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청약시장 양극화…잠실은 ‘완판’ 수유는 ‘미분양’
부동산 청약시장 양극화…잠실은 ‘완판’ 수유는 ‘미분양’

 

▲ 금리동결과 규제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봄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이전같지 않다. 한번 한파를 겪었기에 이전보다 신중해지고 지역별 차이가 더 뚜렸해졌다. 사진은 둔촌 올림픽파크 포레온 공사현장. ⓒ르데스크

  

최근 금리가 동결된 데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지만 지역별 온도차는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용산 등 서울 중심부와 가까운 부동산에선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는 반면 서울 외곽은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금리가 동결되긴 했지만 금리 인상 기조가 여전한 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등 경제 불확실성이 부동산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청약이 나오기 무섭게 완판되는 이른바 ‘묻지마 청약’이 통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부동산 시장의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자가 직접 둔촌 주공, 영등포 디그니티, 수유 칸타빌 등 서울 신규 아파트 분양 현장을 방문한 결과, 둔촌은 걱정과 달리 대기자까지 생길 정도로 뜨거웠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아직 미적지근 온도차를 보였고, 수유 칸타빌의 경우 1년이 지났음에도 공실이 있을 정도로 얼어붙은 상태였다.

 

예상 밖의 흥행 열기 둔촌 주공…인기매물은 대기자만 200명 

 

▲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어 둔촌 조공은 우려를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인기 평수 매물은 대기자까지 생겼지만 좁은 평수는 무순위 청약이 예정됐다. 사진은 둔촌 주공 분양 모델 하우스로 예약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르데스크

  

지난해 계약률이 50%를 넘지 못할 거란 우려와 달리 둔촌 주공은 우려와 달리 59·84㎡ 등 인기 매물은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완판된 59㎡은 1499가구며 84㎡은 1237가구로 일반분양 전체 공급세대의 57%다. 소형 평형인 29㎡만 아직 미계약 상태로 남아있었다. 소형 평수는 3월 초 무순위 청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기 매물들은 대기자만 200명가량 있었다. 둔촌 주공 인근 부동산 공인중계사는 “언론에서 말했던 것과 달리 찾는 분들이 많다”며 “인기 매물의 경우 오히려 수천만원의 프리미엄까지 붙은 상태다”고 말했다.

 

둔촌주공의 인기는 1·3부동산 대책이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강동구를 포함한 서울 21개 구에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해제하고, 중도금 초과 대출 규제 폐지, 다주택자 청약 제한 완화 등 부동산 규제를 완화했다. 특히, 8년 전매 제한을 1년으로 낮춰 둔촌 일반분양 당첨자들은 12월 입주권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부동산을 안다면 둔촌 주공의 매력을 무시하기는 힘들다”며 “강남·잠실과 가까운 위치에 2개 노선 역세권, 올림픽공원이 바로 앞에 있고, 단지 내 조성되는 주민 인프라를 본다면 인기가 없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바로 옆 올림픽선수기자촌 82㎡ 매물가격이 16억5000만원 정도인데 둔촌 주공은 새 아파트에, 입지도 더 좋은 매물이라 그보다 낮아지긴 힘들거다”며 “언론에서 위기론이 나온 것은 건설사가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쓴 작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족들과 둔촌 주공 분양사무소를 찾은 이석호(41·가명)씨는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 여서 지금 집을 사기 적기라 생각하고 찾아왔다”며 “당초 알던 것과 달리 인기가 많아서 놀랐고 주변 인프라를 보니 실거주하기 좋은 장소라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또한 “둔촌 주공 인근 교통이나 교육, 입지 측면에서 미래가치가 높아 둔촌 주공은 무난히 성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파에 얼어버린 수유 칸타빌…"내 돈이면 이 가격에 안사"

 

▲ 수유 칸타빌은 인근 매물보다 비싼 가격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이미 가격을 15%에서 20%낮췄지만 아직도 공실을 채우지 못해 3월 중순에 다시 가격책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은 수유 칸타빌 아파트 전경. ⓒ르데스크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한 둔촌 주공과 달리 수유 칸타빌은 부동산 한파에 아직 꽁꽁 얼어있었다. 수유 칸타빌은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7분 정도 거리 ‘강북종합시장’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은 정육점, 과일가게, 생선가게 등 시장 상권이다. 지난해 7월 준공했지만 아직도 공실이 쌓여있다.

