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의 끝은…피해자와 가해자, 가족까지 전부 공멸의 터널
학폭의 끝은…피해자와 가해자, 가족까지 전부 공멸의 터널

 

▲ 최근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날로 더해지는 가운데 가해자도 저지른 만행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결국 학교폭력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역시 파멸의 길로 이끄는 최악의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여자 프로배구 선수의 프로리그 출전을 반대하는 전광판. [사진=뉴시스]  

 

학교폭력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부작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피해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가해자와 그들의 가족 또한 평생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피해자가 받는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해자와 그 가족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의 무게도 상당한 편이다. 결국 한 명의 잘못된 선택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는 셈이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 전체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졸업 후에도 시달리는 학교폭력의 고통…정신장애, 자살충동에 심하면 자살시도까지

 

학교폭력 피해자는 괴롭힘 당했던 시기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른 후에도 심각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학폭 휴유증’에 시달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휴유증은 정신적 트라우마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우울증, 신체화 장애 등과 더불어 심할 경우 자살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애리 순천대학교 교수와 김유나 유한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공동 발표한 ‘아동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초기 성인기 심리정서적 어려움 및 자살에 미치는 영향’ 논문 내용에 따르면 어린 시절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 심리 정서적인 문제를 겪는 비중이 높았다.

 

우울증 발생 비중의 경우 학교폭력 피해 유경험자는 5.2%, 미경험자는 4.92% 등으로 나타났다. 별 다른 원인이 없음에도 신체적 이상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신체화 장애’ 비율도 유경험자는 5.02%에 달한 반면 무경험자는 4.48%에 그쳤다. 다만 정서조절 문제의 경우 유경험자 5.25%, 무경험자 5.36% 등으로 두 집단 간에 별 다른 차이는 없었다.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성인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극단적 선택’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었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성인의 54.4%(192명)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이 중 13%(46명)는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반면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없는 성인 가운데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36.2%(245명),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5.2%(35명) 등이었다.

 

 

▲ 학교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성인의 54.4%(192명)는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이 중 13%(46명)는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담은 드라마 ‘더 글로리’ 배우와 연출진. [사진=뉴시스]

 

특히 연구팀이 응답자의 연령, 성별, 가구 소득 등 인구 사회학적 요소를 통제하고 다시 분석한 결과에서도 학교폭력 피해 유경험자는 무경험자에 비해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1.92배,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2.55배 각각 높았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아동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은 성인기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우울과 자살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선별·개입할 때 학교폭력 경험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슷한 내용의 실제 사례도 여럿 존재한다. 얼마 전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방송에 출연해 학창시절 피해 사실을 털어 놓았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시작된 학교 폭력은 고등학교에 갈 때까지 이어졌다”며 “학교폭력으로 신고했지만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선생님들도 ‘이쯤되면 네가 문제 아니냐’ 하셨고 엄마도 내게서 문제를 찾더라. 너무 외로워 정말 많이 울었다. 그 뒤로 엄마와 대화를 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인이 된 후에도 심각한 학교폭력 휴유증을 겪고 있다. 피해의식이 생겼는데 결혼 생활을 할 때가 가장 심했다”며 “전 남편이 무언가를 요청하면 전부 명령처럼 들렸다. 본의 아니게 싸우게 됐고 시댁과도 문제가 생겼다.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도 유튜브 영상에 달린 악플을 보면 다 내 잘못이란 생각이 들면서 위축된다”고 호소했다.

 

르데스크가 만난 A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과거 학창시절 학교폭력을 당해 결국 자퇴까지 결심했다는 A씨는 졸업 후 10년 가량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에도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잘 때 악몽을 꾸는 경우가 많다”며 “가끔 길을 가다가도 사람이 많거나 주변에서 큰 소리가 나면 불안해지고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등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고 있다”고 귀띔했다.

 

평생 용서받지 못할 죄 학교폭력, 가해자와 그들의 가족도 강력한 ‘사회적 매장’ 처벌

 

학교폭력 가해자도 고통을 받기는 매한가지다. 피해자가 입은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해자 역시 저지른 악행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뒤따른다. 법적 처벌뿐 아니라 ‘사회적 매장’이라는 강력한 처벌도 피해갈 수 없다. 죄를 받으면 사라지는 법적 처벌과 달리 사회적 처벌은 평생 벗어날 수 없다. 가해자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 최근 사회 각계각층에선 ‘학폭 미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학창시절 저지른 학교폭력을 폭로하는 행위인 ‘학폭 미투’에서 언급된 유명 인사들과 그 가족들은 결국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내에서의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규탄하는 대자보. [사진=뉴시스]

 

사회 각계각층에서 끊이지 않는 ‘학폭 미투’가 대표적 사례다. ‘학폭 미투’는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 스포츠스타 등이 과거 학창시절 저지른 학교폭력을 폭로하는 행위를 말한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도 아무렇지 않게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공인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양심을 저버린 ‘인면수심(人面獸心)’으로 내몰린다.

 

지금까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들은 대부분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국내에서의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했다. 전 여자배구 국가대표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쌍둥이 배구자매로 많은 인기를 얻었으나 학창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고 결국 해외리그로 이적했다. 당시 사건은 학교폭력 가해 전력은 시간이 흘러서도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는 하나의 선례로 기록됐다.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끊이지 않았다.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연예계에서 유독 많이 발생했다. 인기 아이돌그룹 ‘여자아이들’의 멤버 수진(본명 서수진)은 데뷔 후 학창시절에 저지른 만행이 공개되면서 결국 그룹에서 탈퇴했다. 당시 피해자의 교목이나 물건, 돈 등을 빼앗겼다는 구체적 증언들이 잇따랐고 수진과 같은 학교에 다녔다는 또 다른 연예인도 피해자임을 고백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학교폭력은 가해자 뿐 아니라 가족을 향한 비난도 빗발친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수사본부 수장에 발탁된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알려져 끝내 낙마한 사건이다. 당시 여론 안팎에선 “학교폭력이라는 심각한 일을 벌인 자녀를 둔 인물이 국가 중대사를 맡을 수 있겠냐”며 자질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후 정부의 인사검증 부실, 학교폭력 가해기록 은폐 의혹 등 각종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거져 나왔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의 사례들을 봤을 때 학교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그들의 가족들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공멸의 전주곡’이라고 진단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학교폭력 피해자가 입은 상처만큼 가해자와 그 부모에게 돌려주려는 경향이 짙다”며 “앞으로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뿐 아니라 법적 처벌 수위까지 올려 학교폭력은 결국 공멸을 부르는 행위라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더욱 뿌리깊게 내릴 수 있도록 조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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