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1표차’ 부결…단일대오 깨진 민주당
이재명 체포동의안 ‘1표차’ 부결…단일대오 깨진 민주당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대장동 개발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1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부결됐다. 이 대표는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총선 위기론 속에 민주당이 공언해온 단일대오 실체는 없음이 드러나면서 민주당 분열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후속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친명(친 이재명)‧비명(비 이재명) 간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 대표 체포동의안 투표에는 여야 의원 297명이 참여했다. 장시간에 걸친 개표 결과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체포동의안 통과를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의결정족수는 149표였다.

 

정의당 의원 6명 전원,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수십명의 이탈표가 나옴에 따라 지도부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당하게 부결시키자”며 의지를 다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헌법정신에 따라 당당히 부결처리하려 한다”며 “윤석열정권‧검찰독재정권의 역사후퇴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도 단일대오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선 신상발언에서 “혐의도 없이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헌정사상 초유의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역사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며 “주권자가 대신해 국회가 내릴 오늘 결정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앞날이 달렸다.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의원 여러분이 엄중경고를 보내 달라”고 촉구했다.

 

자신의 혐의들도 부인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이익 중 70%를 환수하지 못했으니 배임죄라는데 70%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기준이냐”며 “개발이익 환수가 아예 0%인 부산 엘시티나 양평 공흥지구는 무슨 죄가 되는 것이냐”고 했다. 그는 성남FC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재단과 달리 성남FC는 성남시 조례로 설립된 시 산하기업이라 사유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제안설명을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당은 부결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1표차’라는 결과를 두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본회의에서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대표 혐의를 낱낱이 언급했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결 결과를 바라보는 여론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민주당 내홍 심화 가능성도 포함된다.

 

한 장관은 본회의에서 대장동‧위례 개발특혜 의혹을 두고 “성남시민 자산인 개발이권을 공정경쟁을 거친 상대에게 제값에 팔지 않고 미리 짜고 내정한 김만배 일당에게 고의로 헐값에 팔아넘긴 것”이라며 “비유하자면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이다. 주인은 90만원의 피해를 본 것이지 10만원이라도 벌어준 것 아니냐는 변명히 통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성남FC를 두고서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는 만만한 관내 기업체를 골라 이재명 시장 측이 먼저 흥정을 걸고 뇌물을 받았다는 게 이 범죄혐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법률에 정한 구속사유인 도망의 염려란 화이트칼라 범죄에서는 곧 중형 선고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유력 정치인이기에 도망갈 염려가 없다는 논리대로라면 이 나라에서 사회적 유력자는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 대기업 회장들은 왜 구속돼 재판을 받았던 것인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응답자의 49%가 이 대표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답했다. 구속수사해선 안 된다는 응답은 41%, 모름‧응답거절은 15%였다.

 

27일 서울대‧카이스트‧연세대‧부산대 등에는 이 대표 체포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일제히 붙었다. 표결을 앞두고 국회 앞 시위에 집결한 한 보수단체 참가자는 “전 국민이 국회 투표를 보고 있다. 부결되면 (민주당은) 싸늘한 민심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 지지층은 “단일대오 민주당! 힘내라 민주당!” 등 구호를 외치며 맞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표결에 앞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오늘 표결은 민주당이 민주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정당이냐 아니냐,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느냐 마느냐,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으로서의 양식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 민심과 싸우는 정당이냐 민심을 받드는 정당이냐를 스스로 결정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친낙(친 이낙연)계인 설 의원은 비명계 좌장 격으로 알려진다. [사진=공동취재]

 

전문가들도 갖가지 혐의 관련 증언‧증거가 속출하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1표차’ 부결 앞에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로 인해 비명‧친명계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지금까지 외풍이 세게 불었다면 부결 이후에는 (총선을 앞두고) 내풍이 거세게 불 것”이라며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당내에서) 대립‧갈등‧파워게임 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 유지론과 사퇴론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사퇴론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살라미(쪼개기)식’ 추가 구속영장 청구는 불난 민주당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이 대표는 개발특혜‧성남FC 의혹 외에도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등 다수 혐의를 사고 있다. 내달 3일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이었던 2021년 12월22일 방송인터뷰 등에서 대장동 의혹을 부인하면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때부터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김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허위사실 공표 의혹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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