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허리휘는 청년들…“결혼 준비하느라 투잡 뛰어요”
고물가에 허리휘는 청년들…“결혼 준비하느라 투잡 뛰어요”
▲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실외마스크도 어느정도 해제되면서 차츰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식장을 알아보고 있는 가운데 예식비용,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 등이 너무 올라 투잡을 선택한 이들이 생겨났다. [사진=부여군청]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투잡을 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업무 경험을 쌓기 위해서나 저축을 위해 투잡을 선택하기도 했다. 다른 이들은 물가 상승에 못 이기고 생존을 위해서나 결혼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해서였다. 


국내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부업을 하며 보조 수입을 얻는 투잡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한국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세~59세 남녀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42%가 부업을 한다고 응답했다. 부업을 하는 이유는 ‘여유·비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31.5%로 가장 많았고 시간적 여유(19.4%)와 생활비 부족(14.1%)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잡족이 많아진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분석된다. 결혼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부업을 하는 이들이나 고물가 행진에 잠시 생활비가 부족해 여러 일을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 현재의 상황에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자금 부족을 메꾸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고금리 현상에 따른 할인 혜택, 주거 혜택이나 결혼 정책 등 청년이 부담을 느끼는 비용에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예식비용‧스드메 비용 등 부담…전남, 청년부부 결혼축하금 지원


젊은이들은 다양한 경제적,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점점 투잡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률을 앞질러서다. 임금이 오르지는 않지만,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실외마스크도 어느정도 해제되면서 차츰 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식장을 알아보고 있는 가운데 예식비용,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 등이 너무 올라 투잡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스드메 비용은 각기 다르다. 업계에서는 평균적인 예산으로 측정할 경우 250~300만원 선으로 예상했다. 스튜디오 비용 80만원, 드레스와 메이크업 비용은 100~130만원이다. 사진은 메이크업 체험. [사진=뉴시스]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스드메 비용은 각기 다르다. 업계에서는 평균적인 예산으로 측정할 경우 250~300만원 선으로 예상했다. 스튜디오 비용 80만원, 드레스와 메이크업 비용은 100~130만원이다. 스드메 비용에 더해 예식비용도 예비 신혼부부에게는 부담이 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3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평균 예식비용은 1390만원으로 2022년 1278만원에 비해 8.76% 증가했다. 예식비용은 예식홀 평균 예약비용과 웨딩패키지 비용만 합산한 금액이라 전체 결혼식 비용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고서현 씨(30‧여)는 재택근무를 마치고 7시부터 11시까지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생활하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는 도중 저축해둔 돈으로는 예식비용을 내기에 모자라서다. 그는 “집안 사정이 있어 돈을 많이는 못 모아둔 상황에서 결혼할 상대를 만났다”며 “다음 주 중에 상견례도 예정돼 있고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예식비용이나 스드메 비용을 알아보니 2000만원정도 나갈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혼자 하는 결혼이 아니기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조금이나마 돈을 보태고자 고깃집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결혼은 내년 중으로 생각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돈을 모아두고 결혼하기 3개월 전부터는 그만둘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는 청년 부부에게 결혼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받을 수 있는 지역은 한정적이다. 결혼축하금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전라남도였다. 전라남도는 전국 광역시도중 유일하게 청년부부 결혼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 만 49세 이하 부부에게 지원금 총 200만원을 지원하고 연간 총 60쌍 부부를 지원한다. 전남도는 지난해 3200여쌍에게 64억원을 지급한 바 있다.


결혼비용‧대출이자 등 걱정…“결혼 장려 정책 필요하다”

 

▲ 정부에서는 청년 부부에게 결혼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받을 수 있는 지역은 한정적이다. 결혼축하금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은 전라남도였다. 전라남도는 전국 광역시도중 유일하게 청년부부 결혼축하금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은 점심 식사하러 가는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결혼비용이 많이 나가서 부담을 덜고자 투잡을 하는 이도 있는 반면, 결혼 이후 살 집에 대한 걱정에 투잡에 뛰어든 이도 있었다. 월세로 들어가기엔 비용이 계속 들어가고 그렇다고 전세로 들어가자니 사실상 월세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늘어나는 대출이자를 보면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것이다. 


김건호(34‧남)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크린 골프장 안내데스크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결혼하면서 집은 있어야 하는데 월세로 시작하고 싶진 않고 전세로 시작하고 싶어서 돈을 모으는 중이다”며 “전세로 들어가기에는 자금이 조금 부족한데 대출을 끼고 시작하고 싶진 않다. 대출이자가 부담이 커서다. 그래서 무리해서라도 저녁 시간대에 일을 좀 더 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년 정도 일을 더 하면 충분히 전세를 들어갈 수 있다”며 “결혼하는 시기가 되면 그만두고 결혼 생활과 직장 생활에 집중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송도호 서울시의회 의원장은 “급격한 물가 상승과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가격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결혼식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결혼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시 교통문화교육원 예식장의 경우 노후화된 시설과 오래된 비품으로 인해 대관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 공공시설물 중 주말에 예식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적극 발굴해 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예식을 치를 수 있도록 서울시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유지 벅차…“월세지원도 못받는다”

 

젊은 층은 단순히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가 어렵다고 한다. 하루 9시간씩 매일 일한다면 일당은 약 8만6580원이다. 매주 약 43만원, 월급으로는 약 173만원이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사회초년생은 첫 시작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173만원을 전부 받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9시부터 6시까지 9시간을 쓰는 아르바이트보다는 점심 시간 피크타임이나 저녁 시간대 위주로 고용하기 때문에 두가지 일을 병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지영(24‧여) 씨는 현재 고기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대학교 졸업이 다가와 잠깐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9시간 일하는 곳을 찾기는 힘들다. 고기집 같은 경우에도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 단위로 끊어서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9시부터 6시까지 하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10시부터 2시까지 카페에서 피크타임만 일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저녁 알바로만 해서 수중에 떨어지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 생계 유지를 위해 일을 많이 하다 보니 소득이 높아져서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월세 지원도 받지 못했다. 월세 외에도 이것저것 나가는 돈이 많다. 평일은 거의 일만 해도 밥값이 너무 많이 나가 돈을 모으기 힘든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청년월세지원은 만 19~34세 청년 중 부모님과 별도 거주하고 월세 60만원·보증금 5천만원 이하 주택에 거주하는 무주택자에게 12개월 분의 월세를 월 최대 20만원까지 지원한다. 그러나 중위소득이 60% 이하여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위소득 60%는 1인 가구의 경우 116만 6887원이다. 


정부가 청년을 대상으로 월세를 지원했지만,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원 대상 청년이 극히 제한적인 데다가 단발성 현금 지원이기 때문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 문제가 시급한데 정부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소득 문제, 월세난 등을 해결할 수 있는데 단발적으로 현금을 주는 것은 어떠한 해결책도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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