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속 견제” “네거티브”…삼국지 같은 혼돈의 최종 승자는
“연대 속 견제” “네거티브”…삼국지 같은 혼돈의 최종 승자는


▲ 한 국민의힘 당원이 2021년 6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 선거인단 모바일투표를 하고 있다. 같은 달 7~8일 모바일 투표, 9~10일 ARS 투표가 이뤄졌고 이 기간에 국민여론조사도 진행됐다. [사진=공동취재]

 

김기현‧안철수‧천하람 3강 구도의 국민의힘 3.8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를 두고 ‘삼국지’가 연상된다는 당원들이 적지 않다. 선두를 굳힌 김 후보의 과반득표를 막기 위해 안철수‧천하람 후보가 ‘안천연대’에 시동을 거는 등 분주한 수싸움과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강한 조위(曹魏)에 맞서 막강한 동맹을 구축하는 대신 분열을 일으켰던 유비‧손권처럼 안천연대 결속력에도 의문이 제기돼 흥미는 고조된다. 유비의 형주를 빼앗기 위해 기습하는가 하면 조위로부터 왕위를 제수 받은 손권, 이러한 손권에게 복수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킨 유비처럼 안철수‧천하람 후보도 노골적으로 상호견제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김 후보가 3.8전대라는 적벽대전에서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취해 과반득표로 당 사령탑을 차지할 수 있을지, 안천연대가 내분을 딛고 장강을 붉게 물들였던 연환계(連環計)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지를 두고 당원은 물론 국민들 시선이 집중된다.

 

김기현 우세 앞 ‘브로맨스’ 과시한 安‧千연대

 

“안 후보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가능하면 안 후보와 금주 중으로 이태원을 방문하겠다” 지난 21일 천 후보는 국민의힘 당권후보 대전‧세종‧충북‧충남 합동연설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간 가능성만 점쳐지던 안천연대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천 후보에 의하면 그는 안 후보에게 이태원을 찾아 상권회복을 위한 상품권 사용, 언론간담회 개최 등을 제안했다. 천 후보가 “제가 10만원어치 상품권을 구매했고 안 후보 재산을 고려하면 한 100만원어치를 구매해야 한다”고 하자 안 후보는 구체적 대답 대신 ‘껄껄’ 웃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전날(20일)에도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안 후보는 20일 2차 TV토론에서 “호남에서 원외 당협위원장을 하는 의도를 높이 산다”며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인 천 후보를 띄웠다. 천 후보가 토론회장을 떠나면서 “덕담 감사하다”고 하자 안 후보는 활짝 웃으며 “이제 한 팀이 됐다”고 답했다.

 

안천연대는 비윤(비 윤석열)계라는 공통점이 있다. 천 후보는 반윤(반 윤석열)계 핵심인 이준석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된다. 안 후보는 20대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지만 이후 친윤(친 윤석열)계와 갈등을 빚고 대통령실로부터 “윤안(윤석열‧안철수)연대를 언급 말라”는 공개 경고를 받으면서 ‘멀윤(멀어진 친윤)’이 됐다.

 

안철수‧천하람 후보 두 사람의 목표는 3.8전대 때까지 김 후보 지지율을 최대한 낮춰 김 후보의 과반득표를 막는 것이다. 당원투표 100%로 실시되는 이번 전대는 1차 경선에서 득표율 과반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득표율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예비경선(컷오프)과 달리 각 후보 득표율도 공개되기에 전대는 사실상 정치생명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터라 두 사람은 더욱 득표율에 집착하고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안철수‧천하람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만들어 강력한 2중 구도를 조성할 경우 표는 2중으로 몰리고 김 후보의 과반득표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의 일부 여론조사들은 이러한 안천연대의 셈법 근거가 되고 있다. 피플네트워크리서치(PNR)가 폴리뉴스‧경남연합일보 의뢰로 21~22일 국민의힘 지지자 14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2일 공개한 후보 지지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5%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김기현 41.1%, 안철수 22.8%, 천하람 14.7%, 황교안 12.8% 순으로 나타났다.

 

단순계산으로 안철수‧천하람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37.5%로 김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이 된다. 이탈표 등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안천연대가 만약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고 김 후보 지지율을 하락시킬 수 있다면 결선투표에서 ‘파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셈이다.

