길래…“딱 남들만큼 즐겼는데 결혼할 돈 없네요”
요즘 연애 어떻길래…“딱 남들만큼 즐겼는데 결혼할 돈 없네요”

 

▲ ‘허세’ 심리가 반영된 보여주기 문화가 미혼남녀의 결혼·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골프, 오마카세 등 고급 스포츠와 먹거리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러한 세태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끔 만들고 있다. 사진은 젊은층 사이에서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서울 성수동 일대 상권. ⓒ르데스크

 

20·30세대에 깊숙이 침투한 보여주기 문화가 미혼남녀의 결혼·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생겨난 과소비 습관이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져 결국 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연애조차 부담이라며 일찌감치 ‘솔로(SOLO)’를 선언해버린 이들도 적지 않다. SNS, 온라인메신저 등의 일상화로 생겨난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결정적 이유로 지목된다.

 

성공한 중·장년층의 전유물 골프, 코로나19·SNS열풍 타고 ‘영앤리치 스포츠’로 급부상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과거 ‘귀족스포츠’로 여겨지던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급증했다. 대면·실내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소수의 인원으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골프가 지목된 결과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 골프인구는 515만명을 기록했다. 국민 10명 중 1명꼴로 골프를 즐기는 셈이다.

 

특히 20·30세대의 골프 인구가 크게 늘었다. 같은 해 20·30세대 골프 인구는 115만명으로 전체의 22%의 비중을 보였다. 오랜 기간 골프가 중·장년 스포츠로 인식돼 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이례적 결과다. 20·30세대 골프 인구의 급증은 관련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20·30세대의 소비 성향이 관련 시장의 성장으로 연결된 것이다.

 

유통업계, 현대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골프산업(골프장, 골프연습장) 시장 규모는 2019년 6조7000억원에서 2023년 9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골프 관련 용품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2019년 3조750억원에서 2021년 5조6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엔 6조3000억원(추정치)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 2030세대 이용자 비율이 전체 이용자 중 60%에 달하는 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에 ‘라운딩’ 관련 게시물은 95만5000건, ‘라운딩룩’ 관련 게시물은 20만4000건 등에 달했다. ‘골프용품’ 관련 게시물도 22만건이나 됐다. 사진은 전북의 한 골프장. ⓒ르데스크

 

골프산업, 골프웨어 등의 성장세는 20·30세대 골프인구 증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2020년 전체 골프 매출 중 20·30세대 매출 비중은 약 14.2% 수준이었으나 2021년 들어 15.5%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17.2%까지 확대됐다. 또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20·30세대 골프 관련 용품 매출은 전체 평균 시장률에 비해 3~5%p 가량 높은 편이다.

 

20·30세대들 사이에서 골프가 유독 인기를 끌게 된 배경엔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특수 상황과 더불어 SNS 열풍에서 비롯된 보여주기 문화확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들과 다른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고급스러움’을 선택하고 고급스포츠의 대명사인 골프로 이를 대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20·30세대 자체가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부 ‘허세’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부자가 될 순 없지만 부자인 척 하기 위한 소비로 ‘골프’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2030세대 이용자 비율이 전체 이용자 중 60%에 달하는 SNS 플랫폼 인스타그램에 ‘라운딩’ 관련 게시물은 95만5000건, ‘라운딩룩’ 관련 게시물은 20만4000건 등에 달했다. ‘골프용품’ 관련 게시물도 22만건이나 됐다. 이 밖에도 골프연습장, 골프스윙, 필드웨어 등 골프 관련 게시물도 상당수 존재했다. 대부분의 게시물엔 “예뻐요” “어디 브랜드에요” “부럽다” 등의 호응이 줄을 이었다.