 

입주 당시 전체 216세대 가구수의 75%(162)가 미분양 돼, LH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매입임대사업 차원에서 19㎡·24㎡ 매물을 79억5000만원에 매입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월 기준 19㎡ 가격은 2억1500만원으로 LH 평균 매입가보다도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수유 칸타빌 패배 원인으로 너무 높게 측정된 분양가를 지목한다. 지난해 2월 평균 분양가가 9억2000만원으로 인근 아파트 대비 훨씬 높은 분양가를 보였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계사는 “수유칸타빌 인근 수유벽산만해도 지난해 84㎡ 매물이 7억6500만원에 거래됐다”며 “당시 칸타빌은 인근보다 1억 이상 높았다”고 말했다.

 

실제 59㎡ 매물 기준 6억8000만원에서 7억2000만원으로 입주 당시보다 15%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거기에 입주를 유도하기 위해 관리비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음에도 공실은 채워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매물뿐만 아니라 상가 또한 휑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가 직접 찾아간 수유 칸타빌 상가는 2개 정도밖에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고, 인근 부동산들 또한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3월 중순쯤 다시 한 번 가격책정에 들어간다. 가격책정이 끝나면 5억원 대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유 칸타빌의 경우 생각보다 입지가 매력적이지 않음에도 분양가를 너무 높게 측정했다”며 “주변 상권은 시끄러운 시장에다가 역과 거리도 생각보다 먼 편이고 마땅한 인프라도 없는데 부동산 열풍만 너무 믿었다”고 비판했다.

 

관심 몰리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아직 흥행을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

 

▲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1.3규제 완화 후 첫 청약 아파트로 향후 부동산 시장의 나침판으로 주목을 받고있다. 미래가치와 입지가 좋아 이전같으면 묻지마 청약이 빗발칠 수 있는 곳 이지만, 현재는 비싼 가격과 조금은 애매한 입지로 둔촌 주공과 비교되고 있다. 사진은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아파트가 들어설 양평동 1가. ⓒ르데스크

 

지난 6일 청약에 돌입하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양평동 1가에 지어질 신규 아파트다. 위치적으로도 5호선 양평역을 바로 앞에 둔 초 역세권이다. 목동 학원가와도 가깝고 여의도와 접근성도 좋다.

 

또한 바로 옆 13·14 정비구역이 재개발이 예정돼 있어 미래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자이 디그니티는 입주자 문화생활을 위해 교보문구와 협업해 큐레이션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계 사무소들을 취재한 결과, 관심도는 높았다. 인근 공인중계사는 “관련 문의는 정말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영등포 자이는 조합원 물량이 상당히 많아서 일반매물 경쟁은 치열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707세대중 조합원 물량이 무려 522세대로, 일반분양은 185세대밖에 되지 않는다. 흥행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3월 6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7일 1순위, 8일 2순위 청약접수를 받고 결과는 3월 14일에 나온다.

 

정부 1·3부동산 대책 이후 첫 서울 분양단지로 초역세권, 좋은 입지 등의 이점에 힘입어 전망은 좋지만 발목을 잡는 것은 역시 얼어붙었던 부동산 시장과 가격이다. 인근 공인중계사는 “일반분양 물량이 워낙 적어 일반분양 경쟁을 치열 것 같지만, 조합원 물량까지 포함된다면 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아 아직 흥행을 판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다”고 말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에 청약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아직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강남과 용산 등 서울 요지와 가깝거나 학군, 교통 등 주거 인프라가 좋은 매물은 거래량과 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은 더욱 외면받는 양극화로 이어질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부동산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은 단지의 경우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며 "수요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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