 

수도권‧호남 신규당원 공략 나선

安‧千


▲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주자들이 13일 오후 제주시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제3차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가나다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당대표 후보. [사진=뉴시스]

 

때문에 안천연대는 물밑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한편 득표율을 올리기 위해 수도권‧호남 등 공략에 나선 상태다. 김 후보 지지세가 높은 영남권 등 전통적 당원들과 달리 수도권 등의 신규당원들은 일반적으로 소위 ‘조직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로 각 지역 당협위원장을 겸하는 국회의원 의중에 따라 표를 던지는 전통적 당원들과 반대로 신규당원은 소신투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다음 총선 공천 여부가 달려 있기에 당 지도부를 장악한 윤심(尹心)에서 자유롭기가 사실상 힘들다.

 

서울 노원병, 경기 성남 분당갑 총선 등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안 후보는 수도권 공략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그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전대는 대통령 마음이 중요하다고 보는 후보와 민심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 후보의 싸움”이라며 “대통령실 뜻을 따르는 대표가 아니라 민심을 대통령에게 전할 수 있는 대표가 돼야 한다”고 여론몰이에 나섰다.

 

또 “제가 당대표가 되려는 이유도 총선승리로 정권교체를 완성하기 위해서지 다른 이유는 없다”며 “공천파동을 막는 게 승리의 필요조건이라면 중도‧2030세대 지지를 얻는 건 승리의 충분조건이다. 그건 안철수가 가장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구체적으로 “저는 수도권에서 (총선) 70석 확보로 170석 압승을 약속했다. 총선 최전선은 수도권으로서 우리도 최전선에서 수도권 전쟁을 승리로 이끌 총사령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중도‧2030세대의 윤심 논란에 대한 거부감을 자극하고 자신의 수도권 3선 이력을 부각시킴으로서 표심을 얻으려는 의도로 분석됐다.

 

호남에 거점을 둔 천 후보는 호남 표심몰이에 나섰다. 그는 1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권후보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제가 처음 순천에 온 게 2020년이다. 첫 선거에서 받은 득표수가 4058표, 퍼센트로 치면 3.02%였다”며 “우리 순천의 정치, 전남의 정치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천 후보는 “이제 국민의힘의 호남 전략은 단 하나다.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호남을 핵심지역으로 삼아 전국 선거를 이길 고민을 해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 저 천하람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했다.

 

安‧千, 金 땅 의혹 등 네거티브도 착수

 

안천연대는 한편으로는 김 후보 상승세를 꺾기 위한 네거티브에도 착수했다. 이들은 특히 김 후보의 울산 땅 매입 의혹을 두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김 후보는 정계입문 전 변호사 시절인 1998년 2월 울산 울주군 언양급 구수리에 11만5427㎡(9필지) 규모의 임야를 매입했다. 이후 해당 토지 인근에 KTX 울산역이 생기면서 주변 땅값이 올랐다. 김 후보 토지에 KTX 역으로 이어지는 연결도로 계획도 생기면서 김 후보가 ‘1800배’의 시세차익을 챙기기 위해 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 후보는 “보수 핵심이 도덕성이라는 면에서 김 후보는 적임자가 아니다. 부동산 의혹이 있는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국민들 표를 제대로 받을 수 있겠나”고 주장했다. 천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같이 그냥 ‘예전에 다 털어봤다’ 같은 하나마나 한 얘기는 그만 하시고 명확하게 팔 건지, 판다면 얼마에 팔 건지 본질적인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도 23일 김 후보 소유 땅을 직접 둘러봤다고 밝힌 뒤 “좀 더 살펴보겠다”면서도 “목장을 할 목적으로 구매한 임야는 아닌 것 같다. 지역주민들 말을 들어보니 이 지역은 소 한 마리 키우는 사람 없다고 한다. 정확히 무슨 동물을 키울 목적으로 이 땅을 구매했는지 현장에 와 보니 좀 이해가 안 된다”고 천 후보 등에게 힘을 보탰다.

 

해당 의혹을 첫 제기한 황교안 후보는 26일 SNS에서 “김 후보는 그간 땅값에 대해 ‘그 땅을 사는 사람도 없고 땅값도 얼마 안 된다’고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며 “김 후보는 이제 거짓말 그만 하고 당과 윤 대통령과 나라를 위해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를 둘러싸고 ‘공갈빵 지지’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 바른정당 출신 전직 당협위원장 30여명은 김 후보 지지를 전격 선언했다. 이에 안 후보 측 윤영희 대변인은 “단순히 숫자를 부풀린 줄 세우기 공갈빵 지지선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명단이 허위와 날조로 조작된 공갈 지지선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이런 식의 억지 지지선언 명단 모으는 게 선거전략인 것 같은데 그나마 명단을 보니 이름도 틀린 경우가 있다”며 “애초에 왜 명단을 익명으로 하려 했는지 이해가 간다”고 비꼬았다.