 

한 끼에 수십만원 오마카세,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필수코스로 급부상

 

‘허세’ 심리가 반영된 보여주기 문화와 관련된 또 다른 사례로는 ‘오마카세’의 인기가 꼽힌다. ‘맡긴다’라는 뜻의 일본어인 오마카세는 메뉴의 종류 및 요리 방식을 셰프에게 모두 맡기는 형식의 주문 형태를 말한다. 1990년대 중반 한국에 도입된 이후 2000년대 일본에서 수련한 일식 쉐프들이 특급호텔에서 정통 오마카세를 선보이면서 고급 일식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 ⓒ르데스크 [그래픽=석혜진]

 

지금은 특급호텔 일식당 뿐 아니라 일반 고급 일식당이나 전문점에서도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데 하나 같이 고급화를 추구하는 탓에 가격이 타 메뉴에 비해 2~3배 가량 비싼 편이다. 저렴한 곳이라 해도 1인 당 최소 20만원 안팎이며 비싼 곳은 40만원까지 하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오마카세의 인기는 갈수록 치솟고 있다.

 

오마카세 소비 역시 골프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어 SNS 등을 공개함으로써 소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목적이 강한 편이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게시물만 무려 60만2000건에 달한다. ‘오마카세 맛집’과 관련된 검색어의 게시물도 7만2000건이나 됐다. 또 오마카세와 관련된 게시물 중엔 ‘데이트’라는 해시태그(#)가 함께 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의 오마카세 열풍은 본고장인 일본에서도 주목할 정도다. 일본에서 보는 인기의 비결 역시 국내에서의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주간지 슈칸신초의 인터넷판 데일리신초는 12일(현지시간) “일본의 ‘오마카세’가 한국에서 유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마카세는 한국 젊은이들의 사치의 상징이다”고 언급했다.

 

데일리신초는 “첫 데이트나 생일,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에는 인기 있는 오마카세 레스토랑을 예약한다”며 “(손님의) 20%가 사업 관계, 나머지 80%가 20~30대 커플인데 SNS에 사진과 영상을 올려 다른 사람에게 자랑까지 하는 것까지가 세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마카세 열풍의 배경에는 한국 남녀의 허세가 깔려 있다”고 덧붙였다.

 

보여주기 심취한 20·30세대 “딱 남들만큼만 썼는데 정작 결혼할 돈이 없네요”

 

주목되는 사실은 ‘허세’ 심리가 반영된 보여주기 문화가 미혼남녀의 결혼·출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고 싶어 하는 심리로 과소비를 일삼다가 결혼자금까지 탕진하고 결국엔 결혼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허세를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스스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결국 연예를 포기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남들만큼 못 산다는 심리가 스스로에 대한 강박감으로 작용해 결혼·출산과 같은 평범한 삶조차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 최근 오마카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오마카세 열풍은 골프와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어 SNS 등을 공개함으로써 소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의 목적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오마카세 전문점의 모습. ⓒ르데스크

 

직장인 강호준 씨(33·남)는 “요즘 주변에 연애하는 친구들을 보면 데이트 한 번 하려면 십만원 이상은 기본이라고 하더라”라며 “기념일이라도 챙기려 하면 기본 백만원이 든다고 하는데 그렇게 연애를 하면 ‘도대체 결혼은 무슨 돈으로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얼마 전 만나던 여자친구와 비슷한 이유로 헤어졌는데 아무리 아끼려고 해도 주변에 다들 그렇게 데이트를 즐기니 안할 수가 없었고 결국엔 다툼으로 이어졌다”며 “지금은 연애나 결혼을 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황하나 씨(27·여)는 “지금은 남자친구가 없지만 만약 만난다면 주변 친구들처럼 골프 데이트도 즐기고 기념일엔 오마카세도 먹으러 다니고 싶다”며 “경제적으로 빠듯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남들 다 하는 걸 안할 순 없지 않겠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당장 결혼에 대한 생각도 없고 나중에도 크게 바뀌진 않을 것 같아 결혼자금을 모으는 것 보다 하고 싶은 연애를 맘껏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주변을 봐도 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과시욕이 부른 과소비 행태가 결혼·출산 기피로 이어지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요즘 20·30세대는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면서도 한 편으론 해외여행이나 명품구매는 서슴지 않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며 “또한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못 한다 하면서도 차곡차곡 돈을 모으기 보단 쓰기 바쁜 모습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결국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면서 생겨난 경제적 궁핍 때문이라고 보여진다”며 “미혼남녀의 결혼·출산 기피 해결을 위해선 결국 ‘보여주기 위한 과소비➞경제적 궁핍➞사회적 책임 기피’의 악순환을 먼저 끊어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