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빠진 저출산 대책…“이대로 가다간 국가소멸 확실”
방향성 빠진 저출산 대책…“이대로 가다간 국가소멸 확실”

 

▲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0.03 내려가 0.78까지 떨어졌다. OECD 국가중 1이하는 대한민국뿐으로 외신에서는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결혼식에서 축가를 듣고있는 신랑·신부. ⓒ르데스크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78를 기록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국가 자연 소멸이다. 280조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투입한 예산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지만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아마 인료 역사상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2 인구동향 조사 출생·사망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전년 대비 0.03 감소한 0.78이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합계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6.25 전쟁 전시보다 절반이나 낮은 출산율로 외신에서도 대서특필로 다룰 정도다. CNN은 통계자료가 나온 날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의 출산율이 또다시 떨어졌다”며 “한국은 급증하는 노인 인구를 부양할 생산연령 인구가 부족해질 것이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2100년 국내 인구는 2100만명으로 전망한다. 지금에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구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인구수를 구제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말한다.


예산 280조억원에도 출산율 감소근본적 문제 해결 못해

 

▲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280조억원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시행했던 정책들이 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사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고 지적한다. [자료=석혜진] ⓒ르데스크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고령화 명목하에 투입된 예산만 280조억원이다.


1차 기본계획 기간인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총 19조8926억원이 사용됐다. 2차 기본계획 기간인 2011년부터 2015년에는 1차계획기간보다 3배인 60조5789억원을 투입했다. 그리고 3차 계획기간인 2016년부터 2020년에는 100조억원을 돌파해 무려 152조8258억원을 사용했다.


지금 진행 중인 4차 기본계획에서는 2021년에만 1차에 2배 이상인 46조6846억원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결과는 합계출산율 0.78, OECD국가 최하라는 절망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극복 실패 요인으로 직접적이지 않고 방향성 없는 정책들을 비판한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과정에 정책이 원래 의도했던 변화, 즉 정책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게 되거나 또는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정책의 오류라고 한다”며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지만 결국 출산억제 정책으로 인한 저출산이 경제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산 위원회도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방안’ 회의에서 “280조원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그간 인구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며 “저출산 대응과 관련 없는 사업들이 저출산 예산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말했다.


16년간 280조억원을 투입한 저출산 대응 사업에는 저출산과 관련 없는 사업들이 허다하다. 1차 기본계획에는 ‘가족 여가진흥 목적’이라는 이름의 템플스테이 운영이나 행사 지원 등 가족 여가생활과 동떨어진 사업 계획이있다. 가족여가 생활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2차 기본계획에도 예산 낭비가 있다. 공무원 원격근무 지원 스마트워크센터 구축 사업과 성범죄자 재범방지다. 성범죄 재범방지는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는 국가 환경을 위해 필요하다. 다만 이것도 이미 출산한 가족을 위한 정책일 뿐 출산과 직접적인 영향은 미비하다.


3차 기본계획에는 고성장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와 대학인문 역량 강화 등 아이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정책들도 들어가 있다. 즉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이 부족했단 것이다.


프랑스·스웨덴·영국 등 선진국 저출산 어떻게 극복했나


▲ 프랑스와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저출생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인구증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 성공국가로 뽑히는 노르웨이는 저출생 대응 정책으로 아이수당, 임산부급 등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엄마와 축구경기를 관람하로 온 영국 아이. [사진=뉴시스]

 

저출산은 국내총생산(GDP)부터 내수시장, 군사력, 국민연금, 고령화 등 수많은 사회·경제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최소한 일정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저출산 방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은 국내보다 일찍이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겪고 1990년대부터 이미 이를 국가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에 들어갔다.


가장 성공적인 저출산 정책을 펼쳤다고 평가받는 국가는 스웨덴, 프랑스, 미국 등이 있다.