 

무리한 네거티브에 역풍 조짐…“내가 결선행” 安‧千 분열도


▲ 진상조사단 단장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네 번째)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울산 땅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러한 네거티브 전략을 두고 민주당이 호응‧가세하면서 도리어 안천연대에는 역풍이 부는 모양새다. 안천연대가 당권을 위해 ‘원팀정신’이 아닌 도 넘은 ‘내부총질’에 나서면서 민주당에게 총선 승리 빌미만 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당원들 사이에서 높아진다.

 

황운하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김기현 땅 투기 진상조사단’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시세차익) 1800배는 KCC 언양공장 아파트 부지 공시지가와 비교한 게 아니라 이미 도로가 개설된 인근 자연녹지와 비교한 것”이라며 “작년 12월에는 평당 199만원이어서 이제 (시세차익) 1990배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검을 시행해 김기현 의원의 지역 토착‧토건비리를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토착‧토건비리’는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표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등을 두고 사용하는 표현이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부장(김기현‧대통령부인‧대통령장모) 진실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당원들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인지 김 후보는 땅 의혹이 터지고서도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넥스트리서치가 매일경제신문‧MBN 의뢰로 땅 의혹이 한창이던 24~25일 국민의힘 지지층 2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상 다자대결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김기현 33.1%, 안철수 23.6%, 황교안 10.0%, 천하람 6.1%로 집계됐다.

 

가상 양자대결에서도 김기현 43.1%, 안철수 33.5%였다. 안 후보는 10~20대에서 55.2%의 지지율(김기현 6.8%)을 보였지만 비교적 표본이 큰 50대 및 60세 이상에서는 김 후보가 각각 49.4%, 51.8%로 안 후보(31.9% 및 28.0%)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지역별로도 김 후보는 영남권은 물론 수도권에서 호각세거나 우세했다. 서울에서는 김기현 35.6%, 안철수 36.7%였다. 인천‧경기에서는 김기현 43.6%, 안철수 30.5%였다.

 

실제로 안 후보의 ‘수도권‧MZ 돌풍’은 빛이 바래는 분위기다. 24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서울 시의원‧구의원 205명이 무더기로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는 전체 서울시‧구의원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1981년생인 장태용 시의원(강동구 제4선거구), 1992년생인 전유정 중랑구의원(중랑구 비례)은 서울시청 후생동에서 지지선언문을 낭독하면서 “거센 야당의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국민과 당에 힘이 되는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천연대의 네거티브도 약효가 좀처럼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 측은 ‘공갈빵’ 논란의 바른정당 출신 전직 당협위원장 명단을 모두 공개했다. 김 후보 토지의 현재 가치가 640억원으로 평가차익이 1800배에 달한다는 주장과 달리 해당 토지 추정가는 약 11억~34억원으로 매입 후 평가차익은 5.4~16.6배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다. 김 후보는 26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둘러싼 땅 의혹을 두고 검증을 위해 국가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서로 자신이 김 후보와 함께 결선투표에 올라야 한다는 입장인 안철수‧천하람 후보도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천 후보는 22일 “딱 부러지게 말하면 천안이든 안천이든 연대는 없다”며 “개별이슈가 있을 때 전략적 제휴 정도를 띄엄띄엄, 한두 번 상황을 봐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천 후보는 24일에는 안 후보가 합동연설회에 지지자를 인위적으로 동원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안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맞받았다.

 

삼국지를 연상케 하는 각 후보들의 이합집산, 상호갈등이 이뤄지면서 3.8전대 흥행은 일단 보증됐다는 게 중론이다. 이러한 혼전 속에 많은 전문가들은 승패는 아직 확실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84만명 정도 되는데 관전포인트는 윤심을 따를 것이냐, 아니면 전략투표를 할 것이냐”라며 “대체적으로 윤심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이변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상당수 당원들은 ‘공정한 승부’ ‘정정당당한 승부’를 촉구했다. 자신을 국민의힘 신규당원이라고 밝힌 김동원(37.남)씨는 “민주당에 실망해 국민의힘에 입당했는데 전대가 지나치게 과열돼 실망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며 “(민주당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규당원이라는 배지현(29.여)씨는 “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모든 후보들의 선전을 염원한다”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잊지 않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원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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