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조건에 골머리”…청년 빠진 버팀목전세대출 허실
“까다로운 조건에 골머리”…청년 빠진 버팀목전세대출 허실
▲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전세자금 대출을 보유한 2030 차주는 81만6353명으로 전체 전세자금 차주의 61.1%에 달했다. ⓒ르데스크

 

고금리시대에 대출 금리 부담을 완화해주는 버팀목 제도가 2030사이에서 인기다. 만 34세이하 최대 2억, 그 이상은 최대 3억까지 저금리로 대출할 수 있는 버팀목은 좋은 주거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사각지대 속 애로사항 역시 존재해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입장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전세자금 대출을 보유한 2030 차주는 81만6353명으로 전체 전세자금 차주의 61.1%에 달했다. 20대 차주는 23조8633억원, 30대 차주가 70조1325억원으로, 2030세대의 전세대출액만 100조원에 근접한다.


2030 세대의 전세자금대출액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9년 12월말 39조4376억원이었던 대출 잔액 규모는 지난 2021년 12월 말 3년 사이 94조1757억원으로 2배 넘게 급격히 늘어났다. 대출 잔액 규모 증가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기준 2030 세대 대출 잔액은 96조3672억원으로 4개월 만에 2.3%가 증가했다. 


직장인 김여진(여‧27)씨는 “이번 상반기에 취업을 하게 돼 회사 근처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전세가격이 2억이 넘어 여기저기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며 “금리까지 올라 큰 돈을 대출하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월세를 들어가자니 돈이 아까워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고금리시대에 매매가격이 급등하며 전세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른 전세 사기 피해 역시 급증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피해지원센터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2월까지 전세 거래 피해 상담 건수와 사례를 조사한 결과 전세 거래 피해 신고자의 72%가 2030세대에 집중됐다. 접수된 피해사례 2549건 중 연령을 밝힌 1203건을 분석한 결과 30대가 52%(62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 이하가 20%(237건), 40대 17%(205건)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빌라왕 사기’의 피해자들 역시 절반이 2030이다. ‘빌라왕 사기’는 6개 조직이 무자본 갭투자를 통해 전국에 6100여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을 바탕으로 임차인들에게 가한 전세 사기이다. 검찰에 송치한 사건을 기준으로 확인된 피해자는 1207명, 피해금액은 약 2335억원에 달했다. 피해자 중 20대 18.5%, 30대 31.4%, 2030 합산 피해자는  49.9%로 피해자의 절반이다. 1인당 피해금액은 1억~2억 사이가 다수였다. 


서울청년센터 오랑은 “최근 전세사기 예방법에 대한 강좌나 모임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며 “기존에 진로에 관한 토의가 많았다면 요즘은 대부분 재테크를 주제로 한 모임들이 많고, 그 중에서도 거주문제에 대한 내용이 다수다”고 밝혔다.  


서울청년센터 오랑에서 만난 김주현(여‧25)씨는 “대학교를 이제 막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돼 새로운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전세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빌라왕 사건 등으로 전세에 좋지 않은 인식이 팽배해져 쉽사리 전세로 거주하기 무섭다”고 말했다. 


청년전용‧일반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기준…‘청년전용 최대 2억, 일반 최대 3억까지’

 

▲ 주택도시기금이 운영하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종류는 2가지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정부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낮은 금리로 전세 대출을 지원하는 버팀목 대출의 한도 확대 방안을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부동산 시장 가격 인상을 반영해 필요한 전세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택도시기금이 운영하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의 종류는 2가지다. 하나는 ‘청년전용 버팀목전세자금 대출이다. 청년버팀목은 2억원 이하 또는 임차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연 1.5~2.1% 금리 대출해주는 제도다. 대출 대상은 본인 또는 부부 합산 연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만19~34세)으로 예비세대주도 포함된다. 


단, ▲신혼가구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종사자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재개발 구역내 세입자 ▲다자녀가구 ▲2자녀 가구인 경우 6천만원 이하여도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자는 신혼가구 주택도시기금대출과 은행권의 전세자금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등을 이용한 적이 없고 순자산이 3억61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임차보증금은 3억원 이하다. 


