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개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상 보조금 지원 계획’에 ‘초과이익 공유제’와 ‘중국 등 우려국 반도체 생산설비 확장 금지’ 조건을 걸면서 삼성전다와 SK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신청 절차를 공개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내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에게 527억달러(한화 약 69조370워)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지원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달러(한화 약22조500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실리콘벨리에는 반도체 연구개발(R&D) 시설 조성 계획을 밝힌 상태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내 패키징 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보조금 지원을 받기 위한 조항이다. 미국이 지원법 보조금에 내건 조항은 ▲미 국립반도체 기술센터 기술 연구 참여 약속 ▲군사용 반도체 안정적 공급 ▲초과 수익시 일부 미 정부에 환급 ▲미국산 건축 자재 사용 ▲보조금으로 자사주 매입 제한 ▲중국 등 우려국에 반도체 설비 증설 금지 ▲우려국과 공동 연구 제한 등 크게 7가지다.
미국이 내건 조항들을 살펴보면 전부 미국 위주일 뿐만 아니라 사실상 중국과 반도체 디커플링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추가 수익을 미 정부에게 환수하고 기술센터 연구 참여 항목은 과도한 정부 개입과 동시에 국가 전략 수출 품목인 반도체 기술 유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반도체 결별은 더 큰 문제다.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다. 또한 메모리 생산 거점으로 삼성전자는 시안 낸드플레시 공장과 쑤저우 패키지 공장을 두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 공장과, 충칭엔 패키징 공장이 있다.
만약 미국 보조금을 받기 위해 보조금 지원 계획에 동참한다면 중국이 보복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판매량이 부진한 상황속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면 그 피해는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반도체 생산량은 전월 대비 5.7% 급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반도체 수출액은 59억6000만달러(한화 약 7조82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42.6%(44억달러)나 감소한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 미국 보조금 조항은 바이든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 아시아 반도체 기업들이 지원금을 포기할 경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지원 조항들은 경제를 넘어 미국과의 관계가 연결된 문제라고 설명한다. 역대급 규모의 보조금을 받더라도 국내 주요 전략 수출품인 반도체 연구를 공개하면 기술 유출의 위험이 있고, 수익 일부를 환산하고 중국시장을 포기하는 리스크도 커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국내 기업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초과이익을 환수해 나가겠다는 것이다”며 “보조금 금액 자체는 크지만 이걸 받고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경영 의사 결정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산자원부는 “미국과의 소통 채널을 통해 수시로 협의를 벌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세부 규정 마련에서 우리 기업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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