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유승민계 품은 김기현…날 세운 이준석 “비상식의 품”
나경원‧유승민계 품은 김기현…날 세운 이준석 “비상식의 품”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운데)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맨 오른쪽)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첫 당직 인선안을 공개했다. 김 대표가 공언한 ‘연포탕(연대‧포용‧탕평)’ 방침처럼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신경전이 오갔던 나경원‧유승민계 인사가 합류해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이끈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그룹이 전당대회에서 전패한 이준석 전 대표는 “비상식의 품으로 모두 안으면 된다”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직인사를 의결했다. 당 조직‧자금 관리 등 내년 4월 총선에서 당 공천관리위원회 실무를 맡게 될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이 임명됐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초선의 박성민(울산 중구), 조직부총장은 초선의 배현진(서울 송파을) 의원이다. 총선에서 공천 관련 여론조사를 관장하게 될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초선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갑)이다.

 

수석대변인은 초선의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초선의 강민국(경남 진주을) 의원이다. 대변인은 윤희석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 김예령 전 윤석열캠프 대변인 등이다. 당대표 비서실장은 초선의 구자근 의원(경북 구미갑)이다. 이들은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된다.

 

반윤(반 윤석열)계 또는 멀윤(멀어진 친윤)계 인사도 당직에 합류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유승민캠프 대외협력본부장을 지낸 초선의 강대식 의원(대구 동구을)이 발탁됐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전당대회 출마를 도왔던 김민수 전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은 대변인단에 합류했다.

 

정책위의장 인선은 미뤄졌다. 3선의 박대출 의원(경남 진주갑)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다만 김 대표가 경남(울산 남구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만큼 지역안배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적인 일들을 많이 해 오신, 정통한 능력을 가진 분들을 중심으로 인선하고 대통합에 맞는 인물 선정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며 “향후 선정될 인사에 대해서도 그 기준이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회견에서 이 전 대표는 자당(自黨) 소속인 윤석열 대통령을 소설 내에서 권력을 전횡하는 캐릭터인 ‘엄석대’에 비유해 논란을 샀다. [사진=공동취재]

 

당 안팎에서 천아용인 등 친준(친 이준석)계 ‘퇴출’ 촉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 전 대표 등은 이날 인선을 두고서도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는 13일 자신의 SNS에서 “(국민의힘이) 안철수는 안고 가고 이준석은 안고 가지 않아야 한다”며 “어차피 비상식과 상식의 구분인데 선명하게 해야 한다. 비상식의 품으로 모두 안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연포탕’ 정신에 대해서도 이 전 대표는 “연포탕이라는데 어차피 모두 모아서 한 솥에 삶으면 된다”며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김 대표의 당권 경쟁후보였던 천하람 전 후보도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앞서 9일 KBS라디오 백운기의 시사1번지에서 “김 대표를 비롯해 이준석‧천하람이 꼴 보기 싫은 분들은 간단하다. 천하람보다 정치를 잘 하시면 된다”며 “저희 당의 개혁성향 당원들까지 다 납득할 수 있고 잘 한다고 박수칠 수 있도록 당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이끌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에서는 친준계 포용 여부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천아용인 중 (한 명을) 당직에 기용한다면 연포탕 상징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분들은 사실 당이 잘 되길 바라는 쓴소리를 넘어 상당히 문제 있는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차라리 안철수 의원 측에서 (당 요직을) 하는 것이 당내 역할이나 이번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득표 등 그런 면에서 모두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안 의원은 당대표) 선거 마지막 날 이미 투표가 진행 중일 때 최후통첩을 날렸지만 막상 결과가 발표되자 오히려 ‘원팀이다’ ‘승복한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온 걸 봤다”며 “그래서 우리 당 일원으로 앞으로 활동하실 의지가 확고하다는 걸 느꼈다. 그분의 여러 역할이 계속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태영호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전 대표도, 안 의원도 총선을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면 다 같이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구성된 새 지도부 사명은 내년 총선이다. 계속 비윤‧친윤으로 갈라져 싸운다면 우리는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안철수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의 카페 하우스에서 회동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김 대표는 13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구자근 비서실장, 유상범 수석대변인 등이 배석한 가운데 안 의원과 20분가량 비공개 회동했다.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안 의원은 “ 이번에는 (지도부를) 당심 100%로 뽑았지만 내년 총선은 민심 100%로 뽑히는 것이고 특히 수도권 승리가 중요한데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다”며 “제대로 된 민심을 용산(대통령실)에 전해주는 역할을 (김 대표가) 했으면 좋겠다, 그게 기본적으로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당 요직은 고사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김 대표가 당에 신설할 과학기술 관련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에 대해 “제가 2년간 선거를 다섯 번 치러서 많이 지쳐 있고 힘을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당분간 숙고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향후 중도 외연확장, 수도권 승리를 위해 안 의원이 가진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좀 더 정리한 다음에 만나서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얘기가 됐다. 앞으로 안 의원과 총선 압승을 위해 많은 공조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14일에는 당권 경쟁후보였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와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천 전 후보와의 회동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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