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위기에 “반동분자 색출” 나선 ‘개딸’…정체 두고 의혹 분분
李 위기에 “반동분자 색출” 나선 ‘개딸’…정체 두고 의혹 분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 결과를 두고 ‘개딸(이 대표 강성지지층)’의 문자테러가 속출하고 있다. 상당수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자 ‘개딸’은 살생부를 공개하면서 “반동분자 색출”을 선언했다. 도를 넘는 이같은 행동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딸’ 정체를 둘러싼 의혹도 제기된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항의) 문자가 상당히 오고 있다”며 “숫자뿐만 아니라 내용도 굉장히 좀 살벌하다”고 밝혔다.

 

전날(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실시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반대표는 138표에 그쳤다. 민주당 소속 전체 의원이 169명임을 감안할 때 최소 31표의 이탈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계 무소속 의원 5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반대표를 던진 점을 고려하면 이탈표는 37표까지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개딸’들의 문자내용에 대해 “방송에서 인용해 드리긴 좀 곤란하다”면서도 “그런 말을 서로 간에 인격을 가진 사람들끼리 해선 안 되는데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너무 벗어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딸’ 측은 지난해 10월 이 대표 자진사퇴를 촉구한 김해영 전 의원 페이스북 계정에 몰려가 “이 XX” 등의 댓글테러를 가한 바 있다. 동년 8월에는 이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의 당헌 80조 개정을 반대한 의원들에게 “이 XX들 죽인다” 등의 욕설을 집단으로 퍼부었다.

 

‘개딸’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찬성 추정 의원들 명단까지 공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은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등에 ‘수박(겉과 속이 다른 의원을 뜻하는 은어)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욕설테러 가담을 요구 중이다. 한 온라인 카페에는 “반동분자를 찾자” 등의 글도 올랐다.

 

‘개딸’ 측 타깃이 된 민주당 의원들은 피로를 호소하면서도 저마다 자신은 부결표를 던졌다며 몸을 극도로 사리고 있다. 27일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서 A씨는 “고OO 의원이 겁주네요. 무섭게”라며 한 의원과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대화에서 작성자 A씨가 “이번에 수박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고 하자 고모 의원은 “나는 부표 던졌으니 함부로 얘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경고했다.

 

다른 네티즌 B씨는 이 대표의 당대표 선거 출마를 만류한 바 있는 이소영 의원 측과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을 올렸다. B씨가 “의원님은 부결표를 던지셨나, 가결표를 던지셨나. 의원님도 수박이라 불리는 리스트에 들어가 있더라”고 묻자 이소영 의원 측은 “부결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조사에 출석한 지난달 10일 경기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실종된 행태, “반동분자” 등 용어 사용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딸’ 정체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온라인상에서는 ‘개딸들 정체’와 관련된 게시물들이 무더기로 검색된다. 한 게시물에 의하면 ‘개딸’ 추정 네티즌들은 한 여성 전용 온라인커뮤니티 댓글창에서 “미세먼지 중국탓. 당신은 한국인이다” “나도 조선족이다. 길림성 사평에서 왔다” “나도 스핑 출신” “국적으로 따지면 중국 인민이다” 등의 대화를 나눴다.

 

일부는 ‘개딸’이 이 대표를 ‘아빠’라고 호칭하는 점을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례와 결부시키기도 한다. 중국은 한 때 시 주석 우상화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 주석에세 ‘시다다(習大大)’라는 애칭을 붙였다. 중국 북방 방언으로 ‘다다’는 ‘아빠’ 또는 삼촌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이 대표에게 지역구(인천 계양을)를 양보했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행보도 정치권 눈길을 끈다. 송 전 대표는 작년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2번 출구 앞에서 열린 ‘개딸’ 집회에서 “제가 노래를 잘 못하는데 안재욱의 ‘친구’라는 노래를 좋아한다”며 해당 노래를 ‘중국어’로 불렀다. 송 전 대표는 “원래 이게 중국 노래다. 주화건이라는 (가수가 부른) 중국 노래인데 1절만 불러보겠다”고 했다.

 

‘개딸’이 이 대표 팬덤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통제력 밖인 듯한 점도 의문시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6월 SNS에서 “비호감 지지활동은 저는 물론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은커녕 해가 된다”며 ‘개딸’ 자중을 요구했다. 이달 14일에도 이 대표는 유튜브방송에 이소영 의원과 함께 출연해 “(욕설테러 등) 그러니까 그분들(비명계)이 제게 기분이 좋겠느냐”며 재차 자제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개딸’은 욕설문자 테러를 멈추지 않으면서 독자행보를 걸었다. 이는 상당수 야권 의원들이 이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서 찬성표를 던진 원인 중 하나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례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개딸’ 측 욕설 항의전화로 의원실이 마비되다시피 한 뒤 국민의힘과 사실상 같은 노선을 걷고 있다.

 

조 의원 측 여성비서관은 이어지는 폭언을 견디다 못해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의원은 “안타깝고 불편하다. 민주당 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딸’은 대부분의 활동을 온라인에서만 진행한 탓에 실체가 베일에 가려 있다. 조 의원이 지난해 9월 개최한 ‘개딸’과의 공개토론장에는 단 한 명의 ‘개딸’도 참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개딸’ 측이 일부러 정체를 감추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개딸’ 및 이 대표 측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야는 민주주의 확립을 위해 민주당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개딸들 행위에 침묵하는 건 동조‧지지하고 더 격려한다는 메시지와도 같다”고 일갈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딸들 행보는 내년 총선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개딸’ 문제 해결 없이는 민주당의 총선 성적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