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서실장 사망…李 “검찰 탓” 유동규 “책임져라”
이재명 비서실장 사망…李 “검찰 탓” 유동규 “책임져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국민 속으로 경청투어’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6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대표 주변 인사로는 다섯 번째 사망자다. 이 대표는 “검찰 수사 때문이지 나 때문인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은 전 씨 유서에 이 대표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진 점을 들며 “이 대표가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도 이 대표가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일 경기 성남수정경찰서에 의하면 전 씨는 전날(9일) 오후 8시50분께 성남 자택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이날 오후 7시30분께 외출에서 돌아온 전 씨 아내가 문이 열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대원‧경찰관이 함께 문을 개방하고 들어가 전 씨를 발견했다.

 

전 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행정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당선인비서실장, 초대 도지사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2019년 7월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영기획본부장을 맡았고 사장 직무대행도 지냈다.

 

전 씨는 2019년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모친상에 조문 가서는 “쌍방울과 북한 측의 경협합의서 체결을 축하한다. 대북사업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대북송금 등 의혹을 받고 있다.

 

이재철 전 성남시 부시장은 10일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전 씨는 성남시청 늘공(직업공무원) 중 이재명 시장 최측근 실세로 활동했다. (성남) FC 후원금 모금 등 민감한 문제 실무책임을 도맡았고 이 시장 측이 무리한 인사를 강행할 때도 총대를 멨다”며 “(이 대표 정무조정실장 출신의) 정진상 씨도 그를 선배라 부르며 예를 갖췄다. 이 시장이 자리를 비울 땐 늘 전 씨와 주요 현안을 상의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시장에 의하면 정 전 실장은 성남시 공무원들 사이에서 ‘어공(정치적 공무원) 톱’, 전 씨는 ‘늘공 톱’으로 통했다. 전 씨는 이 대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으며 입이 무겁고 추진력이 강해 이 대표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전 씨는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은 바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10일 “고인에 대해선 지난해 12월26일 성남FC 사건과 관련해 한차례 영상녹화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외 별도의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전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 대표는 10일 수원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평생을 공직에 헌신했고 이제 퇴직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하던 참으로 모범적인 공무원이었다”며 “자랑스러운 공직생활 성과들이 검찰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적 압박수사가 이어지며 얼마나 힘들었겠나.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탓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여당은 이 대표가 전 씨 사망 배경을 해명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그림자가 연속되고 있어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대표가 걸어온 과정에서 많은 관계인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무서운 비극을 끝내야 할 사람은 이 대표”라며 “도대체 어떠한 말 못할 비밀이 그리 많기에 측근들이 세상을 뜨고 있는지 오직 한 사람 ‘그분’이 입을 열어야 한다. 여섯 번째, 일곱 번째 죽음은 막아야 한다”고 했다.

 

10일 정치권 등에 의하면 전 씨는 유서에서 이 대표를 언급했다. 전 씨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 ‘열심히 일만 했는데 검찰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취지의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전 씨 유족은 유서 공개를 거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측은 “유족이 유서 내용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밝혀 유서에 관해선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 관련 인물 중 숨진 사례는 전 씨가 다섯 번째다.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은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2021년 12월10일 경기 고양시 자택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불과 11일 뒤인 2021년 12월21일에는 대장동 개발 실무책임자였던 김문기 전 성남도공 개발1처장 시신이 성남시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1월에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했던 한 시민단체 대표 이모 씨가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7월26일에는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핵심인물인 배모 씨 지인 A씨가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 등은 수사 결과 타살 의혹은 없다고 밝혔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은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관련 공판에 출석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위법적 행정요구가 이런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며 “본인(이 대표)이 책임져야 하는데 항상 뒤로 물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도시공사(성남도공)의 경우엔 저만 기소돼 있지 않나. 그분도 책임질 게 있으면 책임져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시장은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전 씨는 FC 후원금 말고도 이 대표의 다른 의혹들에도 깊숙이 연루됐을 공산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전 씨 측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관련된 다섯 명이 왜 이렇게 목숨을 버리는 결정을 하는지 궁금하다. 이 대표 입장을 듣고 싶다”며 이 대표의 공식해명, 당국의 엄중수사 등을 촉구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