소득별로 대출 금리는 다르다. 부부 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는 1.5%, 2000만원 초과 4000만원 이하는 1.8%, 4000만원 초과 6000만원 이하는 2.1%를 적용한다. 이용기간은 2년이지만 4회 연장해 최장 10년까지 가능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는 없다. 대상주택은 임차전용면적 85m²이하이다. 만약 만 25세미만 단독세대주일 경우 60m²까지 이용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일반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이다. 일반버팀목 대출은 연 1.8%~2.4%의 금리로 수도권 1억2천만원, 비수도권 8천만원 이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자녀를 2명 이상 낳는다면 수도권 3억원, 비수도권 2억원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올라간다. 대출대상은 나이 제한이 없는 무주택 세대주고, 청년버팀목과 마찬가지로 예비 세대주 역시 포함된다. 대출 가능 연소득은 청년버팀목과 동일하다. 


임차보증금은 수도권 거주 일반‧신혼가구 3억원 이내, 비수도권 거주 2억원 이내로 형성되고, 2자녀이상가구는 수도권 4억원 이내, 비수도권 3억원 이내로 측정된다. 순자산가액은 3억6100만원 이하로 대출기간과 대상주택 면적 모두 청년버팀목과 동일하다. 


버팀목 대출 진행 절차…‘2‧3월 이사철, 어떻게 해야 돈 받을 수 있나’


▲ 2‧3월 이사철로 인해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르데스크

 

버팀목 대출의 이용절차는 먼저 기금 포털 또는 은행상담을 통한 대출기본정보 확인으로 시작된다. 이후 주택도시보증공사 기금e든든 또는 은행을 방문해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대출 신청이 처리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자산심사를 진행한다. 


자산심사는 1차, 2차로 나눠지고, 보통 하루 이틀 사이에 1차 결과가 발표된다. 1차 결과에서 보류 판정 시 추가적인 자산 검토 과정이 추가된다. 자산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대출 신청 시 기입한 신청자 휴대폰번호로 SMS 결과가 발송되고 해당 은행 영업점에 필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임대인과 임차인의 소득심사와 담보물심사가 진행되는데, 옥상에 가벽을 세운다거나,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등의 불법건축물 확인 시 담보물 심사에서 탈락하게 된다. 소득심사와 담보물심사 완료 시 대출가능 여부와 대출한도를 확인하고 최종 대출이 진행된다. 


김범준 우리은행 전세대출 담당자는 “버팀목 전세대출 상담자 및 신청자들이 상당히 많다”며 “2‧3월이 이사철이라 평균적으로 하루에 5팀 이상 버팀목 상담 신청을 진행하는데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그냥 돌아가시는 분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시대 부담 완화 제도 ‘버팀목’…‘여전히 허점 많아, 애로사항 개선 필요’


▲ 우리은행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버팀목 대출이 적용되는 집의 임대인의 대출 금액과 상관없이 담보물 심사가 통과된다. ⓒ르데스크

 

버팀목 전세대출은 고금리시대에 2030세대에게 낮은 금리로 전세 대출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인 것은 맞지만 제도 속 실제로 일어나는 애로사항에 대해서 개선해야할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버팀목 대출이 적용되는 집의 임대인의 대출 금액과 상관없이 담보물 심사가 통과된다. 만약 임대인의 대출금이 높을 시 전입 후에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세 사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어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자격심사에서 무소득자도 적격 판정을 받을 수 있는데, 무소득자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은 시중은행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은행은 소득이 없으면 대출금 이자 상환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간극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은행과 고객간의 분쟁이 심화된다. 


이승후 우리은행 전세대출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소득이 없으면 대출금 상환을 걱정 할 수 밖에 없다”며 “소득이 없는데 무작정 찾아와서 최대 한도로 대출해달라고 억지를 피우시는 분들이 많아 골머리를 앓고 있어 이와 관련한 추가 심사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모두 보완해야 할 점들이 있다”며 “버팀목 전세대출이 고금리시대에 임차인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는 맞지만, 아직까지 추가해야할 사항들이 많아, 실제로 은행원들 사이에서 제도의 허점이 많다는 의견이 다수다”고 밝혔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지금 전세시장이 유지되는 구조는 임차인의 연결을 통한 부채 돌려막기다”며 “빌라왕 사기극에서 확인된 것처럼 전세금 반환 장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전세제도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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