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보다 더 야당 같다” 지지층 외면에 친이준석계 거취 관심
“야당보다 더 야당 같다” 지지층 외면에 친이준석계 거취 관심

[지금 대한민국<200>]-국민의힘 김기현號 출범 “야당보다 더 야당 같다” 지지층 외면에 친이준석계 거취 관심

김기현 ‘연포탕’에도 친준계 “공천학살” 주장

르데스크 | 입력 2023.03.14 16:02


▲ 지난해 3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이준석 대표(가운데)와 김기현 원내대표(왼쪽) 등 참석자들과 함께 대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김기현 신임 당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출범했다. 친윤(친 윤석열)계로 알려진 김 대표가 당 사령탑에 선출됨에 따라 국민의힘 계파 지형에 어떠한 지각변동이 발생할지 각계는 주목 중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약 1년 앞두고 김기현호(號) 출범이 공천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김 대표가 “공천에 윤석열 대통령 의견도 듣겠다”고 밝힌 가운데 친준(친 이준석)계 등은 친윤계에 의한 공천학살 가능성을 주장한다. 반면 김 대표 측은 ‘연포탕(연대‧포용‧탕평)’에 의거한 공천에 이뤄질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천에 尹 뜻 반영” 발언에 날 세우는 친준계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은 여당 대표가 될 수 없다” 김 대표가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후 내놓은 일성이었다. 그는 선거 과정 내내 “당‧정은 부부관계이자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해왔다.

 

김 대표는 전대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정치권 이목이 쏠리는 발언도 했다. 그는 ‘공천에 윤 대통령 뜻이 반영돼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통령과 원로들, 우리 당의 좋은 인재들 뜻도 다 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비록 “대통령과 국민 뜻이 다르면 국민 뜻을 적극 전하겠다” “상향식 공천을 기본적으로 잘 지키겠다”고 했지만 총선 공천에 대한 윤 대통령 의견 반영은 기정사실화한 셈이었다. 상향식 공천은 특정 선거구에서 가장 승률이 높다고 생각되는 후보를 투입하는 전략공천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김 대표 당선을 두고 비윤(비 윤석열)계는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8개월 동안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말살해 마침내 국민의힘을 대통령 1인이 독점하는 윤석열 사당(私黨)으로 만들었다”며 “오늘부터 공천 협박이 사실상 시작되고 민주정당의 건전한 경쟁, 비판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대표 선거에서 김 대표와 겨뤘던 비윤계의 천하람 전 후보는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비윤계를) 제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천장 안 주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무소속 출마를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제 지역구(전남 순천갑) 같은 경우는 무소속 출마하면 표가 훨씬 더 많이 나온다”고 했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엄석대’에 비유하며 날을 세웠다. 엄석대는 소설 내에서 권력을 전횡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진=뉴시스]

 

새 지도부 아니더라도 당 안팎서 “李 솎아내야” 목소리

 

김 대표는 공천학살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천 전 후보에 의하면 김 대표는 전대 직후 천 전 후보에게 전화해 ‘선거 때는 치열하게 다퉜지만 다 당이 잘 되자고 하는 거니까 잘 해보자’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일 전대 이후 처음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연포탕’은) 구두약속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거야(巨野)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투쟁 대신 ‘내부총질’에 충실한 비윤계를 솎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새 지도부에 합류한 김재원‧조수진‧장예찬 최고위원은 ‘안철수는 몰라도 이준석 전 대표, 천하람 당협위원장과는 함께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조 최고위원은 9일 CBS라디오에서 “(전대에서 낙선한 분들을) 보듬는 게 이번에 당선된 지도부의 역할”이라면서도 “(친준계가) 전대 기간 내내 내부총질만 했는데 그걸 당내 민주주의‧소신으로 포장하려 해도 당원들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전대에서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친준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전원 낙선했다.

 

장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천아용인 후보들은 이준석이라는 정치인과 결탁해 선거를 끝까지 치른 게 전략적 패착이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서 “이번 전대에서 이 전 대표와 그를 따르는 몇몇이 보여준 이런 비정상적인 행위를 당에서 ‘영구히 추방’해야 한다는 판단을 (당원들이)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10일 페이스북에서 사실상 친준계를 겨냥해 “무슨 할 말이 남았다고 또 나불거리나”며 “입으로만 개혁을 나불거리는 트로이목마 같은 개혁빙자 세력이나, 청년정책 하나 없이 청년정치 한다고 입으로만 나불거리던 사람들은 이번 전대 때 당원들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으면 그만 반성하고 자중하고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 8일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安 노원병 차출설…“친준계 자업자득 면모 없지 않아”

 

때문에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준계가 굳이 공천학살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당심(黨心)의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전 대표의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홍 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전 후보를 두고 “지금 세 들어 사는 집을 집주인이 내놓으라면 본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전 대표와 부딪힌다”며 “둘 중 하나는 내년에 우리 당 이름으로 출마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는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분당갑은 원래 김 수석 지역구였는데 지금은 안 전 후보가 국회의원인 상태다. 만약 김 수석이 분당갑에 도전장을 던지게 된다면 안 전 후보는 자신의 원래 지역구였던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야 한다. 이 경우 노원병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이 전 대표와의 공천장을 둘러싼 충돌은 불가피하다.

 

현재로서는 안 전 후보의 승률이 높지 않겠냐는 분석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전대 후에도 친윤계, 당 중진들과 사사건건 충돌 중인 친준계와 달리 안 전 후보는 즉각 선거결과에 승복한 바 있다. 안 전 후보는 9일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원들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겠다. 새로운 김기현 당 대표 지도부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

 

친윤계로서 당 지도부에 입성한 조 최고위원도 안 전 후보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전대 개입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한 점을 언급하며 “선거가 끝났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봉합해야 한다. 낙선후보들 만나서 그동안의 상처나 그런 고민 같은 게 있었다면 보듬는 게 이번에 당선된 지도부 역할”이라며 안 전 후보를 보듬었다.

 

만에 하나 이 전 대표가 노원병에서 무소속 출마한다면 네 번째 낙선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있다. 노원병은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으로 평가돼 조직력 등 국민의힘 화력지원을 받지 못하면 당선 여부는 불투명해진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해서도 세 차례 내리 낙선한 바 있어 ‘마삼중(마이너스 3선 중진)’이라는 불명예스런 별칭이 따라다닌다. 이 전 대표는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2016년 4월 총선 당시 노원병에서 득표율 31.3%를 기록하며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전 후보(52.3%)에게 패했다.

 

‘천아용인’의 운명도 이 전 대표와 별반 다르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있다. 천 전 후보가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순천갑 등 호남은 보수당계 후보의 무덤으로 일컬어진다. 허은아 의원은 지난해 12월 김경진 전 의원에 밀려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공모에서 탈락했다. 김용태‧이기인 전 후보는 뚜렷한 지역구가 없다는 평을 받는다.

 

친준계가 내년 총선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야권에서도 친준계 성적이 기대이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 대통령이 무서운 분 아닌가. 비주류 하나라도 살려줘야지”라며 안 전 후보 공천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이준석계는 보따리 쌀 것”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의 자영업자 최두형(45‧남)씨는 “이준석계의 암울한 미래는 어느 정도 본인들 자업자득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이 (전대 과정에서의)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한다”며 “자기정치가 아닌 민생‧조직을 위한 희생정치의 모습을 훗날엔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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