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백수 애환 담은 “내일 뭐하지” 노랫말 현실이 되다
청년백수 애환 담은 “내일 뭐하지” 노랫말 현실이 되다

 

▲ 채용시장에 유례없는 한파가 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은 상반기 신규채용이 없거나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도 작년에 비해 규모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구인게시판을 보고 있는 청년구직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나 스무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지난 2011년 발매된 노래 ‘말하는대로’의 가사 일부다. 당시 이 곡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심경을 표현한 가사 덕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노래를 듣고 감정이 벅차올라 눈시울을 붉혔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처음 발매된 지 12년이 흐른 현재 이 노래의 가사가 다시 한 번 조명을 받고 있다. 가사 내용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청년세대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수많은 청년들이 노래의 가사처럼 ‘내일 뭐할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줄고 비용 부담 늘고…국내 기업 절반 이상은 상반기 채용 없거나 계획 못 짰다

 

채용시장에 유례없는 한파가 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채용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올해는 국내 대기업 절반 이상은 상반기 신규채용이 없거나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도 작년에 비해 규모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10~27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응답 기업 126개사)을 대상으로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9.7%는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 기업의 15.1%는 ‘신규채용이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45.2%로 집계됐지만 이 중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이 24.6%나 됐다. 지난해 조사 결과 보다 20.3%p 늘어난 수치다.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줄이는 이유로는 △국내·외 경기 상황 악화(29.0%) △구조조정·긴축경영 등 회사 내부 상황이 어려워서(29.0%) △내부 인력 수요 없음(19.4%) △원자재 가격 상승·인건비 증가 등 비용 절감 차원(16.1%) 등이 거론됐다.

 

전경련은 “고물가·고금리 기조 지속, 공급망 불안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침체 장기화 조짐이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신규채용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영방침을 보수적으로 재정비한 기업들이 늘어날수록 채용 시장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규제 완화, 조세 지원 확대 등으로 기업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준다면 일자리를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눈 낮춰도 취업 어려운 현실에 밤잠 못 이루는 청년들, 전문가들 “취업문 더 좁아질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학 졸업 후에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보니 기본 6개월에서 1년은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취업 준비를 하곤 있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지난달 대학을 졸업한 홍창현 씨(27·남)는 “요즘에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는 게 일반화 됐다”며 “대학생활 내내 외국어, 자격증 공부는 물론 인턴 등을 통해 실무경험까지 쌓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막상 4학년이 돼 취업을 시도하면 성공이 쉽지 않다”며 “주변 친구들을 봐도 10명 중 2~3명만 취업에 성공하고 나머지는 졸업 후에도 ‘취준생’이란 모호한 신분으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2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양희진 씨(26·여)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이 막 채용을 줄이기 시작한 시점에 졸업한터라 취업이 쉽지 않았다”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다는 생각에 알바와 취업 준비를 병행했는데 그렇게 지낸 시간이 벌써 2년이 훌쩍 지났다”고 토로했다. 이어 “막 졸업한 시기엔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직을 노렸지만 지금은 중소·중견기업으로 눈을 낮췄다. 그래도 취업이 쉽지 않다”며 “올해는 무작위로 입사 원서를 넣어볼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취준생들 중 상당수는 앞으로 취업문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채용규모 자체가 줄어든 데다 신입사원 채용에 이력서를 내는 경력 1~2년 차의 중고 신입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대졸 신규입사자 5명 중 1명(22.1%)은 ‘중고 신입’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 기간으론 1년 이상 2년 미만이 40.0%로 가장 많았고 이어 6개월 이상 1년 미만(37.3%), 2년 이상 3년 미만(17.3%), 3년 이상(2.7%), 6개월 미만(2.7%) 등의 순이었다. 평균 경력기간은 1.4년이었다.

 

 

▲ 상당수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에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 보니 기본 6개월에서 1년은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는 처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취준생들은 취업 준비를 하곤 있지만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커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 [사진=뉴시스]

 

취업준비생 김우진 씨(28·남)는 “요즘 면접장에 가면 같은 직군, 다른 회사에서 1~2년 가량 근무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그들을 볼 때 마다 드는 생각은 ‘같은 스펙이라면 중고신입한테 밀릴 수밖에 없어 합격이 더욱 어렵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자체적으로 중고신입에 대한 제한을 따로 마련하지 않는 한 졸업 후 처음 취업에 도전하는 지원자는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취업준비생 이화진 씨(26·여)는 “요즘 주변을 봐도 회사 규모나 처우를 보지 않고 일단 입사부터 한 후에 6개월~1년 가량 다니다가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며 “그런 친구들이 상대적으로 취업이 더욱 잘되는 것 같다보니 나도 처음부터 취업 전략을 짜서 도전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 조금만 나이가 더 들면 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하니 점점 마음이 조급해져 가끔 밤에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자동화 기기의 발달, 인공지능 기술의 활용 등으로 채용시장의 지각변동이 전망됨과 동시에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까지 겹쳐 한동안은 채용시장의 보릿고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진형 공공주택포럼 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최근 급변하는 산업환경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들이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를 선뜻 늘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때일수록 취준생들은 막연하게 취업문을 두드리기 보단 제대로 된 취업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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