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혜택’ 미분양 상가의 배신…“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파격 혜택’ 미분양 상가의 배신…“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고금리, 고물가로 얼어 붙었다. 시공사와 임차인들은 임대인을 모으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사진은 임대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은 상가 전경. ⓒ르데스크

 

“1년 랜트프리에 냉·난방 완비 등 혜택에 눈이 멀어 들어왔다 파산하게 생겼습니다.”

 

최근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상가(상업용 부동산) 분양에 나서는 시행사가 늘고 있다. 냉·난방비부터 시설비, 인테리어 비용 지원은 물론 2년여간 임대료를 면제해주는 랜트프리를 꺼내드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앞세워 수요자를 모집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파격적인 혜택만 보고 상가를 분양받는 등 투자에 나설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신도시의 경우 랜트프리 등 좋은 조건만 보고 들어가면 고금리 이자와 재료비를 버티기 어렵다고 설명이다. 혜택보단 인근 상권 분석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도, 높은 가격에 죽은 상권…대출이자도 갚기 힘들어 

 

▲ 송도는 기본 상권이 형성돼 있지만 일부 지역은 아직 상권이 형성돼 있지 않아 들어온 임대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송도 빈 상가들로 임대인을 찾기 위해 주인직접 거래도 시도하고 있다. ⓒ르데스크

  

송도 인천대와 로데오거리 사이 신축 상가에서 카페를 창업한 이슬기(28·가명)씨는 당시 조건에 눈이 멀어 입지를 보지 못했다며 후회했다. 이 씨는 해당 상가에 3번째로 입주했고 시행사 매물을 임대했다. 당시 좋은 조건과 주변 입점 확정된 다른 가게들을 보고 먼저 들어왔지만, 아직 반도 채워지지 않은 상가에서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16평 보증금 5000, 월세 420 매물에 시행사 측은 이씨에게 6개월 랜트프리 기간과 냉·난방 지원 그리고 장기계약으로 시설 설비 일부 비용을 지원했다. 이 씨는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을 대출받고 6개월 랜트프리로 큰 부담 없이 카페를 창업했지만, 문제는 주변 상권 형성이 안돼 찾아오는 손님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이 씨는 “아직 랜트프리 기간이라 버틸만하지만, 랜트프리가 끝나는 시점에도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월세에 이자까지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며 “버틸 수 있다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사람이 없을 줄 몰랐다”고 한탄했다.

 

기자가 찾은 송도 신축 상가 건물은 한산했다. 대부분 상가에 임대문의가 걸려 있었고, ‘건물주 직접 임대’, ‘주방시설 제공’ 등 다양한 조건들도 함께 제시하는 임대 상가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아직 신세계가 들어오지 않아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려면 최소 2년은 걸린다”며 “들어오겠다는 임대인들이 없어 요즘에는 건물주들이 직접 번호를 붙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씨가 창업한 카페 바로 옆에는 2025년 신세계 백화점이 오픈할 예정이다. 문제는 그전까지 상권 형성이 어렵고 무엇보다 고금리가 이어진다면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들다.

 

2027년만 기다리는 청라…지금 입점하면 프렌차이즈 연결 

 

▲ 청라는 2027년 7호선 연장과 국내 최고 높이 빌딩인 시티타워가 완공된다. 전문가들은 그전까지 상권 형성은 어려워 입주시 해당 사항은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사진은 임대시 프렌차이즈점을 연결시켜주겠다는 임대 광고. ⓒ르데스크

  

인천시가 조성 중인 청라국제도시는 송도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현재 청라국제도시 인구는 11만명에 육박한다. 인근 아파트는 모두 입주가 끝났고 기존 계획보다 1만명 인구가 더 들어왔음에도 상가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기자가 찾은 청라3동은 7호선 연장과 시티타워 등이 예정된 미래가치가 높은 최신 상권이다. 그럼에도 상가 대다수가 비었고, 거리는 찾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송도와 달리 미분양 매물도 많아 시행사 측에서 다양한 혜택을 내걸고 있다.

 

한 상가 분양소는 4년 계약 시 24개월 랜트프리를 제안했다. 또 다른 시행사 측은 입점한다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점을 입점 시켜주겠다고 말했다.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시공사와 해당 프랜차이즈점 간 관계가 있어 입주하시는 조건하에 프랜차이즈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일부 자본이 부족한 소규모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청라 미분양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평당 평균 6000만원 선분양이 이뤄져 분양가가 비싸다고 쉽게 낮출 수도 없다. 

 

임대 역시 재계약 5% 상한선 제한으로 한번 임대료를 낮출 경우 다시 올리기 힘들어 대다수의 상가가 공실로 남아있다.

 

더 큰 문제는 높은 공실률과 미분양으로 상권형성이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라3동에 본격적인 상권이 들어서려면 7호선 연장과 스타필드, 시티타워 등이 개관하는 2027년이나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전까지 상권 형성이 어렵다고 전망했다.

 

청라 대다수 분양소와 임대인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앞세워 4년 계약을 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년 동안 상권 형성이 어려워 공실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일단 입점을 유도하지만, 4년후 계약이 만료되고 상권이 바뀌면 어떻게 바뀔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조건이 좋다 해도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곳에서 4년을 버티기 또한 어렵다.

 

청라3동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일식집을 오픈한 이기현(38·가명)씨는 “8시부터 손님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상권 형성도 느리고 손님도 없다”며 “4년은커녕 올해 안에 폐점을 걱정할 상황이다”고 말했다.

 

파주, 파격 특별임대…24개월 렌트프리까지 등장

 

▲ 파주 운정은 야당 이후 떠오르는 상권이다. 다만 아직 상권은 아직 어수선한 상황이다. 거기에 고금리, 고물가에 나가는 상인들도 증가해 상권형성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사진은 임대인을 찾기위해 파격 임대를 내건 상가. ⓒ르데스크

 

파주 운정은 호수공원과 운정역을 끼고 있고 옆쪽으로는 법조타운과 스타필드가 들어설 예정인 떠오르는 상권이다. 파주 청년층이 모이는 야당역과도 1정거장으로 매우 가깝고 호수공원을 통해 쾌적한 접근도 가능한 이점이 있다.

 

파주에서 가장 유망 받는 상권이지만 이곳 또한 공실과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다. 운정에 한 상가는 호실별 월 임대료 125만원씩 임대료 3천만월을 지원해 준다는 조건까지 걸며 입주자 수색에 나섰다. 

 

미분양의 경우에는 정확한 금액은 말하지 않았지만, 파격적인 조건으로 원하는 금액을 맞춰 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다른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운정 또한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인근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2025년 스타필드가 들어오고 법조타운과 공사중인 오피스텔들이 완공되면 상권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지만 지금 당장 들어오기에는 아직 상권이 많이 죽어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실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우리도 그렇고 청라도 그렇고 파격적인 조건을 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며 “세상에 공짜는 없기에 그 조건들이 득일지 실일지는 입주자들이 고심하고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BNK 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임대가격 또한 최저치까지 내려갔지만 찾는 사람은 줄어들었고, 혜택을 보고 들어간 사람들 중 이자에 허덕이는 입주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고물가 시대라 아파트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더 심각하다고 말한다. 특히,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신도시의 경우 랜트프리 등 좋은 조건만 보고 들어가면 고금리 이자와 재료비를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불황에 따른 거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업 업무용 빌딩 거래량이 극심한 가뭄을 보이고 있다”며 “대출을 낀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고려할 경우 자금조달 비용이나 수익률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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