스웨덴은 저출산을 막기 위해 일가족 양립에 대한 지원, 즉 영아부터 유아까지 국가가 아이를 키워주는 수준의 돌봄 서비스를 채택했다. 경제수준과 상관없이 16세 이하 자녀들을 보유한 부모는 아동수당과 임산부급, 주거수당, 아동연금 등 자녀양육에 들어가는 경제적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또한 출산 시 유급휴가를 480일 제공한다. 국내 출산휴가는 90일이다.


프랑스 또한 경제적 지원에 중점을 둔 저출산 대책으로 출산율을 올렸다. 프랑스에서는 보육료와 보육보모 비용 등에 보조급이 나온다. 또한 부모에게는 자녀교육 수당과 아동 연령별 수당제도, 직업 활동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 보조금 등 다양한 수당 제도가 마련돼 있다. 혼외 출산이 많은 프랑스 특성상 미혼모나 홀부모 가정에 대한 지원도 다른 가정과 동일하다.


안기훈 고려대 의과대학 산부인과교수는 “저출산 극복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국가들을 살펴보면 결혼, 임신, 출산, 육아가 개인과 가정이 겪어야 하는 일이지만 사회 및 국가가 모든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두면서 관임을 가지고 도와준다”며 “임신, 출산, 자녀양육을 개인이나 가정의 일로 가두지 말고 사회와 국가가 온 역량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고 밝혔다.


부동산과 일자리 해결 전에는 아이 못 낳아

 

▲ 저출산은 GDP감소, 노령화, 연금 고갈 등 다양한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받는다. 전문가들은 국내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안정적인 직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저출산으로 집근처 유치원이 폐교해 먼 유치원으로 향하는 엄마와 아이.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감소라고 말한다. 아마 이대로 대한민국이 흘러간다면 출산율이 0.5까지 떨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그래서 지금이 출산율을 잡고 인구 피라미드를 정상화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외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인구 통계를 보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내몰렸다”며 “지금 추세로 간다면 0.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지방의 붕괴, 주거 불안, 연금 고갈, 노인 부양, GDP감소, 내수시장 둔화 등 수많은 문제가 인구와 관련 있다. 이는 실제로 국내에서 모두 진행 중인 문제다.


지방 인구가 감소하고 지방대학교들은 문을 닫고 있다. 부동산은 서울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형성되고 지방은 소멸해가고 있다. 생산인구가 감소하니 GDP 감소 또한 피할 수 없는 문제다. GDP 감소는 결국 경제 문제로 이어져 인구감소를 가속시킨다. 즉 인구문제는 보건부, 기획부, 교육부 등 정부 18개 부처가 모두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문가들은 여태껏 280조억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출산율을 올리지 못한 것은 근본적 원인을 해결 못했단 것이라 지적한다. 자녀를 키우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집, 직장이 보장이 안된 사회에서 출산율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혼 5년 차 무자녀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박규형(33)씨는 국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박 씨는 “2018년도에 결혼했을 당시만 해도 1년 신혼생활 후 자녀계획이 있었다”며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정작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를 키우려면 뭐가 필요한가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집, 안정적인 일자리 그리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환경이다”며 “지금 국내 상황을 보면 엄청나게 치솟은 부동산에 불안정한 직장, 끊임없는 범죄, 이런 나라에서 애를 키울 수도 키우고 싶지도 않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박 씨가 결혼한 2019년, 3차 기본계획에 부동산 관련 주거 정책은 5개밖에 없었다. 부동산 가격도 2012년 대비 1.5배 이상 올랐다. 2012년 합계출산율은 1.3명이다.


양영철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는 수단은 경기회복과 교육제도 개선, 일하는 여성에 대한 배려, 노동시장의 안정화 등 모두 장기적인 과제들이다”며 “인구정책은 장기간을 고려해 수립하고 집행해야 부작용이 최소화되고 성공도가 높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방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아이를 못 키우고, 서울에는 집이 없어 못키운다”며 “서울 집값은 정확하게 출산율과 반비례해서 움직인다. 먹이와 둥지를 통해 청년 살아갈 수 있도록 비전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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